SURPRISER - Tistory 2023. 12. 3. 15:45

 동물의 몸은 수많은 수의 세포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 세포는 서로 강하게 달라붙어 있으며, 그 덕분에 동물의 몸이 조각나는 일이 없다. 그것은 바로 세포 접착 분자 '카드헤린(Cadherin)' 덕분이다. '카드헤린(Cadherin)'이 어떻게 발견되었는지 알아보고, 세포끼리 달라붙는 메커니즘에 대해서도 알아보자.

0. 목차

  1. '세포 접착' 연구는 20세기 초부터 시작되었다.
  2. 칼슘과 마그네슘이 관여하고 있다.
  3. 유학 기간에는 실험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다.
  4. 세포 접착을 담당하는 단백질 찾기
  5. '카드헤린'을 발견하였다.
  6. 뇌의 신경 회로 형성과 암의 연구에도 응용

1. '세포 접착' 연구는 20세기 초부터 시작되었다.

 세포 접착 연구는 20세기 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907년에 미국의 발생학자 '헨리 반 피터스 윌슨(Henry Van Peters Wilson, 1863~1939)'이 '해면(주로 바다에 서식하는 고착성 동물)'을 사용한 실험에서, 일단 따로따로 떨어진 세포가 잠시 지난 후 다시 단단하게 붙어 접착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1952년에는 미국의 발생학자 '아론 모스코나(Aron Arthur Moscona, 1921~2009)' 등이 닭의 '배(Embryo)'의 '신장'을 '트립신(Trypsin)' 액에 넣자 세포가 제각각 떨어지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리고 '트립신(Trypsin)' 액을 찍어내고 세포가 배양기에 달라붙지 않도록 회전시키면서 배양하자, 세포끼리 모여 달라붙는 사실도 발견했다. 이것을 오래 배양하면 세포 덩어리 속에서는 자래 '요관(신장에서 배출되는 소변이 지나는 길)'이 되는 관이 생겨나는 사실도 확인되었다 결국, 세포의 접착이 조직의 형성과 관계하고 있음을 밝혀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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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칼슘과 마그네슘이 관여하고 있다.

 1970년 무렵, 일본 교토 대학의 '오카다 도킨도(岡田節人)' 연구실에서 닭의 '수정체(눈 안에서 렌즈 역할을 하는 조직)'를 연구하던 '다케이치 마사토시' 박사는 신기한 사실을 발견했다. 닭의 망막과 수정체를 배양할 때는 '트립신(Trypsin)'이라는 단백질 분해 효소로 세포를 하나씩 떼어내면서 배양기에 놓는다. 그러면 각각의 세포는 배양기의 바닥에 접착해 편평하게 퍼진 형태가 된다.

 '다케이치 마사토시(竹市雅俊, 1943~)' 박사는 몇 차례씩 배양을 하면서 배양기에 세포가 접착하는 방식이 사용하는 배양액에 따라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바로 배양기에 달라붙는 경우'와 '시간이 조금 지난 다음 달라붙는 경우'가 있었던 것이다. 아마도 배양액 속의 성분에 세포의 접착에 관여하는 물질이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그 물질은 과연 무엇일까? '다케이치 마사토시(竹市雅俊)' 박사는 연구 주제를 '수정체'에서 '세포 접착'으로 바꾸고 수수께끼를 푸는데 도전했다.

 '다케이치 마사토시(竹市雅俊)' 박사가 세포 접착 연구를 시작했을 때, 세포가 어떻게 달라붙는지는 수수께끼에 싸여 있었다. 무언가 세포 밖의 물질이 접착에 관여한다는 설과 세포막 사이에 작용하는 물리적인 힘이 접착을 일으킨다는 설 등 다양한 설이 제기되어 있었다. 다만, 접착에 단백질이 관여하고 있을 것이라는 사실은 예상되었다. '트립신(Trypsin)'에 의해 어떤 단백질이 분해되기 때문에 세포가 따로따로 떨어질 것이므로, 이 분해되는 단백질이야말로 세포 접착에 관여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다케이치 마사토시(竹市雅俊)'는 세포 접착에 '칼슘 이온'과 '마그네슘 이온'이 미치는 영향을 조사해 보았다. 세포 접착 연구에서는 2가의 양이온이 접착에 관여한다는 사실은 이미 밝혀져 있었다. 그리고 '다케이치 마사토시' 박사의 조사를 통해, 세포끼리의 접착에는 '칼슘 이온'이, 세포와 배양기와의 접착에는 '마그네슘 이온'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결과를 통해 '다케이치 마사토시' 박사는 '세포끼리 달라붙는 현상'과 '세포와 배양기가 달라붙는 현상'은 별개이며, 각각의 현상에서 작용하는 단백질도 다를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그러나 그 이상 밝혀내기는 어렵다고 느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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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유학 기간에는 실험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다.

 '다케이치 마사토시(竹市雅俊)' 박사는 새로운 연구를 시작하기 위해 미국의 '카네기 연구소(Carnegie Institution)'에 유학을 갔다. '다케이치 마사토시' 박사는 햄스터에서 유래한 'V79 세포'라는 배양된 세포를 사용해 실험을 진행했다. 여기에서는 일본에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세포를 트립신으로 분리한 다음, 배양기에 세포가 달라붙지 않도록 회전시키면서 배양했는데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일본에서는 이 방법으로 세포가 다시 접합되었는데, 미국에서는 그렇게 되지 않은 것이다. 그 원인을 조사해 보니, 어쩌면 트립신을 녹인 생리적 식염수의 성분에 차이가 있을 것 같았다. '카네기 연구소(Carnegie Institution)'의 트립신 액에는 칼슘 이온이나 마그네슘 이온의 작용을 제거하는 약품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것을 계기로, 트립신 액으로 세포를 분리할 때 칼슘 이온이 있으면 세포끼리 접착하는 성질이 남으며, 칼슘 이온이 없으면 접착하는 성질이 없어진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더 자세히 조사해 보았더니, 칼슘 이온의 작용에 의지하지 않는 접착 메커니즘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칼슘 이온에 의존하는 접착 메커니즘이 접착력을 강하게 한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그래서 '다케이치 마사토시' 박사는 칼슘 이온에 의지하는 접착 메커니즘이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그것을 더욱 자세히 조사해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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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세포 접착을 담당하는 단백질 찾기

 일본으로 돌아온 '다케이치 마사토시(竹市雅俊)' 박사는 곧바로 칼슘 이온에 의존하는 메커니즘의 세포 접착에 관여하는 단백질 찾기에 나섰다. 접착 분자는 세포의 표면인 '세포막(Cell Membrane)'에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그곳부터 찾아 나서기로 했다.

 당시 새로운 단백질의 존재를 찾기 위해 사용되는 방법은 그 단백질의 활성을 저해하는 '항체(Antibody)'를 사용하는 것이었다. 동물에 단백질이나 세균 등의 이물질을 주입하면, 동물의 몸속에서 이물질에 결합하는 다양한 항체가 만들어진다. 그 동물로부터 항체가 포함된 '혈청(혈액에서 응고 성분을 제거한 것)'을 추출해 실험 대상이 되는 세포에 투여한다. 그때 만일 세포끼리 접착하지 않으면 투여한 혈청 속에 접착 분자의 작용을 저해하는 '항체'가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접착을 저해하는 항체가 좀처럼 발견되지 않았다. 시행착오를 겪는 가운데 1977년에 프랑스 연구자가 발표한 논문에서 힌트를 발견했다. 쥐의 수정란은 세포가 9개로 갈라진 단계에서 세포끼리 급속히 밀착한다는 사실이 당시부터 알려져 있었다. 그 논문에서는 쥐에서 유래한 F9이라는 세포에 대한 항체를 만들어 분열 중인 수정란에 반응시키자, 세포끼리의 결합이 느슨해졌다고 보고되어 있었다. '다케이치 마사토시' 박사는 그 논문에 적혀 있던 쥐 수정란의 표면의 형태를 보고, 지금까지 보아 왔던 칼슘 의존 세포 접착은 수정란과 같은 메커니즘의 세포 접착이라고 직감했다. 그래서 F9 세포를 사용하기로 했다. 그리하여 곧바로 접착을 저해하는 항체를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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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카드헤린'을 발견하였다.

 이리하여 '다케이치 마사토시(竹市雅俊)' 박사는 마침내 1982년부터 1984년에 걸쳐 세포 접착에 관한 단백질을 찾아냈다. 세포 접착 분자 '카드헤린(Cadherin)'을 발견한 것이다. '카드헤린(Cadherin)'은 세포막을 뚫고 세포의 표면에 돌출된 구조를 하고 있으며, 그 끝부분이 다른 세포의 카드헤린의 끝부분과 결합함으로써 세포끼리 접착 시킨다. '카드헤린(Cadherin)'이란 명칭은 '칼슘(Calcium)'과 '접착(Adhere)'을 합성한 것으로 '다케이치 마사토시' 박사와 당시 대학원생들이 지은 것이다.

 '카드헤린(Cadherin)'은 유사 구조를 가진 분자를 포함해 현재 100종 이상 발견되었다. 어떤 '카드헤린(Cadherin)'이든 공통된 구조가 있으며, 일부 구조의 차이가 '카드헤린(Cadherin)' 종류의 차이를 만든다. 같은 종류의 '카드헤린(Cadherin)'을 가진 세포끼리 접착하는 힘이 강하기 때문에 복수의 조직을 분리해 뒤섞은 상태로 배양해도 원래 같은 조직이었던 세포끼리 다시 붙는다. 예컨대 상피 조직에서는 'E-카드헤린(E-Cadherin)'이 나타나고, 신경이나 근육 세포에서는 'N-카드헤린(N-Cadherin)'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서 E는 'Epithelium(상피)'의 머리글자이고, N은 'Neuron(신경)'의 머리글자이다.

 이것은 오랫동안 수수께끼에 싸여 있던 '세포 선별 메커니즘'의 하나라고 생각된다. 수정란이 세포 분열을 반복하며 다양한 조직의 세포로 변해 갈 때, 같은 종류의 '카드헤린(Cadherin)'을 지닌 세포끼리 달라붙어 조직을 이룬다. '카드헤린(Cadherin)'을 발견함으로써 조직이 생기는 메커니즘이 밝혀진 것이다.

 아래의 그림은 카드헤린의 모습을 나타낸 것이다. 카드헤린은 세포의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세포막을 관통하는 형태로 존재하며, 세포의 바깥쪽에 돌출되어 있는 부분은 완만한 커브를 그리는 형태를 그리는 형태를 하고 있다. 세포의 안쪽에서는, 카드헤린은 '카테닌(Catenin)'이라는 그룹의 단백질과 결합해 있다. 그리고 카테닌은 다시 세포 안의 섬유 '액틴(Actin)'과 연결되어 있다. 세포의 바깥쪽에서 카드헤린에 칼슘 이온이 붙으면 카드헤린이 활성화되어 이웃 세포의 카드헤린과 말단끼리 달라붙는다. 무구한 카드헤린이 서로 달라붙으며 세포가 접착된다.

카드헤린(Cadherin)

6. 뇌 연구와 암 연구에도 응용

 '카드헤린(Cadherin)' 연구는 의학 분야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1. 암 연구: 암에는 원래 조직에서 다른 조직으로 이동해 증식해 가는 '전이'라는 현상이 있다. 암세포가 원래의 조직에서 떨어지는 이유는, 암세포에서는 세포 접착의 메커니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실제로 암세포를 자세히 조사하면 '카드헤린' 그 자체가 없어지거나 카드헤린이 활성화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왜 카드헤린이 제대로 작용하지 않는지 알게 되면 암의 전이를 막을 방법도 알게 될 것이다.
  2. 뇌 연구: 또 뇌의 연구에서도 '카드헤린(Cadherin)'이 주목받고 있다. '신경 세포(Neuron)'은 '시냅스(Synapse)'라는 결합 부분에 의해 신경 세포끼리 연결되어 신경회로를 만든다. 그런데 그 시냅스에도 '카드헤린'이 관여하고 있다. 뇌의 부위별로 다른 카드헤린이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다만 '카드헤린(Cadherin)'의 작용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 암세포끼리 접착 방식이 이상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어떻게 카드헤린을 제어하고 있을까? 많은 과학자가 지금도 연구를 거듭하면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