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 아기(Designer Baby)
'게놈 편집(Genome Editting)' 기술을 이용하면, 태어나는 자녀를 질병 없이 살게 할 수도 있다. 한편, 부모의 좋은 형질을 갖게 한 이른바 '맞춤 아기(Designer Baby)'가 태어날 수도 있다. '인간의 디자인'은 현실이 될까?
0. 목차
- '게놈 편집' 기술이 일반적인 보조 생식 기술으로 들어온다.
- 수정란을 편집해 선천적인 병을 예방할 수 있다.
- 수정 능력을 되찾은 정자를 만들어 낼 수 있다.
- '게놈 편집'의 빛과 그림자
- '게놈 편집'의 기술적 과제
- 사람의 유전자 조작은 어디까지 받아들일 수 있을까?
1. '게놈 편집' 기술이 일반적인 보조 생식 기술으로 들어온다.
요즘에는 '보조 생식 기술(ART: Assistive Reproductive Technology)'로 탄생한 신생아의 수가 드물지 않다. 2018년 기준, 덴마크에서는 신생아 10명 중 1명이 '보조 생식 기술'로 탄생했다고 한다. 이런 의료 수단에 힘입어 많은 불임증 부부가 임신과 출산을 거쳐 자녀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보조 생식 기술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그 세 가지란 남성의 정액을 자궁 안에 주입하는 '인공수정(Intrauterine insemination)', '세포질 내 정자 주입법'', 그리고 어떤 방법을 시도한 뒤 냉동해 둔 수정 배아를 자궁으로 이식하는 '동결-융해 배아 이식(Frozen-thawed Embryo Transfer)'이다.
나아가 '수정란(Fertilized Egg)'이 어느 정도의 세포 분열을 거듭한 '배아(Embryo)' 단계에서 일부 세포를 꺼내 DNA를 조사하는 기술도 있다. 이러한 '착상 전 진단(체외 수정으로부터 만들어진 다세포 배아에서 세포를 떼어 내어 질병 유발 돌여변이 존재 여부를 검사하는 산전 진단의 하나)'은 한국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이미 널리 이루어지고 있다. 양수 등에 미미하게 들어 있는 태아 세포의 DNA를 조사하는 기술은 별개의 것이다.
이런 기술이 이용되는 상황은 '게놈 편집(Genome Editing)'이 사람에 대해 사용하는 토대가 된다. 만약 사람의 수정란 등의 DNA에 인공적으로 손을 댈 경우, 작업은 '보조 생식 기술(ART)'과 거의 같다고 상정되기 때문이다. 또 DNA에 손을 댈 경우, 동시에 '착상 전 진단(Preimplantation Diagnosis)'도 이루어질 수 있다. 만약 수정란의 DNA에 손을 댈 경우, 예전 기술인 '유전자 재조합'에서는 성공률이 낮기 때문에, 계산상 1000개 단위의 수정란이 필요했다. 이것은 물리적으로나 윤리적으로 불가능하며, 그래서 시도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정확하고 효율 높은 '게놈 편집(Genome Editing)' 기술인 'CRISPR Cas(크리스퍼 캐스)'이 등장해 상황이 급변했다.
'게놈 편집(Genome Editing)' 기술의 '게놈(Genome)'은 DNA에 표시된 '유전자(Gene)' 등의 정보 '모두(-ome)'를 말한다. 모든 것을 편집할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기술임을 의미한다. 구체적인 특징은 어느 유전자라도 정확하게 목표로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 사용법은 종래에 없을 정도로 정확하고 효율적인, 세포 속에서의 '(Gene Editing)'이다. 2012년에 등장한 제3세대 게놈 편집 기술 'CRISPR-Cas(크리스퍼 캐스)'의 개발자 가운데 한 사람인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버클리 캠퍼스 교수 '제니퍼 다우드나(Jennifer Anne Doudna, 1964~)' 박사는 자신의 저서 등에서 '유전자 편집(Gene Editing)'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2. 수정란을 편집해 선천적인 병을 예방할 수 있다.
출생아의 0.8% 정도를 차지한다는 '단일 유전자병'의 예방에 '게놈 편집(Genome Editting)' 기술을 사용하자는 아이디어가 있다. '단일 유전자병'이란 어느 하나의 유전자 변이가 원인이 되어 일어나는 질병이다. 그 종류는 5000종 이상이라고 한다. 원인이 되는 특정 유전자를 게놈 편집 기술로 바꾸어 놓을 수 있다면, 유아가 병을 갖지 않고 태어날 것으로 생각된다.
아래에는 '게놈 편집의 도구'를 함유한 액체를 사람의 수정란에 주입하고 '게놈 편집'을 하는 순서를 설명했다. 대표적인 '게놈 편집의 도구'가 CRISPR-Cas이다.
- 난자를 채취: 난자의 DNA는 보통 현미경으로는 볼 수 없으며, 여기서는 모식적으로 표현했다. 난자 본체는 투명대라는 껍질에 싸여 있다. 그리고 몸속에서는 무수한 난구 세포에 뒤덮인 상태로 되어 있다.
- 몸 밖에서 수정: 정자는 투명대를 뚫고 맨 앞에 있는 DNA가 난자 속으로 들어감으로써 수정에 이른다. 정자와 난자는 각각 DNA를 가지고 있으며, 그들이 융합함으로써 정상의 수정란 DNA가 된다. 2017까지의 사람 배아에 대한 게놈 편집의 기초 연구에서는 불임 치료에서 정자 2개가 난자 1개와 수정되었기 때문에 폐기될 수밖에 없었던 '비정상 수정란'이 사용되었다. 하지만 2017년부터는 연구를 위해 제작된 수정란이 사용되는 사례도 있다.
- 수정란에 게놈 편집의 '도구'를 주입: 게놈 편집의 도구인 CRISPR-Cas의 실체는 효소 등이다. 그들을 녹인 액체를 세포 분열을 시작하기 전의 수정란에 주입한다. 정자와 함께 주입하는 방법도 보고되었다.
3. 수정 능력을 되찾은 정자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게놈 편집(Genome Editting)'을 남성의 불임 치료에 사용하려는 아이디어도 있다. 남성 불임의 원인 가운데 하나는 'Y염색체'에 있는 유전자의 변이이다. 염색체란 DNA 등이 접혀 들어가 단단하게 뭉쳐져 있는 막대 모양의 구조를 말한다. 염색체의 하나인 Y염색체의 유전자 변이 때문에 정자의 형태나 운동 능력에 이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또 정자가 거의 만들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이들 원인이 되는 유전자를 '복구'하려는 것이다.
먼저 환자 정소의 조직을 꺼내 정자의 바탕이 되는 '줄기세포'를 추출한다. 줄기세포는 분열해서 자기 자신의 '복제품'을 만들어 내는 한편, 다른 종류의 세포도 만들어 낼 수 있는 세포를 말한다. 정자의 바탕이 되는 줄기세포에 '게놈 편집'을 한 뒤 정소로 돌려보낸다. 그러면 몸속에서 게놈 편집된 줄기세포는 세포 분열을 하면서 정자를 만들어 낸다. 그 가운데는 수정 능력을 가진 정자가 포함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다. 이 과정은 다음과 같이 3단계로 정리된다.
- 줄기세포를 추출: 정소의 조직을 꺼낸다. 거기에 들어 있는 정원세포의 일부는 정자의 바탕이 되는 줄기세포이다. 이 줄기세포를 골라낸다.
- 게놈 편집을 해서 정소에 돌려보낸다: 줄기세포에 게놈 편집을 해서 Y 염색체에 있는 유전자를 복구한다. 그 후 줄기세포를 정소에 돌려보낸다.
- 수정 가능한 정자가 만들어진다: 줄기세포는 복구된 DNA를 염색체 형태로 분배하면서 세포 분열을 해서 정자를 만들어 낸다. 만들어진 정자의 일부는 수정 능력을 갖는다.
4. '게놈 편집'의 빛과 그림자
4-1. 바꾸기 쉬운 특성과 바꾸기 어려운 특성
수정란이나 정자, 난자를 '게놈 편집(Genome Editting)'하면 원리적으로는 그들로부터 탄생하는 신생아의 여러 가지 성질을 '디자인(Design)'할 수 있다. 예컨대 '눈동자의 색깔', '피부의 색깔', 'ABO 혈액형' 등은 비교적 소수의 특정 유전자에 의해 정해진다. 만약 그 유전자를 원하는 것으로 바꾸면 원하는 성질을 자식이 갖게 될 것이다. 이러한 특성을 디자인하는 것은 비교적 쉬울 것이다.
하지만 예컨대 '지능(Intelligence)'을 높이는 일이나 '성격(Character)'을 디자인하는 것은 훨씬 어렵다. 왜냐하면 이러한 특성에에는 일반적으로 다수의 유전자가 관련되어, 환경의 영향도 크고, 그들 요인이 복잡하게 관계되기 때문이다. 한편, 키를 크게 하는 게놈 편집은 가능할 것으로 보는 편이다. 물론 키에도 많은 유전자가 관계한다고는 하지만, 각각의 유전자와 그 역할의 대응이 비교적 잘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4-2. 특정 유전자를 원하는 방향으로 편집하면 원하지 않는 다른 영향이 수반될지도 모른다.
일부의 병에 강한 것은 특정 유전자와 관계되므로, 특정 유전자를 원하는 방향으로 편집하면 예상치 못한 다른 영향이 수반되는 경우가 있으리라 생각된다. 따라서 특정 유전자를 바꾸면 어떤 병에 강해지는 대신에 다른 성질은 단념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와 같은 사례는 몇 가지가 알려져 있는데, 그 사례를 아래에 몇 가지 소개한다.
- 낫 모양 적혈구: '낫 모양 적혈구'라는 적혈구의 이상을 가진 사람들을 조사한 결과 말라리아에 대한 저항력이 좋다는 사실이 보고되었다. 이러한 이상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복구했을 경우, 정상인 적혈구를 손에 넣는 대가로 말라리아에 대한 저항력이 약해지리라고 추측된다.
- 에이즈에 잘 걸리지 않게 하는 게놈 편집: 에이즈를 일으키는 'HIV(사람 면역 결핍 바이러스)'는 백혈구의 표면에 있는 수용체 등을 발판으로 해서 침입한다. 많은 사람의 백혈구가 가지고 있는 수용체는 일반적으로 HIV의 침입에 대해 저항력이 없다. 그 백혈구의 수용체 유전자에 대해 게놈 편집을 함으로써 '상처'를 내어, 게놈 편집을 하지 않은 사람에 비해 HIV가 잘 침입하지 못하도록 할 수 있다. 단 HIV가 잘 침입하지 못하는 수용체를 가진 사람의 경우에는 '서나일 열(West Nile Fever)' 바이러스에는 잘 감염된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었다.
- 당뇨병에 잘 걸리지 않게 하는 게놈 편집: 게놈 편집을 통해 당뇨병에 잘 걸리지 않도록 하는 일은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사람은 인류가 '기아의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면 살아남지 못할 수도 있다. 아메리카 대륙의 선주민 중 어떤 살마들은 미국의 생활 환경에서는 당뇨병에 잘 걸리지만, 멕시코의 생활 환경에서는 당뇨병에 잘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다. 그 체질은 인류의 진화에서 생활 환경에 적응해 온 결과이다. 지금 시대에는 당뇨병에 잘 걸리지 않는 것이 최적이라고 해도, 다른 시대에도 적응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5. '게놈 편집'의 기술적 과제
5-1. 목표를 벗어난 게놈 편집의 위험
'게놈 편집(Genome Editting)' 기술의 효율이나 정확성은 완벽하지 않다. 그 원리는 예를 들면, 세포 속에 존재하는 31억 개의 문자라는 길고 긴 '문장' 속에서 불과 20자에 지나지 않는 아주 짧은 '낱말'을 찾아 그 '낱말'의 일부를 고쳐 쓰거나 지우는 것이다. 이때 목표로 한 것과 비슷한 '낱말'을 잘못 고쳐 쓰거나 지워서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예컨대 '나는 인칸이다'→'나는 인간이다'로 고쳐 쓰려고 했지만, 잘못해서 다른 문장을 '나는 민간인이다'→'나는 민칸인이다.'로 고쳐 쓰는 것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즉, 목표로 한 유전자 외에도 비슷한 유전자가 있으면 목표를 벗어나 거기에도 '게놈 편집'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를 '오프 타깃(Off Target)'이라고 한다. 수정란 등의 단계에서 게놈 편집을 해서 '오프 타깃(Off Target)' 변이가 간과될 경우, 유아의 온몸의 세포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만약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중대한 의료 사고이다.
CRISPR-Cas은 인공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두 가지 요소가 합체되어 이루어져 있다. 목표로 한 유전자를 찾는 것을 맡는 끈 모양의 '가이드 RNA(Guide RNA)'와 찾은 유전자를 절단하는 등의 역할을 맡은 Cas 단백질이다. 단백질 부분인 Cas에는 종류가 있으며,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것이 'Cas9(캐스9)'이다. 한편, 가이드 RNA에는 DNA와 짝을 이루어 서로 달라붙는 성질을 가진 '염기(Base)'가 늘어서 있다. 이 염기의. 배열은 의도한 대로 설계할 수 있으므로, DNA의 목적하는 유전자 부분과 결합시킬 수 있다. 그러나 목적하는 것과 미세하게 다른 염기 배열이 있으면, 거기에도 잘못 결합하는 경우가 있다.
5-2. '편집된 세포'와 그렇지 않은 세포'가 섞일 위험
또 하나의 문제는 목표로 한 게놈 편집이 이루어지기 전에 수정란이 세포 분열해, 게놈 편집이 되지 않은 세포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이런 '수정 누락'이 만약 생긴다면, '게놈 편집된 세포'와 '그렇지 않은 세포'가 온몸에서 섞일 가능성이 있다. 그래도 문제가 없는 경우도 있지만, 편집을 제어할 수 없다는 점은 우려된다. 어느 경우라도 자궁으로 다시 이식되면 복원하지 못한다. 적어도 '게놈 편집'을 한 수정란 등의 유전자 검사, 즉 '착상 전 검사'는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6. 사람의 유전자 조작은 어디까지 받아들일 수 있을까?
사람의 수정란에 게놈 편집을 하는 기초 연구가 처음 보고된 것은 2015년 4월 18일의 일이었다. 그와 전후해 여러 국제 학회나 정부 기관, CRISPR-Cas9을 만든 이를 포함한 여러 연구자들이 성명을 발표했다. 그리고 윤리·사회·법률 등 여러 측면에서 계속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 디자인과 치료의 선을 그을 수 없다는 문제: 만약 게놈 편집이 임상에 응용된다면 어디서부터 디자인이며 어디서부터 치료인지 과연 선을 그을 수 있을까? 예컨대 키를 늘이거나 시력을 좋게 하는 게놈 편집은 디자인일까? 당사자 입장에서 작은 키나 시력 저하는 병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 세대를 초월해 영향을 미친다는 문제: 그리고 수정란에 대한 게놈 편집은 그 부모와 자식에만 관계된 문제가 아니다. 왜냐하면 수정란에 대한 게놈 편집의 결과는, 그것을 함으로써 태어난 사람 자신의 정자와 난자에도 이어지고, 나아가서는 손자·손녀 이후의 세대에게도 이어지기 때문이다.
- 태어나는 자녀 자신의 동의를 받을 수 없다는 문제: 또 다른 문제로는 '게놈 편집'되는 단계에서 수정란 그 자체, 즉 태어나는 자녀 자신의 동의를 얻는 일이 원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또 '생명을 선택한다'는 결과도 피할 수 없다. '게놈 편집'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배아는 폐기될 것이다. 이것은 '최대의 유아 학대'라는 의견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질병을 가진 것이 확실한 배아를 자궁으로 이식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6-1. 다우드나 박사 등이 발표한 4가지 행동 계획
많은 연구자들이 게놈 편집의 졸속 임상 응용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아래의 4가지는 CRISPR-Cas9의 게놈 편집 기술을 개발한 '제니퍼 다우드나(Jennifer Doudna, 1964~)' 박사를 포함한 주로 미국의 연구자 18명이 발표한 네 가지 행동 계획이다. 2015년 3월 과학지 Scienced에 발표된 논문 등을 바탕으로 개요를 정리했다.
- 임상 목적으로는 자숙: 연구자나 정부에서 논의되는 동안은 사람에 대한 임상 응용을 위해 수정란 등에 게놈 편집을 하는 어떤 시도도 강하게 반대한다. 그런 시도가 법률 위반이 되지 않는, 규제가 느슨한 나라에서도 삼가야 한다.
- 공개 토론의 장 설정: 과학 전문가와 생명 윤리 전문가는 포럼을 열자.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생물학의 새로운 시대, 즉 유전병을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과, 윤리적·사회적·법적 영향 양쪽에 대해 정보와 교육을 제공하자.
- 기술 검증과 개발을 계속: 연구자들은 게놈 편집을 기술을 검증하는 투명성 있는 기초 연구를 계속하기 바란다. 이런 기초 연구는 장래에 임상 응용이 가능해졌을 때 매우 중요하다.
- 국제회의 개최: 과학과 생명 윤리학의 전문가 이외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망라해 국제적인 회의를 개최하자. 이해관계자란 시민 단체나 정부 기관, 당사자 단체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