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처 우주 망원경'이 보내온 영상들
'스피처 우주 망원경(Spitzer Space Telescope)'은 NASA가 2003년 8월에 발사하고, 16년 동안 활약한 후, 2020년 1월에 운용을 마친 '적외선 우주 망원경'이다. '스피처 우주 망원경'은 먼지를 통과하는 '적외선(Infrared Ray)'으로 촬영한 영상으로 '가시광선(Visible Ray)'으로는 절대 볼 수 없는 우주의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스피처 우주 망원경'은 발사 당시에는 적외선 중에서도 특히 파장이 긴 '원적외선(0.03~0.3mm)'을 관측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09년 장치의 냉각제가 고갈된 후에는 파장이 짧은 적외선 촬영만 할 수 있게 되었다. '스피처 우주 망원경'이 지구로 보내온 영상들을 살펴보자.
0. 목차
- 우주의 어둠 속에 떠 있는 수많은 '거품'
- 기록에 남은 가장 오래된 초신성
- 50억 년 후의 태양의 모습
- 고속으로 날아가는 별이 충격파를 만든다.
- 충돌하는 은하에서 일어나는 별의 탄생과 죽음
- 계속 이어지는 별들의 탄생
- 먼지에 묻힌 원시별의 집단
- 그 외의 성과
1. 우주의 어둠 속에 떠 있는 수많은 '거품'
가스나 먼지가 진하게 밀집된 영역에서는 풍부한 재료를 바탕으로 거대한 항성이 탄생한다. 탄생한 항성은 항성풍을 통해 주위의 가스와 먼지를 날려 보내 '거품'같은 구조를 만든다. 항성에서 오는 자외선이 이 거품에 닿으면, 가스와 먼지에서 자외선이 방출된다. 따라서 적외선으로 관측하면, 커다란 항성 주변에서 빛나는 '거품'을 볼 수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항성 자체에서 나오는 빛이 먼지 등에 가려 관측할 수 없어도, 거품의 개수를 통해 거대한 항성이 어느 정도 탄생했는지 알 수 있다.
별을 일생을 마칠 때도 또 다른 거품 같은 구조를 만들어 낸다. 별의 생애 최후에 만들어진 거품으로는 '초신성 잔해'와 '행성상 성운'이 있다. '초신성 잔해'는 태양의 8배 이상의 질량을 가진 거대 항성이 일생의 마지막에 일으키는 '초신성 폭발(Supernova Explosion)'로 인해 별을 형성하고 있던 물질이 우주로 날아가면서 생긴다. 한편, 행성상 성운'은 태양 정도 크기의 항성이 최후에 자신을 구성하는 가스를 밖으로 방출해 형성한다.
1-1. 초록색 불덩어리
- 천체 이름: RCW120
- 촬영 일시: 2011년 6월 14일
- 거리: 4300광년 (전갈자리 방향)
아래의 사진은 '전갈 자리(Scorpius)' 방향으로 지구에서 4300광년 거리에 있는 'RCW 120'이라는 천체이다. 이 천체는 적외선으로만 관측할 수 있는 '적외선 천체'이다.
이 거품의 중심에는 2개의 젊은 대질량 항성이 있다. 그들 항성에서 나온 자외선이 '항성풍(Stellar Wind)'에 의해 날린 먼지에 닿아, 먼지가 적외선을 방출하고 있다. 자외선을 받은 먼지는 그 성분에 따라 특유한 파장의 적외선을 방출한다. 거품을 둘러싼 초록색은 '다환 방향족 탄화수소(Polycyclic Aromatic Hydrocarbons)'를 나타낸다. 거품 중심부의 빨간 부분은 항성풍에 날리지 않고 남은 저밀도 먼지를 나타낸다. 이런 거품은 흔한 것으로, 대부분의 대질량 항성은 이런 거품을 만든다.
1-2. 거품을 발견해 천문학에 큰 공헌
- 천체 이름: 우리 은하 프로젝트(Milky Way Project)
- 촬영 일시: 2012년 3월 7일
아래의 영상 3장은 '우리 은하 프로젝트(Milky Way Project)'의 영상이다. 이 프로젝트는 스피처 우주 망원경이 촬영한 수많은 영상에서 '거품'을 찾아내는 작업을 일반인의 힘을 빌려서 한 것이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스피처 우주 망원경'이 촬영한 영상에서 거품처럼 보이는 부분을 개인 컴퓨터로 찾아내 동그라미를 그렸다.
가장 왼쪽이 원래 영상의 한 예이며, 중앙은 다수의 참가자가 그린 동그라미를 겹쳐 합친 것이다. 그리고 가장 오른쪽은 참가자가 그린 동그라미를 참고로 작성된 거품 카탈로그이다. 우주에 떠 있는 거품의 형태는 완전한 원이 아니라 비틀리거나 잘려 있다. 따라서 컴퓨터를 통한 영상 해석으로는 거품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2. 기록에 남은 가장 오래된 초신성
- 천체 이름: RCW86
- 촬영 일시: 2011년 10월 26일
- 거리: 8000광년 (컴퍼스자리 방향)
아래의 영상은 '컴퍼스 자리(Circinus)' 방향으로 약 8000광년 거리에 있는 'RCW86'이라는 초신성 잔해이다. '스피처 우주 망원경(Spitzer Space Telescope)', 'WISE(와이즈)', 'X MM-Newton', '찬드라 X선 관측 위성(Chandra X-ray Observatory)'의 데이터를 합성해서 만들었다. 빨간색과 노란색은 '적외선', 파란색과 초록색은 'X선'이다. '적외선'은 극저온의 먼지를 나타낸다. 한편 'X선'은 초신성 폭발에서 나온 충격파에 의해 수백만℃까지 뜨거워진 가스를 나타낸다.
거대 항성의 폭발로 인해 생긴 '초신성 잔해'는 폭발 후에 시간이 지남에 따라 퍼져나간다. 따라서 그 퍼진 정도를 통해 폭발한 시기를 '역산(Inverse Operation)'할 수 있다. 예전에는 이 초신성 잔해가 대략 1만 년 전에 폭발했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최근의 관측을 통해 약 2000년 전에 폭발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것은 서기 185년의 중국의 관측 기록에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초신성의 발견 시기와 일치한다. 따라서 RWC86은 중국에서 관측된 그 초신성의 잔해로 생각된다.
3. 50억 년 후의 태양의 모습
- 천체 이름: 아령 성운(Dumbbell Nebula)
- 촬영 일시: 2011년 8월 10일
- 거리: 1360광년 (여우 자리 방향)
아래의 영상은 '여우 자리(Vulpecula)' 방향으로 1360년 광년 거리에 있는 '아령 성운(Dumbbell Nebula)'이다. 이 성운은 지구에서 비교적 가까운 곳에 있기 때문에, 큰 쌍안경으로도 관측할 수 있다. 가시광선으로 보면 양 끝에 추가 달린 아령처럼 보여 이런 이름이 붙었다.
이 천체는 태양 정도 크기인 항성의 종말기의 모습인 '행성상 성운'이다. 태양도 50억 년 후에는 이런 모습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고성능 망원경으로 보면, 항성이 주위로 가스를 분출해 넓은 범위의 공 모양을 이루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적외선으로 보면 가시광선과는 전혀 다른 리본과 같은 모습을 볼 수 있다. 심부에 남은 고온의 별이 내는 자외선과 열로 인해 주변 물질이 적외선을 방출하고 있다. 리본을 자세히 보면, 빨갛고 가는 줄이 방사 형태로 바깥 쪽으로 뻗어 있다. 이 빨간 줄은 수소의 가스와 먼지가 섞인 것으로 생각된다.
4. 고속으로 날아가는 별이 충격파를 만든다.
- 천체 이름: 카이오페아자리 카파별(Cassiopeia Kappa Star)
- 촬영 일시: 2014년 2월 20일
- 거리: 4000광년
우주 공간을 초고속으로 날아가는 별을 적외선으로 포착했다. 영상의 한가운데, 빨간빛의 왼쪽 위에 보이는 '카이오페아자리 카파별(Cassiopeia Kappa Star)'은 초속 1000km 이상의 속도로 날아가고 있는 항성이다. 지구에서 4000광년 거리에 있다.
'카이오페아자리 카파별(Cassiopeia Kappa Star)'의 오른쪽 아래에 있는 빨간색 활 모양의 빛은 '활모양 충격파'이다. 카시오페이아 카파별의 진행 방향으로 4광년 떨어진 곳에 있다. 이 활모양 충격파는 고속으로 움직이는 '카이오페아자리 카파별(Cassiopeia Kappa Star)'의 진행 방향으로 4광년 떨어진 곳에 있다. 이 활모양 충격파는 고속으로 움직이는 '카이오페아자리 카파별(Cassiopeia Kappa Star)' 때문에 생기는 '성풍(별 표면에서 나오는 가스의 흐름)'이 우주 공간을 떠다니는 먼지에 부딪쳐, 먼지가 뜨거워지면서 적외선을 방출하는 것이다. 카시오페이아 카파별 자체는 어두운 밤하늘에서는 맨눈으로도 관측할 수 있지만, 활모양 충격파는 적외선으로만 볼 수 있다.
5. 충돌하는 은하에서 일어나는 별의 탄생과 죽음
- 천체 이름: IC2163, NGC 2207
- 촬영 일시: 2014년 12월 11일
- 거리: 1억 3000만 광년 (큰개자리 방향)
아래 영상은 '큰개자리(Canis Major)' 방향으로 1억 3000만 광년 거리에 있는 'IC2163'과 'NGC 2207'이다. 왼쪽이 IC2163이고 오른쪽이 NGC 2207이다. 2개의 은하가 서로 끌어당겨 충돌하는 현장을 포착한 것이다. '허블 우주 망원경(Hubble Space Telescope)'의 '가시광선(파란색, 빨간색, 초록색)', '찬드라 X선 관측 위성(Chandra X-ray Observatory)'의 'X선(보라색)', '스피처 우주 망원경(Spitzer Space Telescope)'의 '적외선(빨간색)' 관측 결과를 합성해서 만들었다.
은하가 충돌하면 2개의 은하에서 가스와 먼지의 활발한 흐름이 생긴다. 그러면 가스와 먼지가 모이는 부분이 생기고, 짙게 모인 부분에서 새로운 별이 활발하게 만들어진다. '스피처 우주 망원경'이 관측한 적외선은 그러한 가스와 먼지가 짙게 모인 영역에서 방출되고 있다. 적외선이 관측된 장소는 별이 활발하게 형성되는 곳이다. 한편 X선은 거대한 별이 일으킨 대폭발인 '초신성 폭발' 때 등, 수명을 다한 별에서 방출된다. 이 영상에서 보라색 공처럼 보이는 것 하나하나가 별이 죽은 모습니다. 2개의 은하 내부에는 별의 탄생과 죽음이 되풀이되고 있다.
6. 계속 이어지는 별들의 탄생
- 천체 이름: IC417 - 거미와 파리 성운(Spider and Fly Nebula)
- 촬영 일시: 2016년 4월 14일
- 거리: 10000광년
지구에서 약 1만 광년 거리의 성운 'IC417'은 '거미와 파리 성운(Spider and Fly Nebula)'이라고도 불린다. 영상에 보이는 것은 파리를 붙잡으려고 하는 '거미' 부분이라고 한다. 이 영상은 다양한 파장의 적외선으로 관측한 영상을 합성한 것이다. (파란색: 1.2μm, 황록색: 3.6μm, 주황색: 4.6μm)
영상 중심 부근에 보이는, 별들을 넓게 가리고 있는 노란 베일 같은 영역에서는 수소 가스 등으로 이루어진 '분자운(Molecular Cloud)'이 막 태어난 별의 빛을 받아 빛나고 있다. 오른쪽의 중앙에 있는 별이 밀집한 영역은 'Stock8'이라는 젊은 별의 집단이다. 젊은 별들이 탄생하면, 그 영향으로 주변의 분자운이 감소해 아무것도 없는 영역이 생기거나, 반대로 분자운이 압축되어 다시 새로운 별이 탄생하는 경우가 있다. 이 영상 가운데에서 왼쪽으로 줄지어 보이는 주황색 별들은 Stock 8의 별들이 탄생한 여파로 탄생한 '제2 세대 별'들로 생각된다. 빛을 받아 빛나는 분자운과 막 태어난 저온의 별은 적외선으로만 관측할 수 있다.
7. 먼지에 묻힌 원시별의 집단
- 천체 이름: 뱀자리 구름 핵(Serpens Cloud Core)
- 촬영 일시: 2014년 5월 28일
아래 영상은 '뱀 자리(Serpens)'에 있는 별의 탄생 현장을 포착한 것이다. 이 영상은 '스피처 우주 망원경(Spitzer Space Telescope)'의 관측 결과와 '2MASS(2Micron All Sky Survey)' 프로젝트로 얻은 결과를 합성해서 만들었다. '빨간색'과 '노란색' 부분은 '스피처 우주 망원경의 관측 부분이고, '파란색' 부분은 '2MASS'의 관측 부분이다. 중앙에서 희푸르게 빛나는 별 주위에서는 노란색 무늬가 많이 보인다. 이들 대부분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원시별이다. 이곳은 짙은 먼지로 뒤덮인 영역으로, 내부에서는 활발하게 별이 태어나고 있다. 다만 먼지에 가려 있기 때문에 가시광선으로는 이 원시별의 집단을 볼 수 없다.
영상에 보이는 별들 가운데 화살표로 가리킨 노란색 벽에서는 어렴풋한 빛줄기가 왼쪽 위 방향으로 뻗고 있다. 그 이유는 이 별에서 '제트'가 분출되기 떄문이다. 제트는 막 태어난 원시별 특유의 현상이다.
8. 그 외의 성과
8-1. 물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외계 행성을 발견
지구에서 약 39광년 거리에 있는 '트라피스트 1(TRAPPIST-1)' 주위를 공전하는 행성의 상상도이다. '트라피스트 1' 주위에는 7개의 행성이 돌고 있다. 이 가운데 4개는 스피처 우주 망원경'으로 발견한 행성이다. 그리고 스피처 우주 망원경의 관측을 통해, 7개 행성 가운데 3개는 '액체의 물이 존재할 수 있는 영역(Habitable Zone)'에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8-2. 그 외의 성과
- 우주 공간에서 '풀러렌'을 발견: '스피처 우주 망원경(Spitzer Space Telescope)'은 60개의 탄소 원자가 축구공처럼 결합해 생긴 '풀러렌(Fullerene)'이라는 분자를 우주 공간에서 처음으로 발견하였다.
- 토성 둘레에서 거대한 고리를 발견: '토성(Saturn)'에서 약 600만~1200만 km 거리에 있는, 얼음과 먼지로 이루어진 거대한 고리를 발견했다.
- 외계 행성의 대기 분자를 직접 관측하는 데 성공: '스피처 우주 망원경(Spitzer Space Telescope)'은 외계 행성의 대기 분자를 처음으로 관측한 망원경으로도 유명하다. '허블 우주 망원경'과의 공동 관측을 통해 2개의 외계 행성 대기에서 이산화탄소·메탄·수증기를 검출하는 데 성공했다. 이 그림은 관측 결과를 바탕으로 그린 행성의 상상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