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시(Myopia)
사람은 외부 세계 정보의 80~90%를 시각을 통해 얻는다. 현대인은 밤낮으로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보며 눈을 혹사하고 있으며, 근시나 난시를 가진 사람들도 적지 않다. 특히 근시가 심한 사람은 나이가 많아지면서 '망막 박리(Daetachment of the Retina)' 등의 질환에 걸리기 쉬워 실명의 위험도 높아진다. '시력 저하'나 '중도 실명'은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사회적 손실도 크다. '근시 예방'에 대한 기초 지식과 '시력 회복'에 대한 의료 기술들에 대해 알아보자.
0. 목차
- 시력은 주관적인 측정값이다.
- 서울 인구의 96.5%가 근시
- 자색광 빛을 쏘이면 근시의 진행이 멈춘다?
- 근시의 시력 회복을 도와주는 기술
- 고도 근시의 시력 회복을 도와주는 기술
1. 시력은 주관적인 측정값이다.
시각이란 외부로부터 빛을 받거나 사물의 색깔·형태·깊이 등을 인식하는 감각을 말한다. 그 가운데 '눈(Eye)'은 빛을 감지해 전기 신호로 변환함으로써 외부 세계의 정보를 뇌에 보내는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눈은 다른 기능을 가진 복수의 조직으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눈에 들어온 빛은 '각막(Cornea)'이라는 투명한 조직에서 굴절되고 '홍채(Iris)'에 의해 빛의 양이 조절된다. '동공(홍채의 중심에 있는 동그란 구멍)'이 밝은 공간에는 작아지고 어두운 공간에서는 커지는 것은 '홍채'가 작용함에 따라 생기는 현상이다. 홍채 안쪽에는 '수정체(Lens)'라는 '렌즈(Lens)'가 있다. '수정체'는 단단한 젤리처럼 탄력을 지닌 조직으로, 카메라 렌즈처럼 초점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수정체에서 굴절된 빛을 안구 안쪽에 있는 '망막(Retina)'에 도달한다.
'망막'은 10종이나 되는 신경계의 세포가 층 모양으로 겹쳐진 주고로, 획득한 빛 정보를 전기 신호로 변환해 신경계에 전달하는 작용을 한다. 이 전기 신호가 신경계에서 뇌로 전해지면서 우리는 물체의 형태나 색을 인식하게 된다. 눈의 좋고 나쁨을 말할 때 사용하는 '시력'은 사물을 보는 능력의 정도를 측정한 주관적'인 값이라고 할 수 있다. '시력 검사'라고 하면 '란돌트 고리(Landolt Ring)'라고 하는 알파벳 C 모양의 고리가 끊어진 방향을 가리키는 검사를 떠올리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고리가 끊어진 방향을 안다면, 끊어진 양 끝을 별개의 물체로 인식할 수 있는 것으로 간주되며, 더 작은 고리로 같은 검사를 계속한다. '란돌트 고리(Landolt Ring)'의 끊어진 두 점과 눈이 이루는 각도를 '시각(Angle of View)'이라고 하며, '시각의 역수'를 시력으로 정의한다. 맨눈 상태에서 1.0 시력의 경우 '정상으로 간주한다. 하지만 각막이나 수정체에서 빛이 제대로 굴절되지 않거나 안구의 형태가 변형되면, 멀리 잇는 물체를 보기 어려운 '근시(Myopia)', 가까운 물체를 보기 어려운 '원시(Hyperopia)', 물체가 겹쳐 보이는 '난시(Astigmatism)' 등이 생긴다.
2. 서울 인구의 96.5%가 근시
'근시'가 진행됨에 따라 '친판에 글씨가 잘 보이지 않는 경험을 한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2019년 대한 안경사 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중고등학생 3명 중 1명은 근시에 시달린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그리고 2021년에는 권위 있는 연구지인 '네이처(Nature)'에서 서울 인구의 96.5%가 근시라고 하였다.
2-1. 근시의 원인
근시를 일으키는 원인은 다양하다. 근시의 대부분은 안구의 길이 '안축장'이 길어지면서, 즉 '안구의 길이'가 길어지면서 초점이 맞지 않게 되는 '축성 근시(Axial Myopia)'이다. '안축장(Axial Length)'이란 눈동자에서 '안저(Fundus)'까지의 길이를 말한다. '축성 근시'는 프로젝터를 사용해 스크린에 영상을 비출 때, 스크린의 위치를 뒤로 움직이면 영상이 흐려지는 모습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 정시안(Emmetropia): 초점이 망막 위에 맺힌다.
- 축성 근시(Axial Myopia): 안축장이 길어, 초점이 망막 앞에 맺힌다.
- 축성 원시(Axial Hyperopia): 안축장이 짧아, 초점이 망막 뒤에 맺힌다. 근시와는 반대로 안축장이 짧아지면, 가까운 것을 보기 어려운 '원시'가 된다. 그리 심하지 않은 원시일 경우, 수정체를 통해 초점을 조절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젊은이들 가운데는 '먼 것과 가까운 것 모두 잘 보인다'는 사람이 많다.
- 난시(정난시): 각막이나 수정체에서 빛의 굴절의 정도가 방향에 따라 다르면, 초점이 하나로 맺히지 않으아 물체가 이중으로 보이거나 흐릿하게 보이는 난시가 생긴다. 난시도 굴절 이상의 하나이지만 안축장에 이상이 없어도 생긴다.
2-2. 근시의 정도 측정
'근시의 정도'는 란돌트 고리를 이용한 시력 검사만으로는 측정할 수 없다. 자각적인 시력 검사와 달리 '굴절력 정도'를 객관적으로 측정해서 얻는 '디옵터(Diopter)'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근시의 경우 -3디옵터까지를 '경도 근시', -6디옵터까지르 '중등도 근시', -9디옵터까지를 '고도 근시', 이보다 심한 -9디옵터 이상을 '초고도 근시'라고 한다. '초고도근시'는 그 자체를 질환으로 보기 때문에 '병적근시(Pathologic Myopia)'라고한다. 일반적으로 안축장이 1mm 길어지면 약 -3디옵터 정도의 근시가 진행된다고 한다. 안경이나 콘택트렌즈를 만들 때는 '시력'과 '디옵터 값'이 필요하지만, 최근에는 근시의 진행을 예방한다는 관점에서 '안축장의 측정도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다.
'노안(Presbyopia)'은 원시와 혼동하기 쉽지만, 전혀 다른 것이다. 노안은 나이가 들면서 수정체가 딱딱해지면서 초점 조절 능력이 떨어짐에 따라, 가까운 물체를 보기 어려워지는 증상을 말한다. 유아는 +2디옵터 정도의 원시로, 성장에 따라 안축장이 길어지면서 6~7세에 이르러 정시안이 된다. 다만 원시가 심한 어린이의 경우 '사시(사물을 바라볼 때 눈의 방향이 좌우로 쏠리는 상태)'나 '약시(안경을 통해 교정해도 시력이 충분히 좋아지지 않는 상태)'가 생길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3. 자색광 빛을 쏘이면 근시의 진행이 멈춘다?
일본 게이오기주쿠 대학 의학부안과학 교실의 '쓰보다 가즈오' 교수는 근시의 진행을 억제할 가능성을 가진 방법을 찾았다. 그것은 360~400nm의 파장을 가진 '자색광(Violet Light)'을 쏘이는 것이다. 사람의 눈에 보이는 것은 360~830nm 정도의 빛이며, 이 영역을 '가시광선'이라고 한다. 그리고 '가시광선'보다 파장이 짧은 빛을 '자외선', 파장이 긴 빛을 '적외선'이라고 한다. 가시광선은 파장이 긴 쪽부터 '빨간색', '주황색', '노란색', '초록색', '파란색', '남색', '보라색' 등으로 보인다. '자색광'은 가시광선 중에서 파장이 가장 짧은 보라색 빛이다. 보라색 빛이 근시 예방의 열쇠로 생각되는 이유는 뭘까?
'쓰보다 가즈오' 교수는 '실외 활동을 하는 어린이가 하지 않는 어린이에 비해 근시 비율이 낮다.'는 연구 결과를 보고 자색광을 확신하게 되었다고 한다. 최근 세계 각지에서 연구가 진행되면서, 하루에 실외에서 2시간 이상 지내는 어린이는 근시가 되는 비율이 낮아진다는 보고가 있었다. 그리고 이 원인으로는 '운동'과 '태양광'이 고려되었는데, '태양광'이 더 많이 기여한다는 사실까지 밝혀졌다.
'쓰보다 가즈오' 교수는 이들 보고가 나오기 훨씬 전부터 '눈 안에 작은 렌즈를 삽입해 굴절 이상을 교정하는 수술'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수술 후의 경과를 관찰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사실을 발견했다. 수술에는 '플라스틱제 렌즈'와 '실리콘제 렌즈' 두 종류를 사용했는데, '실리콘제 렌즈'를 삽입한 사람은 '플라스틱제 렌즈'를 삽입한 사람에 비해 '안축장의 증가율'이 작아졌다. 렌즈를 자세히 조사했더니 '실리콘제 렌즈'만 자색광을 통과시킨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결국 부모가 근시인 어린이나 공부시간이 긴 어린이도 태양광에 포함된 자색광을 쏘임으로써 근시를 예방하거나 진행을 억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쓰보다 가즈오' 교수는 동물을 이용해 그 메커니즘도 검토했다. 그 결과, 자색광이 눈의 망막에서 근시의 억제에 관여한다고 생각되는 EGR1이라는 유전자를 활성화시킨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리고 자색광이 망막의 세포에 있는 '특수한 수용체'의 기능에 관여하고 있을 가능성도 발견했다. 그리고 안경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회사 'JINS(진스)'와 함께 '자외선이나 청색광은 차단하지만, 자색광은 투과시키는 렌즈'를 개발하고 상품화까지 하였다.
4. 근시의 시력 회복을 도와주는 기술
아래에 소개한 치료 방법은 눈의 상태에 따라 실시할 수 없는 것도 있으므로, 치료를 생각할 때는 안과 의사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
4-1. 라식 수술
안경이나 콘탠트렌즈를 사용하지 않고 근시를 교정하는 기술로 많은 사람이 '라식 수술'을 떠올렸을 것이다. 라식은 레이저광을 사용해 각막 내부를 깎아 각막의 곡률을 바꿈으로써 굴절 이상을 교정하는 수술이다. 비용이 비싸기는 하지만 15분 정도의 수술로 입원할 필요도 없기 때문에, 2000년 이후 전 세계에서 4000만 건 이상의 수술이 이루어졌다.
라식 수술을 받기 위해서는 각막 두께가 일정 수준 이상이고, '망막 박리(안구 안에 붙어있는 망막이 떨어나가는 현상)' 등의 질환이 없고 18세 이상이어야 한다는 등의 조건이 있다. 대한 안과 학회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수술하면 안정성과 효과가 높다고 한다. 수술 후 얼마 동안 안구가 건조해지기 수비다고 하지만, 지금은 안구가 건조해지지 않는 최첨단 레이저 교정 수술인 '릴렉스 스마일(ReLEx SMILE)'이 실용화되고 있다.
4-2. 각막 굴절 교정술
또 잠잘 때 특수한 콘택트렌즈를 착용함으로써, 수술을 하지 않고 물리적으로 각막의 형상을 교정해 굴절 이상을 개선하는 '각막 굴절 교정술(Orthokeratology, 오르소케라톨로지)'이라는 치료 방법도 있다. 이 콘택트렌즈는 아침에는 빼지만, 가막의 형상은 어느 정도 유지되기 때문에 맨눈으로 생활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각막의 형상이 원래 형상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콘택트렌즈를 착용해야 한다.
4-3. '아트로핀'이 배합된 안약 사용하기
굴절 이상의 교정과는 다르지만, 안약을 사용해 근시 진행을 억제하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아트로핀(Atropine)'이라는 물질이 저농도로 배합된 안약을 넣어 근시의 진행을 억제하는 것이다. 다만 농도가 낮으면 효과가 적거나 '안축장'이 늘어나는 것을 막을 수 없기 때문에 새로운 검토가 필요하다.
5. 근시의 시력 회복을 도와주는 기술
'고도 근시'의 경우는 '안축장'이 길어졌기 때문에, 망막이나 신경계 등이 얇게 늘어나 있어 출혈 등이 일어나기 쉽다. 따라서 다양한 눈병이 생길 위험도 높아진다. 예컨대 중도 실명 원인의 1위를 차지하는 '녹내장'의 경우, '고도 근시'인 사람은 근시가 아닌 사람보다 2.6배 생기기 쉽다고 한다. 녹내장은 진행될 때까지 자각 증상이 없다. 그래서 본인이 알아차리기 어려워 시력 장애나 실명을 초래하는 원인이 된다. 그 밖에 '망막 박리', '황반 원공', '맥락막 신생 혈관'이라는 눈병도 고도 근시 때문에 생길 위험이 높으며, '중도 실명'의 주요 원인이 된다. '중도 실명'은 중증 장애로, 우울증이나 낙상 골절의 위험도 높아진다. 당사자의 공포나 고통만이 아니라, 가족의 부담과 경제적 손실도 커진다.
5-1. 실명 직전 단계의 시력도 회복시켜 주는 BMI
일본 오사카 대학 대학원 생명기능 연구과의 '후지카도 다카시' 특임 교수는 실명 직전의 환자에게 미약한 빛이라도 돌려주기 위해 '인공 망막'을 사용한 '뇌-기계 인터페이스(BMI: Brain Machine Interface)'를 개발하였다. 치료 대상은 시각 장애의 원인인 '망막 색소 변성' 등의 환자로, 시신경과 망막에 있는 신경 세포가 겨우 남아 있는 환자이다. 인공 망막은 4개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눈 흰자위에 집어넣는 다극 전극', '귀 뒤쪽 피하에 집어넣는 전자 기기', '소형 CCD 카메라를 탑재한 안경', '휴대형 소형 배터리'이다. 사용 방법은 다음과 같다.
- 사용할 때는 전원을 넣어 시스템을 작동시키고 안경을 착용한다.
- 그러면 CCD 카메라가 포착한 영상이 전자 기기에 보내지고 다시 다극 전극으로 전송된다.
- 그 전기 신호가 망막에 남아 있는 신경 세포를 자극하고 시신경을 거쳐 뇌로 전해진다.
- 그 결과, 유사 시각을 얻을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머그컵을 보면 흰 점의 집합체로 인식된다. 유사 시각은 색깔이 없지만, 밝기에 따라 '콘트라스트(밝은 곳과 어두운 곳의 차이)'를 줄 수 있다.
망막이 정상이면 '빛의 삼원색(빨강·초록·파랑)'을 따로따로 인식할 수 있다. 따라서 세 가지 색의 조합을 통해 컬러풀한 영상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인공 망막은 망막을 일괄적으로 자극하기 때문에 하얀색으로 보인다. 전기 신호의 강도를 조절하면 하얀색에서 검은색까지 농담의 상으로 인식할 수 있게 된다.
5-2. 다른 제품들
- Second Sight Medical Product 사의 '디 아거스 투(The Argus Ⅱ)': 잃어버린 망막 기능을 대체하는 기술도 세계적으로 개발되고 있다. 예컨대 미국의 회사 Second Sight Medical Product에서는 '후지카도 다카시' 교수와 거의 같은 원리의 시스템 '디 아거스 투(The Argus Ⅱ)'을 개발해 2011년부터 판매하고 있다.
- OrCam 사의 인공지능 안경: 2018년에는 이스라엘의 회사 'OrCam(오컴)'이 모든 시각 장애인을 대상으로 인공지능이 탑재된 안경을 발매했다. 이 안경 옆에 달린 소형 카메라가 포착한 영상을 AI가 분석해 음성으로 전해지는 것으로, 다양한 언어를 지원하는 기종이 판매되었다. 이 안경은 가족이나 지인 등을 등록해 인식하는 것 외에도 간단한 동작이나 손가락으로 가리킨 문자 등도 음성으로 변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