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기회론(Crime Opportunity Theory)
범죄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범죄가 일어나기 쉬운 장소'와 '범죄가 일어나기 어려운 안전한 장소'를 알아야 한다. 이러한 개념을 범죄 과학에서는 '범죄 기회론(Crime Opportunity Theory)'이라고 한다. 사람들이 널리 믿고 있는 '방법 상식'에는 잘못된 점도 적지 않다. 범죄 관련 상식을 뒤엎는 범죄 과학 '범죄 기회론'에 대해 알아보자.
0. 목차
- '범죄 원인론'과 '범죄 기회론'
- '수상한 사람 주의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 '침입하기 쉬운 장소', '눈에 잘 띄지 않는 장소'가 위험하다.
- 심리적으로 눈에 잘 띄지 않는 장소
- '푸른빛 가로등'에는 방범 효과가 있는가?
- 감시 카메라가 효과적이지 않은 경우도 있다.
- 범죄 다발 지점을 중점적으로 순찰해야 한다.
1. '범죄 원인론'과 '범죄 기회론'
범죄는 왜 일어날까? 범죄를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현재 범죄 과학에서는 범죄를 없애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범죄를 분석하고 있다. 범죄를 분석하는 방법 중에는 '범죄 원인론'과 '범죄 기회론'이라는 것이 있다.
- 범죄 원인론(Crime Causation Theory): 범죄 과학 가운데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 주목하는 경우가 흔히 있다. 즉 '왜 저 사람은 범죄를 저질렀을까?'를 분석하는 것이다. 이것은 범죄의 '동기'를 통해 분석하는 방법으로 '범죄 원인론(Crime Causation Theory)'이라고 한다. '범죄 원인론'에서는 범죄자의 심리만이 아니라, 그 신상이나 사회의 상황 등 다양한 원인을 다룬다.
- 범죄 기회론(Crime Opportunity Theory): 하지만 범죄의 동기가 있어도, 그 사람 앞에 '다른 사람의 눈에 띄지 않고 범죄를 실행할 수 있는 장소'가 없다면 기본적으로 범죄는 실행되지 않는다. 역으로 말하면, 범죄가 실행되는 장소란 범인 스스로 '여기서는 범죄를 실행할 수 있다.'고 생각한 장소이다. 따라서 범행 현장의 특징을 분석하면 '범죄가 일어나기 쉬운 장소'의 성향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왜 여기에서 범죄가 발생했을까?'를 분석하는 방법을 '범죄 기회론(Crime Opportunity Theory)'이라고 한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범죄자의 교화에는 '범죄 원인론'을 활용하고, 범죄를 방지하는 데는 '범죄 기회론'을 활용하는 역할 분담이 이루어지고 있다. '범죄 원인론'은 범죄자의 심리를 이해해 교화하는 데 유용하다. 또 '범죄 기회론'을 통해 범죄가 일어나기 어려운 장소를 만들면 범죄 방지에 도움이 될 것이다. '범죄 기회론'에 근거한 방법 대책이 널리 확대되기를 기대해 본다.
2. '수상한 사람 주의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범죄 원인론'과 '범죄 기회론'의 역할 분담이 확립되지 않으면, 범죄 사우에 등장해야 할 '범죄 원인론'이 무리하게 사전에 개입하는 경우가 있다. 예컨대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수상한 사람을 주의하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지만, 많은 나라에서는 '수상한 사람'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는다. 범죄가 일어나기 전에는 누가 범죄를 계획하고 있는 '수상한 사람'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수상한 사람'의 특징은 마스크나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것이라고 흔히 말하지만, 범죄를 계획하고 있는 사람은 상대를 속이려고 하기 때문에, 그처럼 이상한 차림새는 하지 않는다. 실제로 길거리 범죄의 90%는 일상적인 복장을 한 사람이 일으킨다. 심지어 학교에서는 '수상한 사람이 있을 때는 방범 벨을 누르거나 큰소리로 도움을 청하거나 도망치라'고 가르치기도 한다. 이것을 '위기관리'라고 부른다. 그러나 그것이 실제로 유용한 지는 불분명하다. 갑자기 습격하면 공포로 인해 몸이 굳어 방범 벨 등을 평소 연습한 대로 사용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어린이가 유괴된 사건의 상당수는 억지로 끌려간 것이 아니라, 범인에게 속아 스스로 따간 경우이다. 이 경우, 피해자는 처음부터 '위기'라고 인식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사건은 위기 관리에 의한 방법으로는 막을 수 없다. 하지만 이와 같은 '위기 관리'에 의한 방법에는 한계가 있다.
이와 같이 '위기 관리'에 의한 방법에는 한계가 있어서 '범죄 기회론'이 중요한 것이다. 어느 곳이 '범죄가 일어나기 쉬운 위험한 장소'인 지 알고 있으면, 그곳에는 혼자서는 가지 않고 만약 가더라도 최대한 경계함으로써 범죄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범죄 기회론(Crime Opportunity Theory)'에 근거한 '위기 관리'가 더 현실적이며 안전한 대책이다.
3. '침입하기 쉬운 장소', '눈에 잘 띄지 않는 장소'가 위험하다.
그렇다면 위험한 장소는 어떤 곳일까? 그 공통점은 '침입하기 쉽고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이다.
- 침입하기 쉬운 장소(영역성이 낮은 장소): '침입하기 쉬운 장소'란 범죄자가 의심받지 않고 쉽게 표적에 다가갈 수 있으며, 그곳에서 쉽게 달아날 수 있는 장소를 말한다. 범죄학에서는 이것을 '영역성이 낮은 장소'라고 한다.
- 눈에 잘 띄지 않는 장소(감시성이 낮은 장소): '눈에 잘 띄지 않는 장소'란 범행을 목격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범죄자 입장에서 신고되어 체포될 우려가 적은 장소를 말한다. 이것을 '감시성이 낮은 장소라고 한다.
3-1. 어떻게 침입하기 어렵고 잘 보이게 할 것인가?
'범죄 기회론'은 1970년대부터 미국과 유럽에서 성과를 내기 시작해, 현재는 범죄 대책의 '국제 표준(Global Standard)'으로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예를 들어 캐나다 온타리오주 미시소가에 있는 2개의 인접한 아파트 가운데, 한쪽은 '범죄 기회론'에 근거해 건물을 설계하는 '방법 환경 설계'를 하고, 다른 한쪽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건설 후 13년 동안 경찰에 신고된 범죄 건수는 '범죄 기회론'에 근거한 아파트는 125건이었지만, 다른 한쪽의 아파트는 289건으로 2배 이상이었다.
유럽 등지에서 '범죄 기회론'이 받아들여진 이유는 일찎이 민족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는 역사적 배경도 있다. 이민족의 침입을 막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한곳에 모이고 거리 전체를 높은 벽으로 둘러싸는 것이 효과적이었다. 따라서 이런 곳에서는 거리 전체를 벽으로 둘러싼 '성벽 도시'가 건설되었다. 이 성벽 도시야말로 범죄가 발생하기 어려운 '침입하기 어렵고 잘 보이는 장소'의 원형이다.
방범 환경 설계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어떻게 침입하기 어렵고 잘 보이게 할 것인가?'이다. 공원을 예로 들면, 놀이 기구가 한곳에 모여 있고 놀이터 주변에 담을 둘러 입구를 하나로 한다. 그러면 범인이 들어오기 어렵고 도망치기 어려운 환경이 생긴다. 미시소가의 방범 환경 설계에 근거한 아파트 단지 내의 공원에도 '담(Fence)'이 둘러쳐 있다. 영어의 '펜스(Fence)'라는 낱말은 '디펜스(Defence)'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침입하기 어려운 장소'를 만드는 방법으로는 '구역 분할(Zoning)'이 있다. 예컨대 공원에서는 어린이용과 어른용 공간을 구분해, 서로 침입하기 어려운 상황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더구나 구역 분할은 공공 화장실 방범에도 효과적이다. 남성용 화장실과 여성용 화장실의 입구를 멀리 떼어 놓으면, 예를 들어 '몰카범'이 이성의 화장실에 침입하기 어려워진다. 또 장애인용 화장실을 남녀별로 나누어, 여성용은 여성용 화장실 안에, 남성용은 남성용 화장실 안에 만드는 것도 효과적이다.
3-2. 어느 곳이 더 위험할까?
- A(깨진 유리창, 낙서, 쓰레기 등이 방치되어 있는 경우 vs B(깨끗하게 관리되어 있는 경우): 더 위험한 곳은 A이다. 깨진 유리창, 낙서, 쓰레기 등이 방치되어 있으면, 범죄자는 '이곳은 관리가 되고 있지 않아 주민의 관심이 낮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범죄가 일으키기 쉬워진다. 하지만 B처럼 깨끗하게 관리되어 있으면, 범죄자는 '이곳은 관리가 되고 있고 주민의 관심이 높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범죄를 포기하기 쉽다. (깨진 유리창 이론)
- A(주차장 벽이 콘크리트로 되어 있는 경우) vs B(주차장 벽이 투명한 강화 유리로 되어 있는 경우): 더 위험한 곳은 A이다. 주차장 벽이 콘크리트로 되어 있어서 밖에서 보이지 않으면 차량 절도나 성범죄 등이 일어나기 쉽다. 하지만 B처럼 주차장 벽이 투명한 강화 유리로 되어 있으면, 밖에서 잘 보여서 범행을 포기하기 쉽다.
- A(집 주위에 높은 담이 있는 경우) vs B(집 주위에 낮은 담이 있는 경우): 더 위험한 곳은 A이다. 집 주위에 높은 담이 있으면, 창을 통해 밖을 잘 볼 수 없기 때문에 범죄자는 범행이 목격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B처럼 낮은 담이 있으면, 창을 통해 볼 수 있기 때문에 발견될 수 있다고 생각해 범행을 포기하기 쉽다.
- A(보도와 차도 사이에 가드레일이 없는 경우) vs B(보도와 차도 사이에 가드레일이 있는 경우): 더 위험한 곳은 A이다. 보도에 가드레일이 없으면, 자동차를 타고 온 범죄자는 범행 대상을 자동차로 끌고 갈 수 있다. 하지만 B처럼 가드레일이 있으면, 그것이 장벽이 되어 끌고 가기 어렵기 때문에 범행을 포기하기 쉽다.
- A(벤치가 놀이터 안쪽을 향하고 있는 경우) vs B(벤치가 놀이터 바깥쪽을 향하고 있는 경우): 더 위험한 곳은 A이다. 벤치가 놀이터 안쪽을 향하고 있으면 범죄자는 벤치에 앉은 채 어린이에게 말을 걸 수 있다. 하지만 B처럼 벤치가 놀이터를 등지고 있으면, 등을 돌리든가 서서 큰 소리로 말해야 하는 만큼 눈에 띄기 때문에 범행을 포기하기 쉽다.
- A(주차장 벽이 콘크리트로 되어 있는 경우) vs B(주차장 벽이 투명한 강화 유리로 되어 있는 경우): 더 위험한 곳은 A이다. 주차장 벽이 콘크리트로 되어 있어서 밖에서 보이지 않으면 차량 절도나 성범죄 등이 일어나기 쉽다. 하지만 B처럼 주차장 벽이 투명한 강화 유리로 되어 있으면, 밖에서 잘 보여서 범행을 포기하기 쉽다.
- A(남녀 화장실 입구가 가깝고 그 옆에 다목적 화장실이 있는 경우) vs B(남녀 화장실 입구가 멀고 화장실 안에 다목적 화장실이 있는 경우): 더 위험한 곳은 A이다. 남녀 화장실 입구가 가깝고 그 옆에 다목적 화장실이 있으면, 이성을 미행해 다목적 화장실로 끌고 갈 수 있다. 하지만 B처럼 남녀의 입구가 떨어져 있고 각각의 화장실 안에 다목적 화장실이 있으면 끌고 가기 어렵다.
- A(담으로 어린이 영역이 명확히 구분되어 있는 놀이터) vs B(담이 없고 모든 방향에서 어른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놀이터): 더 위험한 곳은 A이다. 주위에 담이 없기 때문에 범죄자는 어느 쪽에서든 놀이터에 있는 어린이에게 접근해 어느 방향으로든 어린이를 끌고 갈 수 있다. 하지만 B처럼 어린이의 영역이 명확히 구분되어 있을 경우, 어린이 영역에 들어가면 부자연스럽기 때문에 어린이도 경계한다.
4. 심리적으로 눈에 잘 띄지 않는 장소
'눈에 잘 띄지 않는 장소'에 중에는 '심리적으로 눈에 잘 띄지 않는 장소'도 있다. 여기에는 두 종류가 있는데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은 장소'와 '불특정 다수의 사람이 모이는 장소'이다.
4-1.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은 장소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은 장소'는 심리적으로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그 이유는 미국의 범죄학자 '조지 켈리(George Kelling)'이 주장한 '깨진 유리창 이론'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유리창이 깨진 채 방치되어 있는 장소에서는, 지역 주민이 그 장소에 대해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기 때문에 범죄자는 '범행이 제지·발각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2008년 심리학자 '키스 카이저' 등은 무작위 실험을 통해 '깨진 유리창 이론'을 증명하는 결과를 얻었다. 안이 들여다보이는 봉투에 유럽에서 통용되는 5유로 지폐를 넣고, 우체통에서 비어져 나오게 꽂아 두었다. 지나가는 사람이 그것을 훔쳐 가는지 조사했더니, 주위가 꺠끗한 우체통이 봉투가 사라진 비율은 약 13%였다. 반면, 주위에 낙서가 쓰레기가 있는 우체통의 경우 봉토가 사라진 비율이 25%로, 주위가 깨끗한 우체통의 약 2배가 되었다. 이 결과는 과학지 Science에 보고되었다.
4-2. 불특정 다수의 사람이 모이는 장소
'불특정 다수의 사람이 모이는 장소'도 심리적으로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사람이 많이 있으면, 사람의 주의와 관심이 분산되기 때문에 범죄자의 행동을 보기 어려워진다. 설령 어떤 이상한 일이 발생했음을 알았다고 해도, 무의식중에 '사람들이 많이 있으니까 누군가는 신고하겠지'라고 생각하게 된다. 즉,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서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주의력·책임감이 약해지기 때문에 범죄자는 '붙잡히지 않는다.' 라고 생각하게 된다.
우리는 통행인이 많은 장소는 안전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또 어린이들은 통학로가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그렇지는 않다. 또 어린이들은 통학로가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그렇지는 않다. 어린이를 표적으로 하는 범죄자는 어린이가 많은 장소를 노리기 때문이다.
5. '푸른빛 가로등'에는 방범 효과가 있는가?
'스코틀랜드(Scotland)'의 '글래스고(Glasgow)'에서는 가로등을 푸른빛으로 했더니, 범죄가 연간 1만 건이나 감소했다. 그러면 '푸른빛 가로등'에는 방범 효과가 있는 걸까? 어두운 장소에는 푸른빛 광언이 밝게 보이는 '푸르키녜 효과(Purkinje Effect)'가 분명히 있다. 그러나 방법에 중요한 점은 광원 자체가 밝은 지가 아니라, 지면을 밝게 비출 수 있는가라는 사실이다. '지면의 밝기'는 지면에서 빛이 어느 정도 반사되는가, 즉 '반사율'에 따라 달라진다. '반사율'은 지면이 하얀색에 가까울수록 크고 검을수록 작다. 일밤적인 아스팔트 포장도로에서는 애당초 빛이 밝아지기 어렵다.
다만 지역 주민이 자동차에 '푸른빛 회전등'을 달고 돌아다니는 '푸른색 자율방법 순찰'에는 효과가 있다. 이 경우, 지면에 반사된 빛이 아니라 푸른 광원 그 자체를 보기 때문이다. 해가 진 후에 순찰을 하면 '푸르키녜 효과'로 인해 실제로는 멀리 있는 푸른 순찰차가 가까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야간 범죄를 막기 위해서는 가로등을 켜서 밝게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까? 가로등의 기능은 '밤의 풍경을 낮의 풍경과 비슷하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따라서 '낮에 잘 보이고 안전한 장소'에 가로등을 설치하면 안정성이 높아진다. 그러나 '낮에 눈에 잘 띄지 않는 장소'에 가로등을 설치해도 안전성이 높아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밝기 때문에 범인이 범행 대상을 확실히 고를 수 있어, 날치기 등의 범죄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6. 감시 카메라가 효과적이지 않은 경우도 있다.
'감시 카메라 없이는 현대의 범죄 수사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요즘은 '대중교통 시설', '건물', '주거지' 등에 감시 카메라가 많이 설치되어 있다. 범죄자가 감시 카메라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범행이 발각되었을 때 감시 카메라의 영상을 바탕으로 추적되어 체포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감시 카메라가 있는 장소에서는 범죄를 억제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감시 카메라가 모든 범죄에 대해 억제력을 가진 것은 아니다.
범행이 발각되지 않는다고 믿는 범죄자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예를 들어 어린이를 표적으로 한 외설 행위 등의 범죄에서는, 해당 어린이가 그것을 범죄라는 사실을 모르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범죄자도 있다. 따라서 그 어린이와 걷고 있는 장면이 감시 카메라에 촬영되었다고 해도 범죄자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런 범죄자에 대해서는 감시 카메라에 의한 억제력은 기대할 수 없다.
미국이나 영국의 범죄학자가 '감시 카메라의 방범 효과'에 관한 지금까지의 연구 성과를 수집·평가했더니, 감시 카메라가 억제력으로 큰 힘을 발휘하는 경우는 주차 중인 차에서 물건을 훔치는 등의 '차량 범죄'뿐이라고 한다. 감시 카메라가 있으면 범죄를 실행할 의지를 꺾을 수 있다고 흔히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연구 결과이다.
7. 범죄 다발 지점을 중점적으로 순찰해야 한다.
지역 주민이 하는 방범 대책으로 일반적인 방법 중 하나는 순찰이다. 지역 순찰은 순찰 경로를 미리 정하지 않고 실시하는 '무작위 순찰'이 일반적이라고 생각될 것이다. 그 배경에는 순찰대가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기 때문에 범죄를 계획하는 사람이 범행을 포기할 것이라는 전제가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1970년대에 무작위 순찰에는 방범 효과가 없다는 실험 사례가 제시되었다.
그래서 그 대신에 실신하는 것이 '위험 지역 중점 순찰(Hotspot Patrol)'이다. '위험 지역'이란 범죄 다발 지점 또는 범죄를 유발하기 쉬운 '위험한 장소'를 가리킨다. '위험 지역 중점 순찰'에서는 위험 지역에 잠깐 멈추어 중점적으로 순찰한다. '위험 지역 중점 순찰'은 범죄가 일어나기 쉬운 장소에 주목하는 '범죄 기회론'에 근거한 순찰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조지 메이슨 대학(George Mason University)'의 '크리스토퍼 코퍼(Christopher Koper)' 부교수의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위험 지역에 머무는 시간은 15분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한다. 범죄자는 범행 현장이나 범행 대상을 물색하는 중에 도로에서 순찰대를 우연히 마주쳐도 위협을 느끼지 않는다. 순찰대와 만날 것을 예상하고 있으며, 아직 범죄를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위험 지역에 순찰대가 머물면, 범죄자는 계획한 범행을 포기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