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영도(Absolute Zero Point)
먼저 '온도'에 대해 생각해 보자. 온도는 대략 고온과 저온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고온'에 대해서는 이미 50만 년 이상 전에 인류가 불을 발견한 이래 다양한 형태로 이용해 왔다. 한편, '저온'의 이용에 관한 인류의 역사는 자연 상태 그대로 이용할 수 있는 '얼음(Ice)'과 '눈(Snow)'를 제외하면 매우 짧다. 불의 역사에 비하면 매우 최근이라고 할 수 있는 18세기 무렵 이후의 일이다. 그 이유는 고온에 비해 저온을 만들어 내는 일이 기술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저온을 만들어 내기 위한 냉각 기술이 고안되기 시작한 가장 큰 이유는 기체의 성질을 알기 위해서였다. 기체를 액체로 만들려는 시도가 여러 나라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그러한 흐름을 타고 우리 인류는 '절대 영도(Absolute Zero Point)'라는 최저 온도 부근까지 냉각할 수 있는 기술을 손에 넣게 되었다. '절대 영도를 향한 여정'과 '극저온의 세계에서만 일어나는 신기한 현상'을 살펴보자.
0. 목차
- '온도'란 무엇인가?
- '절대 영도'란 무엇인가?
- 기체를 액화시키려는 시도가 이어졌다.
- 극저온에서 신기한 현상이 발견되었다.
- 1K 이하를 향해
- 레이저 냉각(Laser Cooling)
- 극저온 냉각 기술은 폭넓게 응용될 것이다.
1. '온도'란 무엇인가?
그러면 먼저, 온도란 무엇일까? 온도란 물질을 구성하고 있는 원자나 분자의 운동 에너지의 평균값의 지표를 가리킨다. 현재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국제단위계(SI)'에서는 열역학 온도인 '켈빈(Kelvin, 단위 기호는 K)'이 사용된다. '열역학 온도'란 '절대 영도(0K)'를 기준점으로 정한 온도를 말한다. 고전 역학적인 관점에서는 '절대 영도'에서 원자나 분자의 운동 에너지는 0이 된다. 0K=-273.15℃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양자 역학적 성질에 의해 절대 영도에 도달해도 운동에너지는 0이 되지 못하고 '영점 진동(Zero Point Vibration)'이라는 것이 남는다.
우리에게 원래 익숙한 온도 단위는 '섭씨(℃)'일 것이다. 섭씨는 1기압에서 물이 어는 온도를 0℃, 물이 끓는 온도를 100℃로 하고, 100분의 1을 1℃의 폭으로 한 것이다. 하지만 '어는점'과 '끓는점'의 온도는 압력에 따라 변한다. 예를 들어 높이 4000m의 산에서는 끓는점이 약 90℃이다. 그렇기 때문에 1954년에 '물의 삼중점'을 이용해 온도의 단위를 새롭게 정했다. '물의 삼중점'이란 가로축을 온도, 세로축을 압력으로 한 '상태도'에서 물과 얼음과 수증기가 공존하는 점으로 0.01℃, 0.006기압에 해당한다. 그리고 1968년에 1K은 물의 삼중점에서 '열역학 온도'의 273.16분의 1로 정의되었다. 그리고 절대 온도 1K의 폭과 섭씨 1℃의 폭은 같다.
'K(켈빈)'이라는 단위는 절대 영도를 바탕으로 한 보편적인 온도 단위의 필요성을 역설한 영국의 물리학자 '켈빈 경(Loard Kelvin, 1824~1907, 실제 이름은 William Thomson)'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하지만 2019년에 기본 단위가 재정의되어, 현재 절대 온도는 '볼츠만 상수(기호 k)'라는 물리 상수를 바탕으로 정의되어 있다.
2. '절대 영도'란 무엇인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온도계를 발명한 것은 이탈리아의 과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Galileo Galilei, 1564~1642)'로 1592년의 일이었다.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용기 속의 공기가 온도 상승에 따라 팽창하는 점에 주목했다. 갈릴레이의 온도계는 가는 관에 물을 넣고, 공기에 의해 수면이 오르내리는 위치에 따라 온도 변화를 보는 것이었다. 당시는 알려져 있지 않았지만, 공기의 팽창은 공기를 구성하는 기체 분자의 운동 에너지의 증가를 나타낸다. 기체의 분자는 공간을 제각각의 방향으로 돌아다닌다. 온도가 높은 기체일수록 기체 분자의 운동 에너지의 평균값은 높아지고, 그 결과 '압력(기체가 주위를 밀어내는 힘)'도 크다.
17세기에 들어서자 기체와 액체의 부피·온도·압력에 대한 법칙이 계속 밝혀졌다. 1662년에는 아일랜드의 물리학자 '로버트 보일(1627~1691)'이, 온도가 일정하면 밀폐 용기 안의 기체의 압력과 부피는 반비례한다는 '보일의 법칙(Boyle's Law)'을 발견했다.
또 온도에 하한이 있다는 사실도 예측되었다. 1787년 프랑스의 물리학자 '자크 알렉상드르 세사르 샤를(Jacques Alexandre César Charles, 1746~1823)'은, 압력이 일정하면 온도가 올라감에 따라 부피가 일정 비율로 커진다는 '샤를의 법칙'을 발견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기체의 부피는 온도가 1℃ 올라갈 때마다 0℃ 때의 부피의 273.15분의 1씩 증가한다. 역으로 1℃ 내려가는 것을 273.15회 반복하면, 온도 하강도 거기에서 멈출 것이다. 그래서 -273.15℃를 최저 온도로 하고, '절대 영도(0K)'라고 부르기로 했다.
3. 기체를 액화시키려는 시도가 이어졌다.
3-1. 혼합액을 이용해 암모니아를 액화시켰다.
이제부터는 절대 영도를 향해 우리 인류가 걸어온 길을 더듬어 보자. 앞에서 기체를 액화하려는 시도가 절대 영도를 향한 여행의 출발점이었다고 소개했는데, 최초로 기체의 액화에 성공한 사람은 프랑스의 '루이베르나르 기통 드 모르보(프랑스어: Louis-Bernard Guyton de Morveau, 1737~1816)'이다. 1798년의 일이었는데, 그가 액화한 대상은 암모니아의 가스로 그 온도는 '-33.34℃(239.81K)'이다.
'루이베르나르 기통 드 모르보'는 물과 얼음의 혼합액에 '염화칼슘(CaCl2)'을 섞으면 '어는점 내림(빙점 강하)'이 일어나는 현상을 발견했다. '어는점 내림(Freezing Point Depression)'이란 액체에 용질이 용해되면 액체의 어는점이 낮아지는 현상이다. 예를 들어 물에 소금 등을 집어넣으면 얼음으로 변하는 온도가 낮아지는 현상이다. 얼음에 소금을 뿌려서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실험을 해 본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 실험은 '어는점 내림' 외에, '얼음이 녹아 물이 될 때의 융해열'과 '소금이 물에 녹을 때의 용해열'의 영향으로 온도가 0℃보다 낮아지는 현상을 이용한 것이다. '루이베르나르 기통 드 모르보'는 같은 원리를 이용해 냉각제가 될 혼합액을 -44℃까지 내렸다. 여기에 암모니아 가스를 접촉시켜 암모니아를 액체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3-2. 기체를 팽창시켜 식힌다.
혼합액을 써서 냉각하는 방법에는 한계가 있어서, 더 낮은 온도를 얻기 위해서는 다른 냉각 기술이 필요하다. '켈빈 경'과 함께 '에너지 보존의 법칙'을 발견한 영국의 '제임스 줄(1818~1889)'은 기체를 팽창시킬 때는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외부에서 열이 공급되지 않는 단열 조건에서는, 기체가 팽창하기 위해서는 기체 분자가 가지고 있는 운동 에너지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그로 인해 기체 분자의 운동 에너지가 감소해 기체 전체의 온도가 낮아진다.
구체적으로는 먼저 고압의 기체를 넣은 용기와 저압의 기체를 넣은 용기를 솜 등으로 채운 관으로 연결한다. 고압 쪽의 공기는 저압 쪽으로 천천히 이동할 수 있다. 외부와의 열의 출입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고압 쪽에서 저압 쪽으로 기체가 흐르면 압력의 변화에 따라 기체의 온도가 변한다. 이 현상을 '제임스 줄'과 '켈빈 경'의 이름을 따서 '줄-톰슨 효과(Joule-Thomson effect)'라고 한다. 우리 주변에 있는 장치의 예로는, 에어컨의 냉방에 '줄-톰슨 효과'와 비슷한 '단열 팽창 냉각'이 이용되는 것을 들 수 있다. 그리고 조건에 따라 기체의 온도가 상승하는 경우도 있다. '줄-톰슨 효과'가 제시된 것은 1861년이었다. 19세기 말에 걸쳐 그때까지 액화할 수 없었던 기체를 '줄-톰슨 효과'를 이용해 액화할 수 있게 되었다.
- 질소의 액화에 성공(1877년): 1877년에는 끓는점 '-182.95℃(90.2K)'인 질소의 액화에 성공했다.
- 수소의 액화에 성공(1896년): 1896년에는 영국의 화학자 '제임스 듀어(James Dewar, 1842~1923)'가 수소의 액화에 성공했다. 참고로 수소의 끓는점은 -252.87℃이다. 절대 영도까지는 20K 남짓 남은 점까지 도달한 것이다. 절대 영도까지는 20K 남짓 남은 점까지 도달한 것이다.
3-3. 액화하기 가장 어려운 헬륨의 액화에 성공
수소의 액화에 성공했지만 원소 가운데 끓는점이 가장 낮은 헬륨을 액화하는 일은 보통 방법으로는 되지 않았다. 헬륨은 주기율표에서 수소 다음으로 가벼운 원소로, 양성자 2개와 중성자 2개로 이루어진 원자핵 둘레를 2개의 전자가 돌고 있다. 헬륨의 끓는점이 낮은 이유는 2개의 수소 원자가 결합한 수소 분자와 달리, 1개의 원자로 안정된 '단원자 분자'이기 때문이다. '단원자 분자'는 분자 사이에 작용하는 인력이 작다. 따라서 온도를 내려도 분자 사이의 거리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아 액체가 되기 어렵다.
헬륨의 액화에 도전한 사람 중 한 명이 네덜란드의 물리학자 '헤이커 카메를리 오네스(Heike Kamerlingh Onnes, 1853~1926)'이다. '오네스'는 우선 액체 수소로 헬륨 가스를 차갑게 한 다음, 다시 헬륨 가스를 '줄-톰슨 효과'를 이용해 냉각시키기를 반복했다. 그 결과 1908년 마침내 헬륨의 액화에 성공했다. '오네스'가 절대 영도를 향해 서서히 온도를 내려갈 무렵, '-268.93℃(4.22K)'에서 온도가 더 이상 내려가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냉각 자치 안을 확인해 보았더니 거기에는 용기 밑바닥에서 끓고 있는 액체 헬륨이 있었다.
수소에 경우는 '-259℃(14.01K)'까지 냉각하면 고체가 된다는 점에서 '오네스'는 헬륨도 고체로 만들려고 했다. '오네스'는 '액체 헬륨'과 '줄-톰슨 효과'를 이용한 냉각 기술을 활용해 저온 기록을 꾸준히 경신하며 '-272.15(1K)' 정도까지 냉각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헬륨 고체화의 도전은 실패로 끝났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헬륨의 경우 25기압 이상의 압력을 가하지 않으면 절대 영도에서 고체가 되지 않는다. 모든 원소 가운데 절대 영도에서도 고체가 되지 않는 것은 헬륨뿐이다.
4. 극저온에서 신기한 현상이 발견되었다.
4-1. 1911년, '초전도'를 발견
'헤이커 카메를리 오네스(Heike Kamerlingh Onnes)'의 헬륨 액화 성공은 뜻밖에도 20세기 물리학에 커다란 파문을 일으킨 중대한 발견을 가져왔다. 바로 '초전도'다. '초전도(Superconductivity)'란 특정 금속과 화합물을 냉각해 가면 전기 저항이 갑자기 0이 되는 현상을 말한다.
전기 저항이 0이 된다는 것은 전류가 흘러도 열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초전도 기술은 '자기 부상 열차(Meagneticcaly Levitated Train)'에도 응용되고 있다. '켈빈 경'은 절대 영도에서는 금속 안의 전자가 흐르지 않게 되고 전기 저항은 무한대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와 반대로 '오네스'는 온도가 내려감에 따라 전기 저항이 작아지고, 절대 영도에서는 0이 된다고 생각했다. '오네스'가 액체 헬륨을 이용해 '수은(Hg, 원자 번호 80)'을 냉각시켜 실험했더니, 예상과 달리 0K이 되기 직전인 4.22K 근처에서 수은의 전기 저항이 갑자기 0이 되었다. 어쨌든 당시에는 '초전도'라는 현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4-2. 1938년, '초유동'을 발견
또 '헤이커 카메를리 오네스(Heike Kamerlingh Onnes)'는 4.22K에서 액화한 헬륨을 더 냉각시키자 2.17K 부근에서 그때까지 끓고 있던 액체면이 갑자기 액체면으로 변하는 것을 알았다. 나중에 이때 헬륨은 '상전이'라는 현상을 일으켰던 것으로 밝혀졌다. '상전이(Phase Transition)'란 물이 얼음이 되는 등 그 상태가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는 상전이를 일으키기 전인 4.22K~2.17K의 액체 헬륨을 'He I'이라 칭하고 2.17K 이하의 액체 헬륨을 'He II'라고 한다.
'He II'의 본질에 대해서는 밝혀진 바가 별로 없지만, 그 '열전도도(열을 전달하기 쉬운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를 측정함으로써 거기에는 미지의 세계가 펼쳐져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He I'은 열전도도가 낮아 열을 거의 전달하지 않지만, 'He II'는 'He I'의 무려 100만 배 이상으로 열전도도가 높았다.
그리고 1938년 러시아의 물리학자 '표트르 카피차(러시아어: Пётр Леони́дович Капи́ца, 1894~1984)'가 액체 헬륨의 점성을 조사하던 중, 'He II'의 점성이 'He I'의 1500분의 1 이하인 사실을 발견했다. '점성'이란 예컨대 물과 기름을 비교하는 경우에 흐르기 흐르기 쉬운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점성이 높을수록 잘 흐르지 않게 된다. 이 현상을 금속 안에서 전기 저항이 0이 되는 초전도에 대응하는 것으로 생각해 '초유동(Superfluid)'이라고 불렀다. 그 후 '아제르바이잔(Azerbaijan)'의 물리학자 '레프 다비도비치 란다우(러시아어: Лев Дави́дович Ланда́у, 1908~1968)'가 참여해 초유동의 연구가 시작되었다.
4-3. 신기한 현상의 원인은 '보스-아인슈타인 응축'
한편, 1925년, 독일의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1879~1955)'는 나중에 '보스-아인슈타인 응축'이라고 불리는 물질의 상태를 예언했다. 그리고 독일 태생의 미국 물리학자 '프리츠 볼프강 런던(Fritz Wolfgang London, 1900~1954)'은 1938년에 'He II'의 초유동은 '보스-아인슈타인 응축'에 의해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보스-아인슈타인 응축(Bose-Einstein Condensation)'이란 간단하게 말하면, 그때까지 제각각 움직이던 개별 입자가 극저온이 되면 파동의 상태가 일치되어 집단으로 아주 똑같이 움직이는 현상이다. 전자나 광자 등의 '입자(Particle)'는 '보스 입자(Boson, 보손)'와 '페르미 입자(Fermion, 페르미온)'의 분류된다. 소립자에는 '스핀(Spin)'이라고 하는 자전과 같은 성질이 있으며, 그 양이 정수값인 것이 '보스 입자(Boson)', 정수+2분의 1인 것이 '페르미 입자(Fermion)'이다. 둘 가운데 '보스 입자'는 극저온이 되면 '보스-아인슈타인 응축'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원자와 전자 등에는 입자로서의 성질과 파동으로서의 성질의 양면성이 있다. 이것은 '오네스'가 초전도를 발견하기 조금 전부터 발전하고 있던 '양자 역학'에 근거한 성질이다. 예를 들어 '보스-아인슈타인 응축' 상태에 있는 'He II'에서는 각 헬륨 원자의 파동으로서의 성질이 완전히 일치해서, 모든 원자가 하나의 파동인 것처럼 움직인다. 그로 인해 '초유동'이라는 현상이 일어난다. 마찬가지로 '초전도'인 경우에도, 초전도체를 구성하는 전자의 파동으로서의 성질이 완전히 일치함으로써 전기 저항이 0이 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처럼 보통은 미시적인 세계에서만 나타나는 양자 역학적인 성질이 거시 형태로 나타나는 것을 '거대 양자화'라고 한다. 극저온의 세계가 아니고서는 '양자 역학적인 현상을 실제로 볼 수 있는 것은 없다.
5. 1K 이하를 향해
헬륨 액화에 성공함으로써, 인류는 절대 영도까지 앞으로 1K이라는 지점까지 도달했다. 그러나 그 후 얼마 동안 인류는 1K에서 0K으로 나아갈 길을 잃고 말았다. 헬륨은 끓는점이 가장 낮은 원소이기 때문에, 그보다 낮은 온도에서도 기체인 물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즉 거기에서 앞으로 비약하기 위해서는 '줄-톰슨 효과'와는 다른 새로운 냉각 기술이 필요해졌다.
5-1. 단열 소자법
그러던 가운데 새로운 길이 마침내 발견되었다. 1926년에 네덜란드 태생의 미국 물리학자 '피터 조지프 윌리엄 디바이(Peter Joseph William Debye, 1884~1966)'가 아이디어를 내고, 1933년에 미국 물리화학자 '윌리엄 프랜시스 지오크(William Francis Giauque, 1895~1982)'가 실험에 성공한 '단열 소자법'이다. '단열 소자법(Adiabatic Demagnetization)'이란 금속에 자기장을 걸거나 제거할 때, 열이 방출되거나 흡수되는 것을 이용한 냉각 기술이다. 조금 더 자세히 말하면 '단열 소자법'은 물질 속의 '전자(Electron)'의 자기적 성질인 '전자 스핀(Electron Spin)'을 조작하는 것이다. 그 결과, 저온의 기록은 1K나 돌파해 단숨에 3자리나 내려갔다. '밀리 켈빈(mK)'은 약 40년에 걸쳐 1K 이하의 극저온을 실현하는 유일한 방법으로 이용되어 왔다. '윌리엄 지오크'는 1949년에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자기장을 이용해 극저온을 실현하는 '단열 소자법'의 순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용기 안의 공간은 1K의 헬륨 가스로 채워져 있다. 가운데의 구체는 상자성의 금속이다. '상자성'이란 외부에서 자기장을 걸어주면 자기화되어 자석처럼 되었다가, 외부 자기장을 제거하면 자성이 사라지는 자기적 성질 중 하나이다.
- 금속 내부에 있는 전자의 스핀 방향은 자기장을 걸지 않은 상태에서는 제각각이다.
- 여기에 자기장을 걸면 금속 전자의 스핀 방향이 일치되면서 열을 주위로 방출한다.
- 금속 주위에 있는 1K의 헬륨 가스로 인해 금속은 1K까지 냉각된다.
- 자기장을 제거하면 전자의 스핀 방향이 제각각이 되면서 금속의 온도가 내려간다. 이로써 '밀리켈빈(mK)'의 극저온을 실현할 수 있다.
5-2. He3-He4 희석 냉동법
자연계에서 대부분의 헬륨은 양성자 2개와 중성자 2개의 원자핵을 가진 He4이다. 그러나 자연계에는 양성자 2개와 중성자 1개인 원자핵을 가진 동위 원소 He3가 0.000137% 정도 존재한다. 20세기 후반에 들어 He3를 사용한 핵융합 에너지의 연구 개발이 활발해지면서 He3이 생산되었다. 이에 동반해 He3에 관한 온도 연구가 시작되어 생각지도 못했던 성질이 밝혀지게 되었다. 먼저 크게 다른 점은 끓는 점이다. He4의 끓는 점은 4.22K이지만, He3의 끓는 점은 3.19K로 더 낮다. 또 He3과 He4는 비중이 다르다. He3'이 가볍기 때문에 He4'에는 약 6% 정도밖에 He3'를 섞어 넣을 수 없으며, 그 이상 넣으면 He3'는 표면으로 떠올라 물과 기름처럼 분리된다.
1951년에는 물리학자' 프리츠 볼프강 런던(Fritz Wolfgang London)'에 의해 He3와 He4 혼합액을 사용한 새로운 냉각법의 원리가 제안되고 1965년에 실험되었다. 그것이 'He3-He4 희석 냉동법'이라는 것이다. 이로써 '단열 소자법(Adiabatic Demagnetization, 단열 자기 소거)'보다 쉽게 '밀리 켈빈(mK)'을 향한 냉각이 가능해졌다. 그 결과 저온 연구는 크게 발전했다.
He3-He4 희석 냉동법의 원리는 다음과 같다. 용기 안에 He3이 He4에 한계까지 녹은 '포화 혼합액'이 들어 있다. 용기 안의 액체 면에는 섞이지 않은 He3이 있다. 용기의 바닥에는 U자관이 뻗어 있으며, 포화 혼합액으로 채워져 있다. 전체의 온도는 1K이다. 여기에서 U자관의 상부를 진공 펌프로 연결해 공기를 빼기 시작하면 주로 He3가 증발한다. 그러면 혼합액 전체에서 He3가 줄어들기 때문에 용기 안의 액체 면에 있던 He3가 혼합액에 녹아든다. 결과적으로 용기 액체면의 He3로부터 U자관을 통해 He3가 기화하는 형태가 된다. 이때 He3는 기화열을 빼앗고, 그로 인해 He3의 액체와 포화 혼합액의 경계면이 냉각되어 용기 전체가 차가워진다.
5-3. 핵스핀 소자법
'mK(밀리 켈빈)'의 극저온이 실현된 후, 다음 목표는 '마이크로 켈빈(μK)'의 실현이었다. 그것을 가능케 하는 기술이 '핵스핀 소자법(Nuclear Spin Demagnetization)'이다.
'단열 소자법'은 물질 속의 전자의 자기적 성질, 즉 '스핀(Spin)'을 조작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핵스핀 소자법'은 '상자성체(자기장을 걸면 약한 자석의 성질을 띠는 물체)'의 '원자핵 스핀(Nuclear Spin)'을 이용한다. '핵스핀'은 '전자 스핀'의 약 1000분의 1의 자기력만 가진 초미시적인 자석 같은 것이다. '단열 소자법'에서 사용하는 상자성체에서는 온도가 '밀리켈빈' 이하가 되면 냉각 효율이 급속히 떨어진다. 그 이유는 전자의 스핀끼리 상호 작용함으로써 냉각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원자핵 스핀'의 경우 상호 작용이 거의 없기 때문에 냉각 온도를 더 내릴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먼저 액체 헬륨을 사용해 1K까지 내린다음 '3He-4He 희석 냉동법'을 사용해 'mK(밀리 켈빈)'까지 내리고, 다시 '핵스핀 소자법'을 반복해 조금씩 온도를 내린다. 그 결과 핀란드의 과학자는 '구리'(Cu)'를 100nK(100나노켈빈)'까지 냉각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핵스핀 소자법'에는 커다란 난점이 있다. 이 방법으로는 온도를 낮춘 물체를 사용해 다른 물체를 냉각시킬 수 없다. 따라서 '핵스핀 소자법'에 의한 절대 영도를 향한 길은 여기에서 끊기고 말았다.
6. 레이저 냉각(Laser Cooling)
그런 가운데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냉각 기술인 '레이저 냉각(Laser Cooling)'이라는 방법이 고안되었다. 실온에서 기체의 분자나 나 원자는 초속 수백 m로 날아다니고 있다. 가령 왼쪽에서 날아온 기체의 원자가 오른쪽에서 날아온 광자를 흡수했다고 하자. 이때 원자는 광자의 에너지를 흡수한 것이지만, 그때 '광압(Light Pressure)'이라는 힘도 받게 된다. 원자와 광자의 운동 방향이 반대 방향이므로, 광자는 광압에 의해 원자의 운동에 제동을 걸게 된다. 이것을 여러 차례 반복하면서 원자는 점차 속도가 줄어든다. 속도가 줄어들면서 운동 에너지가 낮아진다. 즉, 온도가 내려간다.
이것을 전후·좌우·상하의 여섯 방향에서 실행하면, 원자의 운동을 작게 함으로써 일정한 공간에 원자를 거의 정지시킬 수 있고, 원자의 온도를 절대 영도에 한없이 가깝게 할 수 있다. 아래의 그림은 '레이저 냉각'의 이미지를 그림으로 나타낸 것이다. 아래의 그림에서는 원자를 하나만 그렸지만, 실제로는 많은 원자가 무작위한 방향으로 날아다니고 있다. 그러나 위에서 말한 메커니즘과 여섯 방향에서 비치고 있기 때문에 각 원자의 움직임이 감속된다. 냉각할 수 있는 물질은 '리튬(Li)', '나트륨(Na)' 등의 '알칼리 금속'과 '알칼리 토금속' 등의 원소의 원자로 이루어진 기체이다.
6-1. '레이저광'의 파장 조정에 주의해야 한다.
여기에서 주의할 점은 '레이저광(Laser Ray)'의 파장을 조정하는 일이다. 원자가 흡수할 수 있는 빛의 파장은 원소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 예를 들어 좌우에서 같은 파장의 레이저를 보낼 때, 그 파장은 원자가 흡수될 수 있는 파장보다 조금 길게 해야 한다. 원자가 오른쪽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고 하면, 원자에게는 오른쪽에서 오는 레이저광의 파장이 '도플러 효과'에 의해 조금 짧아지기 때문이다.
'도플러 효과(Doppler Effect)'란 예를 들어 접근하는 구급차의 사이렌이 높은 음으로 들리는 것처럼, 관측자와 파동의 발생원의 운동에 따라 관측되는 파장의 길이가 변하는 현상이다. 원자 쪽에서 보아 진행 방향을 정면으로 하면, 도플로 효과에 의해 정면에서 오는 빛의 파장은 짧아지고 뒤에서 오는 빛의 파장은 길어진다. 이로 인해 빛의 파장은 원자가 흡수할 수 있는 파장이 되고, 뒤에서 오는 빛의 파장은 흡수할 수 있는 파장에서 벗어난다. 그 결과, 원자는 운동 방향과 반대 방향의 광압을 받아 속도가 줄어들게 된다. 그리고 광자를 흡수한 원자는 바로 그 에너지를 빛으로 방출한다. 이 방출은 전 방향으로 무작위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그때의 광압의 반작용은 평균하면 0이 된다.
6-2. '보스-아인슈타인 응축'의 관측에 성공하였다.
미국의 물리학자 '에릭 알린 코넬(Eric Allin Cornell, 1961~)'과 '칼 에드윈 와이먼(Carl Edwin Wieman, 1951~)'은 레이저 냉각을 통해 '보스-아인슈타인 응축(Bose-Einstein Condensation)'을 확인하려는 목표를 세우고 있었다. 그러나 '레이저 냉각'만으로는 원자끼리의 상호 작용이 방해돼서 '마이크로 켈빈(μK)' 수준까지밖에 온도를 내릴 수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운동 에너지가 높은 원자만을 제거했다. '온도'란 각각의 원자만이 아니라, 원자 집단의 운동 에너지의 평균에 좌우된다. 운동 에너지가 높은 원자를 분리해 나가자 온도는 몇 nK에 도달했다. 그 결과 1995년에 '보스-아인슈타인 응축'한 기체의 관측에 멋지게 성공하였다. 기체에서 '보스-아인슈타인 응축'이 관측된 것은 세계 최초였다. '에릭 알린 코넬(Eric Allin Cornell)' 등은 이 공적으로 2001년에 노벨 물리학 상을 받았다.
이렇게 해서 절대 영도를 향한 여행은 일단 도달점에 이르렀다. 사실 절대 영도를 목표로 할 때 '나노 켈빈(nK)'은 측정의 한계이다. 이것은 미시 세계의 '불확정성 원리' 때문이다. '불확정성 원리(Uncertainty Principle)'란 예를 들어 원자의 '위치'와 '운동량' 같은 2개의 양을 동시에 완전하게 결정할 수 없다는 원리이다. 이것은 측정 오차가 남는다는 말이 아니라 원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설렬 절대 영도에 도달해도 '영점 진동'이라는 것이 남아서, 원자나 분자의 운동 에너지는 0이 되지는 않는다.
7. 극저온 냉각 기술은 폭넓게 응용될 것이다.
절대 영도를 향한 여행은 냉각 기술의 발달'이라는 직접적인 성과뿐만 아니라, '초전도(Superconductivity)'와 '초유동(Superfluid)'이라는 일반적이지 않은 현상을 발견하는 성과를 이뤘다. '초전도'가 '자기 부상 열차'나 몸속을 촬영할 수 있는 '자기 공명 영상(MRI: Magnetic Resonance Imaging)'의 개발로 이어진 것처럼, 앞으로도 극저온 과학이 응용되어 사회에 공헌할 가능성은 높다.
그 가운데서도 최근 주목받고 있는 것은 '양자 컴퓨터'에서의 이용이다. '양자 컴퓨터(Quantum computer)'는 기존 컴퓨터에 비해 계산 속도가 압도적으로 빠르다. 다양한 형태의 양자 컴퓨터가 연구되고 있지만, 현재 개발되고 있는 양자 컴퓨터의 대부분은 극저온까지 온도를 내려 동작 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