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성 생물학(Synthetic Biology)
0. 목차
- '유전체 구축'을 통해 진화를 조절한다.
- 합성 생명체를 만들었다.
- 합성 생명체를 왜 만들까?
- 살아가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유전자
- 인공 세포
- 합성생물학의 응용
- 유전체 구축 시대에 맞는 논의가 필요하다.
1. '유전체 구축'을 통해 진화를 조절한다.
'합성 생물학'이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프랑스 의사인 '스테판 르뒥(1853~1939)'이 쓴 '합성 생물학(La Biologie Synthetique)'이라는 책이라고 한다. 이 책에서 '스테판 르뒥'은 생명이란 물리적인 현상으로, 그 현상을 이해하면 생물의 몸 외부에도 재현할 수 있다고 했다. 그 후 기술 혁신을 통해 그의 상상은 실현되고 있다. 생물의 기능을 개량하는 것만이 아니라 '생물의 기능을 설계해 인공적으로 만드는 학문'으로서의 '합성 생물학'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최근의 '합성 생물학'의 특징은 '유전자 편집의 등장'과 'DNA 합성 비용 절감'이다. 이로 인해 가까운 미래에 '유전체 구축 기술'이 도래할 것으로 생각된다. '유전체(Genome)'란 어떤 생물이 지는 모든 유전 정보를 말한다. 앞으로는 '합성 생물학'을 통해, 연구자가 설계한 대로 유전체를 인공적으로 만들 수 있게 될 것이다.
생물의 유전체는 세포 안에 있는 '데옥시리보핵산(DNA)'라는 물질로 이루어져 있다. DNA는 4종류의 '염기(Base)'가 연결된 구조이다. 염기 배열의 기능적 묶음이 '유전자(Gene)'이다. '유전체(Genome)'를 하나의 '문서'라고 하면, '유전자(Gene)'는 '문장', '염기(Base)'는 '단어'라고 할 수 있다.
1-1. 유전자 재조합
'유전자 재조합(Genetic Recombinatio)'이란 유전자라는 문장을 수정하는 기술이다. 예컨대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사용하면, '병충해에 강한 벼'처럼 원하는 성질을 지닌 품종을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다. 단, 이전의 방법으로 유전자를 수정하는 방법에는 한계가 있어, 원하는 모든 수정을 할 수 없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유전자 편집'이다. '유전자 편집'이란 유전자 안의 원하는 염기만을 정확하게 수정하는 기술이다.
특히 2012년에 등장한 유전자 편집의 하나인 'CRISPER-Cas9(크리스퍼 캐스 9)'이라는 방법을 통해 누구든 간단하게 유전자를 편집할 수 있게 되었다. 한국에서도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이용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2020년에는 국립수산과학원 연구팀이 '유전자 편집 기술'로 '마이오스타틴(Myostatin)'의 기능을 억제해 '넙치'의 근육량을 25% 증가시키는 데 성공했다. 일본에서는 이미 혈압 상승을 억제하는 성분을 많이 만들 수 있도록, CRISPER-Cas9을 이용해 유전자를 수정한 토마토가 판매되고 있다.
1-2. 유전체 구축
'유전체 구축(Building a Genome)'이란 '유전자 편집(Genome Editing)'과 'DNA 합성(DNA Synthesis)' 등을 통해 연구자 자신이 설계한 유전체를 인공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DNA 합성'이란 화학 반응을 통해 염기를 하나씩 연결해 나가는 기술이다. 유전자 편집을 '문장을 정확히 편집하는 기술'에 비유한다면, 'DNA 합성'은 문장을 새로 쓰는 것이다. 생물은 오랜 시간에 걸쳐 DNA의 염기 배열을 변화시켜, 현재와 같은 다양한 생물이 존재하도록 진화해 왔다. 다양한 생물의 유전체를 구축할 수 있으면, 그 조합을 무수하게 만들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지금까지의 진화 과정에서 만들어지지 않은 생물 시스템도 만들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처럼 진화의 벽을 뛰어넘을 수 있는 것이 '합성 생물학'의 큰 특징이다.
2. 합성 생명체를 만들었다.
2-1. 최초의 '합성 생명체'
미국의 생물학자이자 사업가인 '크레이그 벤터(John Craig Venter, 1946~)' 박사는 '합성 생물학'의 선구자라고 말할 수 있다. '크레이그 벤터' 박사의 연구 그룹은 2010년에 '마이코플라스마(Mycoplasma)'라는 세균이 지닌 약 100만 염기쌍의 유전체를 인공적으로 합성해, 유전체를 미리 제거한 '마이코플라스마' 세포 안에 넣었다. 그러자 그 세포는 자연적으로 세포 분열해 증식했다. '크레이그 벤터' 박사는 인공 합성한' 마이코플라스마'를 세계 최초의 '합성 생명체'라고 발표했다.
아래의 사진에 보이는 연결된 공 모양의 물체는 'JCVI-syn1.0'이라는 이름의 인공 생명체이다. '마이코플라스마'라는 세균에서 DNA를 모두 제거한 다음, 대신에 인공적으로 합성한 DNA를 넣으면, 세포 분열을 되풀이한다. 이 인공 생명체의 DNA에는 자연계의 마이코플라스마의 DNA와 구별하기 위해 연구자의 이름과 격언 등이 '식별 번호'로 숨겨져 있다.
2-2. 대장균을 사용해 '합성 생명체'를 만드는 실험에 성공했다.
2019년에는 영국의 연구 그룹이 대장균을 사용해 '합성 생명체'를 만드는 실험에 성공했다. 대장균의 유전체 길이는 400만 염기쌍이다.
2-3. 효모의 유전체를 인공 합성했다.
그리고 햄, 된장, 술 발효에 사용되는 '효모'의 유전체 합성도 성공하였다. 효모의 유전체는 1200만 염기쌍으로, 마이코플라스마와 대장균과는 길이에서 큰 차이가 난다. 그뿐만 아니라, 효모는 인간의 세포와 마찬가지로 '진핵생물'로 분류되는데, '마이코플라스마(Mycoplasma)'와 '대장균(Colon Bacillus)' 같은 '원핵생물'과는 DNA의 구조가 크게 달라 합성하기가 더 어렵다. 많은 원핵생물의 유전체는 고리 모양으로 세포 안에 존재하지만, 진핵생물인 효모의 유전체는 '염색체(Chromosome)'라는 접혀 겹쳐진 구조로, 세포의 '핵(Nucleus)' 안에 수납되어 있다. 염색체는 여러 개 존재하는데, 효모의 경우 염색체 수는 16개이다.
효모의 유전체 전체를 인공적으로 합성하려는 국제 프로젝트가 '효모 합성 유전체 프로젝트(Sc2.0, Synthetic Yeast Genome Project)'이다. Sc는 효모의 학명인 Saccharomyces cerevisiae에서 유래했다. 2019년 11월에 전체 유전체 중 99%의 합성이 완료되었다는 발표가 있었고, 2022년에는 100% 합성이 완료되었다.
3. '합성 생명체'를 왜 만들까?
유전체를 합성해 합성 생명체를 만드는 연구의 최종 목표는 무엇일까? 실용적인 목표의 하나는 인공 생명체를 효율적인 '단백질 생산 공장'으로 사용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유익한 응용 연구만이 합성 생물학의 목적이 아니다. 생명의 기능과 메커니즘을 설계해 만듦으로써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생물학의 근본적인 물음에 다가갈 수 있다.
이런 이유를 잘 표현한 것이 미국의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Richard Feynman, 1918~1988)'이다. "나는 내가 만들 수 없는 것을 이해한다고 말할 수 없다."는 말이다. 지금까지의 생명과학은 생물이라는 복잡한 기계를 분해해, 그 하나하나의 부품의 역할을 밝혀 왔다. 그러나 '진화의 결과로 생겨난 생물 시스템'은 살아가는 데 필요하지 않은 기능을 가지고 있거나, 반대로 중요하지 않은 기능을 가지고 있거나, 반대로 필요 없는 것처럼 보이는 의외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러한 생물의 복잡한 메커니즘은 분해하는 것만이 아니라 하나부터 만들어야만 비로소 알 수 있다.
'리처드 파인만'의 말을 빌리면, 우리는 생물의 기능과 메커니즘을 인공적으로 재현할 수 있어야만, 비로소 생명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결국 '합성 생물학'을 통해 인공 생명체를 만드는 연구는, 지금 있는 생명과 똑같은 것을 만드는 것이 그 목적이 아니다. 합성 생명체를 만드는 과정에서 생물의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가 깊어져 '생명의 본질'에 다가설 수 있다.
4. 살아가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유전자
4-1. '마이코플라스마'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유전자
'만듦으로써 이해한다.'는 접근 방식의 위력을 보여 준 한 예로 '크레이그 벤터(John Craig Venter)' 박사 연구 그룹이 행한 '미니멀 세포' 연구를 들 수 있다. '마이코플라스마'의 유전체를 합성한 '크레이크 벤터' 박사 연구 그룹은 이 세균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최저 유전자 조합'을 확인하는 연구를 했다. '크레이그 벤터' 박사는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유전자를 하나씩 유전체에서 제거했다. 그리고 세균이 증식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유전체는 53만 염기쌍, 473개의 유전자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것이 기능적으로 최소 유전체를 지닌 '미니멀 세포(Minimal Cell)'라고 한다. '마이크로플라스마'의 유전체는 약 100만 염기쌍인데, 절반의 유전자는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하지 않다는 말이다.
4-2. '인간'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유전자 세트
인간의 유전체에 대한 합성 생물학도 시작되었다. 인간의 유전체는 약 30억 염기쌍이며 염색체는 46개이다. '마이코플라스마'나 '효모'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하다. 미래에는 인간의 유전체를 조금씩 제거해 가며, 인간의 세포가 기능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유전자 세트를 밝힐 수도 있을 것이다. 인간의 유전체 가운데 유전자로서 기능하는 것은 전체의 2% 정도로 추정된다. '인간의 유전체는 대장균 같은 세균에 비해, 불필요한 것이 '듬성듬성'한 상태이다. 최소한의 유전자 세트'를 밝힐 수 있다면, 듬성듬성한 부분이 정말로 불필요한지, 불필요하다면 왜 존재하는지 등의 의문에 답할 수 있을 것이다.
유전체에서 불필요한 유전자를 떼어내는 방법은 새로운 약의 개발로 연결될 수 있다. 세포 안은 다양한 화학 반응이 동시에 일어나느 매우 복잡한 환경이다. 그 가운데는 같은 물질을 만드는 대사 경로가 2개 존재하는 경우도 있다. 하나의 경로가 작동하지 않더라도 다른 하나의 경로가 보완해 작동하는 경우이다. 생물의 기능을 유지한다는 면에서는 유용하지만, 생물의 메커니즘을 밝히려는 과학자에게는 이런 복잡성은 매우 난처하다.
유전자를 조금씩 떼어 내 대사 경로와 유전자 네트워크를 단순화하면, 유전자 하나하나의 역할을 특정하기 쉬워질 것이다. 또 질병을 치료할 때 어떤 하나의 경로의 한 종류의 약으로 막는 것만으로는 효과가 없지만, 2개의 경로를 양쪽에서 억제하면 질병이 치료된다는 발견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4-3. GP-Wirte
2016년부터 약 200명의 연구자가 참가해, 인간을 포함한 다양한 생물의 유전체 합성을 촉진하는 목적의 프로젝트 'GP-Write'가 시작되었다. GP란 'Genome Project(유전체 프로젝트)'의 약자로, 20세기 마루터 시작된, 인간의 유전체를 모두 해독하는 '인간 유전체 프로젝트(Human Genome Project)'에서 유래했다. Write는 '쓰다'라는 의미이므로, GP-Write는 인간 유전체를 쓰는, 즉 인공적으로 합성하기 위한 기술 개발을 국제 협조를 통해 가속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5. 인공 세포
합성 유전체를 지닌 '마이코플라스마' 세포의 제작에서는, 미리 유전체를 제거한 세포 안에 인공적으로 합성한 유전체를 넣어 만들었다. 바꾸어 말하면 현재의 합성 생명체는 유전체를 인공적으로 합성한 것일 뿐, '그릇'인 세포는 자연계에 있는 세포를 그대로 사용한다. 그래서 그 그릇인 세포 자체를 인공적으로 만들려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2023년 기준, 실제의 세포처럼 자율적으로 대사하면 증식하는 인공 세포는 실현되지 않았다. 그러나 세포의 기능을 부분적으로 실현한 '인공 세포(Artificial Cell)'는 이미 만들어져 있다.
세포는 세포 안과 밖을 구분하는 '세포막(Cell Membrane)'으로 둘러싸여 있다. 세포막은 '지질(Lipid)'로 이루어져 있으며, 지질과 물을 특수한 방법으로 섞으면 공 모양의 '인공 세포막'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인공 세포막 안쪽에 DNA를 넣는 것만으로는 '인공 세포'라고 할 수 있다. 실제 세포에서는 DNA의 정보를 바탕으로 단백질이 합성되고, 바로 그 단백질이 세포의 다양한 기능을 담당한다. 그런 메커니즘이 단순히 DNA를 넣는 공 모양에는 갖추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DNA로부터 단백질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다양한 효소', '아미노산(Amino Acid)', 에너지원이 되는 '아데노신 3인산(ATP)', 단백질 제조 공장인 '리보솜(Ribosome)' 등이 필요하다. 이들 물질과 DNA를 인공 세포막 안에 넣으면, DNA에 기록된 정보 그대로 단백질이 만들어진다. 이렇게 세포의 환경을 본떠 인공적으로 만든 세포가 바로 목적하는 '인공 세포'이다.
세포를 일일이 만드는 것은 유전체를 합성하는 것 이상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자가 인공세포를 만들려고 하는 이유의 하나는 연구를 통해 '생명의 기원'에 다가설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세포는 생명의 최소 단위이다. 아주 옛날, 유전 물질을 지니고 자기 증식하는 세포가 출현했을 때가 생명이 탄생한 순간이라고 생각된다. 최초의 생명은 에너지를 외부에서 얻어 증식할 수 있는, 필요한 최소한의 기능을 가졌던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최초의 생명이 어떻게 탄생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으며, 지금으로써는 직접 조사할 방법도 없다. 그래서 '세포를 만드는 연구'를 통해 '생명의 기원'에 관한 단서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는 것이다.
6. 합성생물학의 응용
6-1. 유용한 물질을 효율적으로 생산하는 일이 가능해졌다.
이제부터는 '합성 생물학'이 실제로 사회에 응용된 예를 소개한다. '합성 생물학'을 산업에 응용하려는 움직임이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세균과 효모 등은 유전체를 조작해 인간에게 유용한 물질을 만드는 '생산 공장'으로 이용할 수 있다. 예컨대 당뇨병 치료제인 '인슐린'을 만드는 유전자를 대장균의 유전체 안에 집어넣어, 대장균이 인슐린을 만들게 한다. '대장균' 대신 '효모'를 사용해도 된다. 이처럼 유전자 편집과 DNA 합성이 쉬워짐에 따라 세포가 다양한 유용한 물질을 효율적으로 생산하는 일이 가능해졌다.
모기가 매개하는 감염병의 하나인 '말라리아'의 치료제 성분으로 '아르테미시닌(Artemisinin)'이 있다. '아르테미시닌'의 원료를 효모가 만들게 하는 데 성공한 것이 미국의 '아미리스(Amyris)'사이다. '아르테미시닌'은 개똥쑥이라는 식물에 들어 있으며, 이것을 발견한 중국의 '투유유' 수석연구원은 2015년 노벨 의학생리학상을 받았다. 하지만 개똥쑥의 재배량은 불안정해 '아르테미시닌(Artemisinin)'의 공급량과 가격은 불안정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미리스'사는 개똥쑥의 유전자를 효모에 주입해, 아르테미시닌의 원료를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생산하도록 했다. 그리고 프랑스 제약회사를 통한 대량 생산도 실현했다.
이런 미생물을 사용한 물질 생산을 뒷받침하는 것이 '실험의 자동화'이다. 유전자를 조작하는 방법에는 방대한 조합이 있어, 어떻게 조작하느냐에 따라 미생물의 성질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정확하게 예상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따라서 미국의 '자이머젠(Zymergen)'사는 '미생물의 배양', '유전자 조작', '특징 분석'까지 거의 자동화했다. 이로써 실험에서 얻은 방대한 종류의 세균 가운데 목적하는 성질을 지닌 것을 고를 수 있게 되었다.
6-2. 유전자 드라이브
'유전자 드라이브(Gene Drive)'란 간단하게 말하면, 어떤 유전자가 자손에게 전달될 확률을 높여 개체군 내에서 그것이 더 빨리 퍼져나가게 조절하는 기술이다. 생물의 유전자를 조작해, '유전자 드라이브(Gene Drive)' 방법으로 감염병 그 자체를 없애는 일도 가능해질 수 있다. 여기에서는 말라리아를 매개하는 모기를 생각해 보자. 예를 들어 '유전자 A를 가진 수컷 모기'와 '유전자 A를 갖지 않은 암컷 모기'가 자식을 낳았다고 하자. 보통 유전자 A는 자식에게 50%의 확률로 유전된다. 그러나 수컷 모기의 유전체 안에 '유전자 드라이브(Gene Drive)'라는 어떤 장치를 마련해 두면, 자식에게 유전자 A를 100%의 확률로 유전시킬 수 있다. 그러면 세대를 거칠 때마다 유전자 A가 집단 안에 급속도로 퍼진다.
이 기술을 사용하면, 말라리아를 매개하는 모기를 절멸시킬 수 있다. 예컨대 암컷을 불임으로 만드는 유전자를 유전자 드라이브를 사용해 집단 안에 퍼뜨리면, 결국은 모든 모기가 자손을 남길 수 없게 되어 절멸한다. 실제로 2019년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야생형 암컷 모기 300마리', '야생형 수컷 모기 150마리', '붙임 유전자와 유전자 드라이브를 지닌 수컷 모리 150마리', 합계 600마리의 모기를 실험실 안에서 번식시켰다. 그러자 7~11세대 후의 모기 집단은 거의 모든 개체가 불임이 되어 전멸했다고 한다. 이처럼 '유전자 드라이브(Gene Drive)'는 생물 집단의 유전체를 단기간에 바꿀 수 있는 강력한 기술이다. 말라리아는 모기를 매개로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해지기 때문에, 만약 실외에서 모기를 절멸시킬 수 있으면 말라리아로 인한 사망자 수도 격감할 것으로 생각된다.
모기를 사용한 유전자 드라이브는 실험실 안에서는 성공을 거뒀다. 다만, 격리된 섬에서 실시한 야외 실험에서는 모기를 줄일 수 있었던 경우도 있고, 일시적으로 줄었지만 결국에는 원래의 수로 돌아온 경우도 보고되었다. 이처럼 '유전자 드라이브'에는 아직 기술적인 과제가 많이 남아 있다. 또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과 '바이오 테러'에 악용될 우려도 있다.
6-3. 종을 넘어선 '이종 이식'
'장기 이식'이란 질병이나 사고로 장기가 기능을 상실한 환자에게 다른 사람의 건강한 장기를 이식해 치료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이식용 장기는 부족하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제시된 것이 다른 동물의 장기를 이식하는 '이종 이식'이다. 2021년 10월, 그런 수술이 미국 뉴욕 대학교 '랭곤 의료 센터(Langone Medical Center)'에서 이루어졌다. 뇌사 환자에게 돼지의 신장을 이식한 것이다.
돼지의 장기는 인간과 크기가 비슷해서, 이전부터 이식에 적합하다고 생각되었다. 그러나 인간에게 다른 동물의 장기를 이식하면, 면역계가 그것을 이물질로 간주해 배척하려는 '거부반응'을 일으킨다. 면역 반응에 관여하는 몇 가지 유전자가 알려져 있는데, 그 유전자를 편집 등을 통해 기능하지 않도록 바꾸면 거부 반응을 일으키지 않고 이식할 수 있다.
2022년 1월에는 미국 메릴랜드 대학교 의료 센터에서 '심장병 환자에게 돼지의 심장을 이식하는 수술'을 했다. 이 돼지는 유전자 편집을 통해 '면역 반응에 관여하는 3개의 유전자'와 '심장 조직이 증식하도록 작용하는 1개의 유전자'가 기능하지 않게 했다. 그리고 인간의 면역계가 자신의 조직으로 인식하도록, 인간의 유전자가 6개 삽입되었다. 이렇게 일반적인 돼지의 유전자 총 10곳을 조작함으로써 이식용 장기를 만드는 돼지가 태어났다. 심장 이식 수술 후 몇 주일 동안 환자의 상태는 안정적이었지만, 수술 후 2개월이 지난 2002년 3월 8일에 사망했다. 2002년 3월 10일에 사망하였다.
거부 반응을 일으키지 않도록 유전자를 조작함으로써 이종 이식이 쉬워지면, 장기 제공자 부족 문제가 해소될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이종 이식'으로 인해 하나의 개체 안에 다른 유전자를 지닌 조직이 존재하는 이른바 '키메라 개체'가 생겨난다. '키메라(Chimera)'란 한 개체 내에 서로 다른 유전적 성질을 가지는 동종의 조직이 함께 존재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식의 안정성 뿐만 아니라, 예컨대 '인간의 뇌세포를 지닌 원숭이' 같은 생물체가 생겨날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에 대한 윤리적 문제도 논의되고 있다.
7. 유전체 구축 시대에 맞는 논의가 필요하다.
'유전자 편집 기술의 등장'과 'DNA 합성 비용 절감'으로, 합성 생물학은 빠르게 발달해, 앞에서 언급한 '유전체 구축 시대'의 막이 오를 날도 머지않았다. 그러나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앞으로 '합성 생물학'의 발전과 적절한 규칙에 대해 과학자를 포함에 사회 전체 차원에서의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 유전체가 올바르게 기능할 것인가?: 우선은 기술적인 문제이다. 유전자끼리의 관계가 세포 안의 대사 네트워크는 복잡하기 때문에, 유전체를 만들 수 있다 해도 그것이 올바르게 기능할 것인지는 또 다른 문제이다. 관건은 유전체 설계일 것이다. 이상적으로 기능하도록 설계를 도와줄 인공 지능도 필요하다.
- 바이오 테러에 대한 우려: DNA 합성 기술을 사용해 독성이 높고 치료제와 백신이 듣지 않는 새로운 세균과 바이러스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또 농작물 중에는 곤충을 이용한 가루받이가 필요한 것이 있다. 이런 곤충을 유전자 드라이브를 이용해 대량으로 전멸시킬 수 있으면, 그 지역의 농업에 파괴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합성 생물학을 이용한 테러를 국가 차원에서 상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 윤리적 문제: 합성 생물학은 진화의 벽을 뛰어넘어, 자연계에 존재할 수 없는 생물을 만들 수 있다. 이론상으로는 광합성을 하는 동물도 충분히 가능하다. 그런데 그런 생물을 만들 의의가 정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