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병(Alzheimer's disease)
0. 목차
- 치매의 종류
- 뇌의 신경 원섬유 변화
- 메커니즘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 아밀로이드 가설
- 타우 가설
- 경도 인지 장애
-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가 뇌에 일으키는 악순환
- 2006년 아밀로이드 베타 연구 부정 의혹
1. 치매의 종류
통틀어 '치매(Dementia)'라고 부르지만, 치매에는 여러 가지 병이 포함된다. 가장 많은 것은 '알츠하이머병(Alzheimer's disease)'으로 전체의 60~70%를 차지한다. 그 밖에 '뇌 혈관성 치매(약 20%),' '레비 소체 치매(약 4.3%)', 전두 측두엽 치매 등의 '신경 변성 질환(약 1%)' 등이 있다.
- 알츠하이머병(Alzheimer's disease): '알츠하이머병(Alzheimer's disease)'은 '직전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기억 장애가 특징이다. 기억 장애는 초기에는 가볍지만 조금씩 심해지다가, 이윽고 '시간과 장소에 대한 감각', '언어 기능'도 잃는다. 불안, 억울 상태, 망상 등도 수반되고 마지막으로는 몸져누어 죽음에 이른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서는 '아밀로이드 베타(Amyloid β)'와 '타우(Tau)' 등 2종 단백질의 비정상 덩어리가 축척된다. 이런 상태의 뇌에서 '신경 세포(Neuron)'에는 변성과 세포사가 일어난다. 신경 세포의 세포사는 수십 년이라는 세월을 거쳐 뇌 전체를 위축시킨다.
- 뇌혈관성 치매(Vascular Dementia): '뇌혈관성 치매(Vascular Dementia)'는 '뇌졸중(뇌경색과 뇌출혈)' 뒤에 나타나는 치매이며, 건망증 등의 기억 장애, 보행 장애, 배뇨 장애, 마비 등의 증상을 보인다. 억울 상태, 의욕저하, 언어 장애, 감정 제어 능력의 저하 등을 수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원인은 뇌 속의 혈류 저하에 있으며, 뇌졸중이 재발할 때 악화하는 경우가 많다.
- 루이 소체 치매(Lewy Body Dementia): '루이 소체 치매(Lewy Body Dementia)'에서는 비교적 가벼운 기억 장애와 더불어 '환시(없는 것이 보이는 현상)', '수족의 떨림', 악몽을 보고 난폭해지는 등 '수면 때의 행동 이상', 현기증, 우울 상태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신경 세포에 '레비 소체'라는 비정상적 단백질 집합체가 쌓이는 것이 원인이라고 한다.
- 전두 측두엽 치매(Frontotemporal Dementia): '전두 측두엽 치매(Frontotemporal Dementia)'에서는 '성격의 변화', '반사회적 행동', '상동 행동(같은 행동을 주위의 상황에 상관없이 계속 반복하는 것)', '음식물 기호의 변화', '의욕 저하', 말의 의미나 사물 이름을 알 수 없게 되는 '언어 장애', '근 위축', '운동 장애' 등이 나타난다. 전두엽이나 측두엽 신경 세포의 사멸이 원인이라고 하며, '타우(Tau)'를 비롯한 단백질의 비정상 축적이 보인다.
2. 뇌의 신경 원섬유 변화
2-1. 40~50대 약 절반에서 알츠하이머병 조짐이 나타난다.
이제부터는 치매 중에서 가장 많은 알츠하이머병에 대해 소개한다. 많은 사람들이 '알츠하이머병'은 고령자의 병이며 젊은 사람과는 관계없는 병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물론 환자의 대부분은 65세 이상의 고령자이지만, '알츠하이머병으로 향하는 뇌 변화'는 빠른 사람의 경우 20대 중반부터 시작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충격적이지만, 더 충격적인 것은 이런 뇌의 변화가 40~50대 중년층 약 절반에서 보인다는 것이다. '알츠하이머병'으로 향하는 뇌의 변화는 '내후각 영역(Etorhinal Area)'이라는 부위로부터 시작된다. '내후각 영역'은 뇌의 '측두엽(Temporal lobe)'에 있으며 '공간 인지' 기능 등을 맡는 영역이다. '내후각 영역'을 시작으로 '신경 원섬유 변화'라는 신경 세포의 변성과 사멸이 시작되어 수십 년을 거쳐 대뇌 피질 전체에 이른다.
1990년대 초 독일의 뇌 과학자 '하이코 브라크(Heiko Braak, 1937~)'박사는 여러 가지 요인으로 사망한 약 2000명의 뇌를 해부에 '신경 원섬유 변화'의 정도를 조사하고 6단계로 분리했다. 1단계에서는 '신경 원섬유 변화'가 내후각 영역에 머무르지만, 2단계에서는 해마의 끝부분 'CA1'에 이른다. 3~4단계에서는 '대뇌 번연계(Limbic System)'로 퍼지고, 5~6단계에서는 대뇌 피질 전체로 퍼진다. 임상적으로 초기 치매라 진단되면 대략 3단계를 넘어선다.
신경 세포 내부에서는 '미세소관(Microtubule, 미소관이라고도 함)'이라는 미세한 섬유가 다발을 이루고 있다. 정상적인 미세소관은 '타우(Tau)'라는 단백질로 묶여 있다. 하지만 특정 효소로 타우가 '인산화(인산기를 부가하는 화학반응)'되면 타우가 미세소관에서 떨어져 '미세소관'의 섬유 구조가 붕괴한다. 그리고 미세소관에서 떨어진 타우는 응집해 비정상적 덩어리를 만든다. 이런 이상을 '신경 원섬유 변화'라고 한다. '신경 원섬유 변화'가 일어난 신경 세포는 사멸한다. '하이코 브라크(Heiko Braak)' 박사는 이 메커니즘을 이용해 뇌 표본의 '인산화된 타우가 축적된 부위'를 색으로 구분하고 앞서 말한 것처럼 여러 단계로 구분했다.
단 40~50대에서 1단계를 지난 사람이 모두 알츠하이머병으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더 나이가 들었을 때 '1단계 수준에 머물러 있는 사람'과 '6단계를 향해 진행하고 알츠하이머병 증상을 나타내는 사람'으로 나뉜다고 한다. 80세가 되면 거의 모든 사람이 1단계 상태가 된다. 오래 살면 6단계를 향해 나아간다. 이처럼 1단계에서 시작해 시간이 흐르면서 진행되므로 40~50대에 '내후각 영역'의 '신경 원섬유 변화'가 있는 사람은 '알츠하이머병'의 가장 초기에 해당한다는 것도 사실이다.
2-2. 뇌의 신경 원섬유 변화(브라크 단계)
- 1단계: '신경 원섬유 변화'가 내후각 영역에 한정된 단계이다. 극소수의 '신경 원섬유 변화'가 내후가 영역 이외 부위(해마 등)에도 산재한다.
- 2단계: 1단계가 진행된 단계보다 많은 '신경 원섬유 변화'가 내후각 영역에 출현한다. 해마나 그 주변까지 '신경 원섬유 변화'가 퍼진다.
- 3단계: 내후각 영역의 대부분에 변화가 보이며, 해마에서 확대가 진행된다. '경증 치매', '알츠하이머병'으로 진단되면 3단계 이상이다.
- 4단계: 내후각 영역은 매우 고도로 침범되고, 해마에서도 다수의 '신경 원섬유 변화'가 보인다.
- 5단계: 해마의 모든 부위가 침범된다. 신피질의 측두엽부터 후두엽에 이르기까지 서서히 변화가 퍼진다.
- 6단계: 5단계의 변화가 더 진행된다. '내후각 영역'의 신경세포는 탈락하고, 신피질 전체가 고도로 침범된다.
3. 메커니즘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과거 20년 이상에 걸쳐 전 세계 연구자가 알츠하이머병의 규명에 몰두했지만, 완전한 메커니즘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밝혀진 것은 '환자의 뇌에는 '아밀로이드 베타(Amyloid β)'와 '타우(Tau)'라는 단백질 2종의 비정상 덩어리가 점점 계속 늘어난다는 점이다. 언제 어떻게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의 비정상 덩어리가 생기기 시작하는지, 신경 세포를 변성시켜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은 어떤 단백질인지, 2종의 단백질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 등은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는 모두 원래는 특정 기능을 담당하는 단백질이다. '아밀로이드 베타'는 '아밀로이드 전구체 단백질(APP: Amyloid Precursor Protein)'에서 잘려나가 혈류를 통해 온몸으로 운반되다가 뭔가의 정보 전달을 담당할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상세한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다. '타우'는 앞서 말한 대로 신경 세포 안의 '미세소관(Microtubule)'을 묶는 기능이 있다. 그 밖의 기능이 있는지, 있다면 어떤 기능이 있는지는 아직 자세히 밝혀지지 않았다.
4. 아밀로이드 가설
여기서는 유력시되는 '아밀로이드 캐스캐이드 가설(이른바 아밀로이드 가설)'에 대해 알아보자. '아밀로이드 가설'은 2002년에 제창된 것으로 '아밀로이드 베타의 비정창 덩어리 축적이 알츠하이머병의 증상이 나타나는 방아쇠가 된다.'는 설이다. '아밀로이드 베타'는 APP에서 잘라져 나와 생긴다. 정상적인 경우 잘려 나온 '아밀로이드 베타'는 아미노산 40개로 이루어지는데 이를 '아밀로이드 베타-40'이라고 한다. '아밀로이드 베타-40'은 몸의 여러 조직에서 만들어져 혈액 안에 존재한다. 그러나 APP를 만드는 유전자나, APP에서 '아밀로이드 베타'를 잘라내는 단백질 유전자 'PSEN1'과 'PSEN2'가 변화하면, 잘라내는 것이 비정상적이 되어 비정상의 아밀로이드 베타가 만들어진다. 이렇게 만들어진 비정상 아밀로이드는 42개의 아미노산으로 이루어져 '아밀로이드 베타-42'라고 한다. 이 비정상 아밀로이드 베타는 굳어지기 쉽기 때문에 뇌의 여러 부위에 응집해 '노인반'이라는 비정상 구조를 만든다.
'아밀로이드 가설'에 따르면 다음과 같이 생각된다. 아밀로이드 베타 덩어리는 신경 세포 사이에서 정보 전달이 이루어지는 '시냅스(Synapse)'라는 부위를 손상시킨다. 손상된 신경 세포 내부에서는 특정 효소가 활성화되어 '타우(Tau)'가 인산화됨으로써 덩어리를 만든다. 이렇게 해서 생긴 타우 덩어리는 '신경 원섬유의 변화'를 일으켜 세포를 사멸시킨다. 아밀로이드 가설의 근거로는 다음과 같은 2가지가 있다.
- 첫째는 '아밀로이드 베타를 끊어내는데 관계하는 유전자(PSEN1, PSEN2에 관계되는 유전자)'에 변이가 일어나는 가계가 있어, 그 가계에서 가족성 알츠하이머병이 집중적으로 발병했다는 점이다.
- 둘째는 아밀로이드 베타의 덩어리가 신경 원섬유 변화'보다도 앞서 확인된다는 점이다.
아밀로이드 가설은 많은 지지를 얻었으며, 이것을 이론적 근거로 해서 여러 가지 알츠하이머병 치료약이 개발되었다. 하지만 사후의 '사람 뇌'와 유전자의 기능과 질환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할 목적으로 유전 정보를 개조한 '모델 생쥐'의 뇌에서 '아밀로이드 베타'의 비정상 덩어리가 매우 많이 축적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신경 우너섬유 변화', '신경 세포의 탈락'을 볼 수 없는 예가 확인되었다. 나아가 '아밀로이드 베타'를 표적으로 한 여러 약제가 개발되었지만, 임상 시험에서 기대한 효과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속출해 다수가 성공하지 못하고 끝났다. 예를 들어, 약제 투여로 뇌의 아밀로이드 베타 축적이 없어졌는데도 치매가 아주 심한 정도까지 진행된 사례 등이 나온 것이다.
5. 타우 가설
이런 상황에서 '그러면 혹시 아밀로이드 가설이 틀린 것은 아닐까?'하는 의심이 생겼고, '타우의 응집이 진짜 원인이 아닐까?'하는 타우 가설이 나왔다. '아밀로이드 베타' 덩어리만 많이 축적하도록 유전자를 개조한 생쥐를 만들고, 뇌를 직접 조사해 보았다. 그러자 노인반은 많이 생겼지만 신경세포는 그다지 죽지 않았다. 그러면 '아밀로이드 베타'가 아니라 '타우'가 중요한 것이 아닐까?
'타우 가설'은 다음과 같다. 먼저 신경 세포 내부에서 효소가 활성화되고 타우가 인산화된다. 그것에 의해 미세 소관에서 타우가 떨어지고, 미세소관 다발이 붕괴하는 것과 더불어 타우의 덩어리가 생긴다. 이런 상태가 '신경 원섬유 변화'이다. '신경 원섬유 변화'를 일으킨 신경세포는 세포사를 일으키고 죽는다. '타우 덩어리의 축적'과 '신경 원섬유 변화'는 내후각 영역에서 시작되어 해마, 대뇌 피질 전체로 퍼지면서 뇌 전체를 위축시킨다. 단, 최초의 타우 인산화가 어떤 메커니즘으로 일어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또 왜 타우 인산화가 '내후각 영역'에서 시작되어 해마, 대뇌 피질 전체로 퍼지는지도 수수께끼이다.
5-1. 타우의 응집을 저해하는 물질
제약 회사는 타우의 덩어리가 만들어지는 것을 막는 약제도 개발하고 있다. 약제 후보로는 '타우가 효소와 반응하는 부위에 결합해 반응을 저해하는 화합물' 또는 '타우의 특정 부위에 결합하는 항체' 등이 있다.
일본 가쿠슈인 대학교 이학부 생명과학과의 '다카시마 아키히코' 교수는 2015년 '이소프레테놀(isopretenol)'이라는 물질이 타우의 응집을 저지하는 것을 발견했다. '이소프레테놀'은 부정맥 등의 약으로 사용된다. 즉시 알츠하이머병인 모델 생쥐에게 이 약제를 주었더니, 타우의 응집이 줄고 신경 세포사도 막을 수 있음이 밝혀졌다. 단 약제화에는 이르지 못했다. 알츠하이머병 치료에 상정되는 10년 단위로 복용하면 심장에 독이 된다는 문제와, 입으로 복용해도 뇌로 운반되어 신경 세포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어렵다는 등의 이유 때문이다.
'다카시마 아키히코' 교수는 몸에 부담이 적고 보다 섭취하기 쉬운 물질 가운데 타우의 응집을 막는 것을 찾기 위해, 시험관 안의 실험을 통해 건강 보조 식품 등에 들어 있는 화합물에 타우의 응집을 막는 효과를 가진 것이 없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염화시아니딘(Cyanidin, 과일의 성분 가운데 하나)', '나포마(여러해살이풀, 학명: Apocynum venetum)', '바나바(낙엽 고목, 학명: Lagerstroemia speciosa)' 등의 식물에서 추출한 성분이 타우의 응집을 막는 효과가 있음이 밝혀졌다. 앞으로 생체 안에서의 작용에 조사할 예정이라고 한다.
6. 경도 인지 장애
'아밀로이드 가설'을 근거로 개발한 대부분의 약제에서 '인지 기능 개선' 효과가 확인되지 않았다. 그래서 '아밀로이드 가설 자체는 옳지만, 약제 투여의 타이밍이 너무 늦은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나왔다. 알츠하이머병이 진행하는 10년 정도 전부터 투여하면, 이들 약제가 효과를 나타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1단계, 2단계 사이 등에 투여를 시작하면 효과가 있을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른다.
1단계와 2단계는 인지 기능 테스를 해도 완전히 정상이다. 이 단계에서 자신은 기억력 저하를 느끼는 예도 있으며, 그 경우는 주관적 인지 저하라고 한다. 하지만 3단계가 되면 인지 테스트에서 하나 이상의 증상이 보인다. 예컨대 명칭이나 물건이 놓인 장소를 생각해 내지 못하는 등의 증상이다. 5단계 이상에서는 '인지 기능 테스트'에서 복수의 이상을 보인다. 치매 초기라고 진단된 사람의 다수가 3~4단계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최근에는 2단계 후기를 '경도 인지 장애(MCI: Mid Cognitive Inpairment)'라고 부른다.
한편, 기억과 판단력 등의 상태를 근거로 한 '임상 치매 척도(CDR: Clinical Dementia Rating)'라는 지표로 '경도 인지 장애(MCI)'를 정의할 수 있다. 이 지표 자체는 1980년대부터 사용되었으며, 알츠하이머병 이외의 치매에도 포함된다. 인지 기능과 생활 상황 등에 관한 6항목을 의사의 진단과 가족 등으로부터의 정보에 입각해 평가하는 것이다. CDR 지표는 '건강(CDR 0)', '의심(CDR 0.5)', '경도(CDR 1)', '중등도(CDR 2)', '중증(CDR 3)'의 5단계로 분류된다. CDR 지표에 따르면 CDR 0.5는 '경도 인지 장애(MCI)', CDR 1은 '알츠하이머병 등의 치매'로 진단된다.
6-1. '경도 인지 장애' 평가 검사
'역학 연구'에서는 '경도 인지 장애'로부터 1년 후 10%, 5년 후 40%가 치매로 이행한다는 보고가 있다. '경도 인지 장애'에 이르기 전에 이상을 발견하고 조기부터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카시마 아키히코' 교수는 알츠하이머병에 이르기 전, '신경 원섬유 변화'가 '내후각 영역'에 머물러 있는 상태, 즉 브라크 단계'를 기준으로 1단계 또는 2단계 초기에서 이상을 찾아내는 검사 방법을 개발했다. 주목하는 것은 '내후각 영역'이 담당하는 '경로 통합 능력'이다. '경로 통합 능력'이란 공간을 올바로 지각해 옳은 방향으로 안내하는 능력이다. '내후각 영역'에는 특수한 신경 세포인 '격자 세포'가 같은 간격을 두고 규칙적으로 육각형 또는 삼각형으로 배치되어 있다. '격자 세포'는 '자기가 있는 장소의 정보(기하학적 공간 정보)'를 획득하고 그것을 근접한 해마로 전달한다.
'다카시마 아키히코' 교수가 개발한 검사는 3D 가상 현실 기술을 이용해 '내후각 영역'이 담당하는 '경로 통합 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피험자에게 VR 고글을 장착시키고 가상 공간 안에 나타난 '주위 풍경 정보가 거의 없는 광장' 안을 몇 개의 점을 돌아 출발 지점으로 되돌아가게 한다. '경로 통합 능력'이 정상이면 출발 지점과 거의 같은 장소로 되돌아갈 수 있다. 하지만 '경로 통합 능력'에 문제가 있으면 '오류 거리(출발 지점과 고글 지점의 차이)'가 커진다. '오류 거리'가 커질수록 '경로 통합 능력'이 저하되어 '내후각 영역의 신경 원섬유 변화가 진행되었다고 추측할 수 있다. 우리는 모델 생쥐를 대상으로 '오류 거리가 정상치를 넘어선 개체'의 '내후각 영역'에 '신경 원섬유 변화'가 생긴 것을 확인했다. 사람에서의 분석에서는 20대는 약 10%만 오류가 정상치를 넘어섰고, 50대부터 성적이 나쁜 사람이 급증해 75세에서 약 80%, 80세 이상에서는 약 90%가 이상을 나타내는 것을 알아냈다.
6-2. '신경 원섬유 변화'를 진행시키지 못하게 하려면?
'내후각 영역'에서 일어난 '신경 원섬유 변화'를 진행시키지 못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뇌 혈류량을 줄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구체적으로는 폭음 폭식을 삼가고, 적당한 운동, 적당한 다이어트, 혈류를 좋게 하는 보조 식품 섭취 등에 주의를 기울인다. 즉, 성인병을 막을 수 있으면 좋다고 한다. 최신 연구를 통해 '경도 인지 장애'의 조기에 성인병 개선 대책을 강구했더니 16~41%로 원래의 건강한 상태로 회복되었다는 보고도 있다.
7.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가 뇌에 일으키는 악순환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는 '아밀로이드 베타(Amyloid β)'와 '타우(Tau)' 모두 비정상적으로 축적된다. 어느 단백질이 알츠하이머병으로의 방아쇠를 당기는지 모르지만 둘은 뭔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혹시 '타우'와 '아밀로이드 베타'의 덩어리가 처음에는 독립적으로 발생하는 것은 아닐까? 그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다. 가족성이 아닌 일반적인 알츠하이머병의 경우, 우선 '내후각 영역'에서 '타우'의 비정상 덩어리가 생기고 '신경 원섬유 변화'와 '신경 세포사'가 일어난다. 단, 당장은 뇌의 예비 기능이 작용하기 때문에 바로 '인지 기능 저하'에 이르지 않는다. 하지만 예비 기능을 계속 혹사하면, 처음에는 조금밖에 없던 '유전자 변이에 의해 생기는 아밀로이드 베타-42'가 증대한다. 증대된 '아밀로이드 베타'의 덩어리는 뭔가의 작용에 의해 뇌 속의 혈류를 나쁘게 해서 그것이 타우의 덩어리를 늘리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실은 최근 생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이 시나리오를 일부 뒷받침하는 보고가 있었다. '아밀로이드 베타(Amyloid β)'가 쌓인 뇌 조직에서는 모세 혈관이 비정상적으로 수축해 혈류가 나빠진다는 내용이다.
'희소 돌기 아교 세포(Oligodendrocyte)'와 '별 아교 세포(Astrocyte)'의 이상과 알츠하이머병의 관련도 주목받고 있는데, 여기서도 뇌 혈류의 저하가 관계있을지도 모른다. '희소 돌기 아교 세포'와 '별 아교 세포'는 신경 세포를 보호하고 영양을 공급하는 세포이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별 아교 세포'에서는 염증에 관련한 유전자가 활성화되어 염증을 일으키는 물질이 만들어진다는 여러 보고가 있었다. 이들을 뇌 혈류의 저하에 따른 영양 부족으로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8. 2006년 아밀로이드 베타 연구 부정 의혹
2022년 7월, 미국의 과학지 '사이언스(Science)'에 '아밀로이드 베타 가설'의 근거를 일부 뒷받침한 한 논문에 부정이 있었다는 기사가 실렸다. 지적된 논문은 2006년 영국의 과학지 '네이처(Nature)'에 발표된 논문이다.
당시에는 '알츠하이머병의 증상이 나타나는 것'과 '아밀로이드 베타의 축적'에 관계가 있다는 견해가 유력시되었다. 그런 가운데 '아밀로이드 베타-42'의 응집체인 노인반을 항체로 제거해도 병의 진행을 억제할 수 없다', '생쥐 실험에서는 노인반을 축적시켜도 신경 세포가 죽지 않는다.' 등의 보고가 이어졌다. 이들 보고에 대해 '노인반이 되는 전 단계의 아밀로이드 베타에 신경 세포를 손상시키는 신경 독성이 있지 않을까?'하는 가설이 제기되었다. 미국의 신경 과학자인 '레스네(Sylvain Lesne)', '애시(Karen H. Ashe)'등은 이 가설을 실증했다며 논문을 '네이처(Nature)'에 발표했다. '미국 국립 보건 연구소(NHI)'는 이 가설에 입각한 연구에 많은 예산을 투입했고, 제약 회사도 이 가설을 근거로 한 약제 개발을 계속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16년이 지난 2022년, 독일의 신경 과학자이자 의사인 '매튜 슈라크(Matthew Schrag)'는 '레스네(Sylvain Lesne)' 연구팀의 논문에 첨부된 화상 일부에 가공 흔적이 있음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이 논문의 부정을 지적하는 기사를 2022년 7월 '사이언스(Science)'에 기고했다. '매튜 슈라크'는 어떤 신약 '시뮤필램(Simufilam)'의 개발에 의심을 갖고 개발의 근거가 된 '레스네' 연구팀의 논문을 재검토했다고 한다. '레스네' 연구팀의 논문은 그 후 나온 2000편 이상의 논문에서 인용되었으며, 전 세계의 아밀로이드 베타 연구에 큰 영향을 주었다. 이번 부정으로 '아밀로이드 가설'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어쩔 수 없이 일부 분석 결과를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