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의 심리학
'협상(Negotiation)'이란 복수의 당사자 사이에 이해가 일치하지 않거나 의견 차이가 있을 때, 서로 이야기를 나누어 해결하는 과정을 가리킨다. 그 결과로 어떤 형태의 합의에 이르기도 하고,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결렬되기도 한다. 당사자 입장에서 보면, 그것은 상대방을 '설득'하는 행동이라고 말할 수 있다. '설득'일나 타인의 태도와 행동을 특정 방향으로 변화시키려는 것이다. 이것은 일대일인 상황만이 아니라, 다수의 당사자가 관여하거나 조직과 집단이 당사자인 경우도 있다.
0. 목차
- '협상'의 심리학
- 설득의 전략
- 분배적 협상
- 통합적 협상
- 협상에 임하는 자세
- 틀짜기 효과
- 부당한 대우에 대한 인간의 심리
- 그외 협상과 관련된 심리
1. '협상'의 심리학
인간은 다양한 상황에서 협상하고 있으며, 가족·친구·애인처럼 가까운 사이에도 협상은 있다. '학교와 직장에서의 일상적인 대화', '비즈니스 상담', '국제 정치에서의 외교 전략' 등 사소한 것에서부터 중대한 안건까지 협상과 설득이 사회를 움직인다고 말해도 좋다. 이해의 불일치를 해결하기 위해 영향력 있는 제3자가 개입해 조정하는 '중재'와 사법 기관이 강제적으로 결론을 내리는 '판결'이라는 수단도 있다. 또 당사자들의 이해가 일치하지 않아도 그냥 무시하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서점에 '협상'과 '설득'에 관한 책이 많이 나와 있는 것만 봐도, 많은 사람들이 '협상'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단 그런 책들의 대부분은 남의 이야기를 모아놓은 것이어서, 참고가 되기는 하지만 과학적으로 보편성이 있다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근거 없는 주장을 하는 책들도 많고, 책마다 다른 말을 하는 경우도 많다.
반면, 협상에 대해 연구하는 심리학에서는, 실제로 인간의 행동을 모델화해 실험을 하고 '인과 관계'를 밝히는 것에 중점을 둔다. 단, 주의해야 할 점은 '이렇게 하면 유리하게 협상을 진행할 수 있다.'는 노하우를 제공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협상의 상황은 그때마다 달라 각각의 장면에서 다양한 기제가 작동한다. 다양한 기제를 하나씩 밝히는 것이 심리한 연구다. 협상과 설득의 모든 상황에서 적용할 수 있는 '만능 수단'은 존재하지 않는다. 협상이 행해지는 상황은 매우 복잡해, 하나의 이론으로는 간단히 설명할 수는 없다. 그러나 자신이 협상의 당사자일 때, 자신의 마음에 어떤 기제가 작동하는지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유리하다. 심리학 연구는 그에 대한 단서를 제공한다.
2. 설득의 전략
우선 심리학적 효과에 근거한 설득 기법으로 잘 알려진 것을 몇 가지 소개한다.
2-1. 문전 걸치기 전략
첫 번째는 '문전 걸치기 전략(Put in the door Technic)'이다. 받아들여지기 쉬운 작은 부탁은 먼저 제시하고, 그것이 받아들여진 다음에 허락받기 힘든 원래의 목적을 제시하는 기법이다. 길거리에서 간단한 설문 조사를 권한 다음, 이어 관련된 상품을 사도록 권유하는 방식이 바로 이것이다. 이 기법의 명칭은 방문 판매 영업 사원이 상품을 팔려고 할 때, 먼저 발을 들이밀어 현관문을 열게 한 다음, 최종적으로 상품을 사게 하는 방법이 효과적이었따는 경험에서 유래했다. '단계적 요청법'이라고도 한다.
미국의 심리학자 '조너선 프리드먼(Jonathan I. Freedman)'과 '스콧 프레이저(Scott C. Fraser)'는 1966년, 이 기법의 효과를 검증했다. 주택 정원 앞에 큰 교통안전 안내판 설치를 허락받는다는 목적을 두고, 처음부터 그것을 부탁한 경우와 먼저 작은 스티커를 자동차에 붙이게 한 다음 얼마 후 원래 목적인 안내판 설치를 부탁한 경우를 비교했다. 처음부터 원래 목적을 의뢰받은 주민의 경우 승낙한 사람은 16.7%였다. 이에 반해 먼저 작은 스티커 부착을 부탁하고 그것을 승낙한 주민을 대상으로 큰 설치를 의뢰했더니, 스티커 부착을 승낙한 사람의 76.0%가 안내판 설치를 받아들였다.
이러한 결과에는 자신의 말과 일관성을 유지하고 싶어 하는 인간의 심리가 작용한다고 생각된다. 이것은 '일관성의 원리'라는 심리 기제이다. 자신의 말과 행동에 대해 일관성을 유지하고 다른 사람에게도 그렇게 보이고 싶다는 심리로, 강하게 작용한다고 한다.
2-2. 로 볼 전략
두 번째는 '로 볼 전략(Low Ball Techinic)'이라는 기법이다. 먼저 상대에게 매력적인 조건을 제시하고, 그것이 받아들여진 후 좋은 조건을 취소하거나 나쁜 조건을 덧붙이는 것이다. 이것도 '일관성의 원리'에 근거한 기법으로, 나중에 상황이 나빠져도 처음 선택을 바꾸지 않는 사람이 많다는 점을 이용한다. 처음에 받아들이기 쉬운 '공(Ball)'을 던지는 것에서 명칭이 유래했다.
어떤 상품을 사면 '덤'으로 다른 물건을 준다는 안내를 보고 그 물건을 구입했는데, 그 후 덤이 모두 매진되었다는 말을 들어도, 그 상품의 구입 자체를 취소하지 않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된다.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덤도 포함되어 이득이라고 판단해서 상품을 구입했지만, 일단 결정한 것을 취소하는 일은 일관성을 결여한 것이므로 하기 어려운 행위이다.
이 기법은 자동차를 판매할 때 처음에 일부러 낮은 견적 가격을 제시하고, 고객이 구입을 결정한 다음에 부속품 등의 비용을 내세워 가격을 올린 것이 발상이라고 한다. 이 기법의 효과는 미국의 심리학자 '제리 버거(Jerry Burger)' 연구팀이 1981년에 발표한 실험에서도 확인되었다.
60명의 학생을 3그룹으로 나눠 각각 다른 조건을 제시하고, 계산 문제를 푸는 실험에 참가하도록 의뢰했다. A그룹에게는 처음에는 '사례하겠다'고 말하고, 나중에는 같은 사람이 '사례할 수 없게 되었다'고 전했다. B그룹에게는 사례하겠다고 한 다음, 다른 사람이 '사례할 수 없게 되었다'고 전했다. C 그룹에게는 처음부터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실험 결과, A그룹의 경우 최종적으로 11명이 실험에 참가한 것에 비해, B그룹의 경우 3명밖에 남지 않았고, C그룹에서는 4명밖에 남지 않았다. A그룹에서 보수를 받을 수 없게 되었는데도 참가를 철회하지 않은 학생이 많았던 것은 '일관성의 원리'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반면 B그룹에서는 보수가 취소되었다는 말을 전한 사람이 다른 인물이었기 때문에 '일관성의 원리'가 적용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2-3. 역 단계 요청 기법
세 번째는 '역 단계 요청 기법(Door in the face Technique)'으로, '머리부터 들이밀기 기법' 또는 '양보적 요청법'이라고도 한다. 일부러 처음에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을 제시하고, 그것이 거절당한 다음에 원래의 목적을 제시하는 기법이다. 상대방으로 하여금 처음 처음 부탁을 거절했으니, 다음 부탁은 들어주어야 한다는 기분을 갖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런 심리는 '상호성의 원리'라고 한다.
이 기법도 미국의 심리학자 '로버트 치알다니(Robert Cialdini)'연구팀이 1975년에 발표한 실험을 통해 효과가 확인되었다. 학생에게 '비행 소년을 하루 동안 동물원에 데려가는 봉사활동'을 부탁했다. 처음부터 원래 목적을 제시한 경우, 약 17%가 승낙했다. 반면에, 먼저 '비행 소년에게 매주 2시간의 면접을 2년에 걸쳐 실시하는 봉사 활동'을 부탁하자 전원이 거절했다. 그런 다음 원래의 목적을 제시하자 약 50%가 승낙했다.
이것은 처음에 가벼운 요구로 시작하는 '문전 걸치기 전략'에 대한 반응과는 정반대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 두 가지는 다른 심리 기제에 근거할 뿐 모순되는 것은 아니다. 상황에 따라 어느 것이 보다 효과적일지는 다르다. '일관성의 원리'가 강하게 작용한다는 연구도 있지만, 상대방과의 관계를 중시해야 하는 상황 등에서는 '상호성의 원리'가 강하게 작용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3. 분배적 협상
이제 협상을 둘러싼 심리와 메커니즘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협상이란 결국 지금 여기에 있는 파이의 배당을 결정하는 거래이므로, 빼앗을 것인지 빼앗길 것인지의 줄다리기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상대의 이익이 많아지면 그만큼 자신의 이익이 적어지기 때문에, 어떻게든 상대방을 속이거나 구슬리거나 잠자코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분명히 한정된 파이의 몫을 서로에게 배당하는 협상에서는 양자의 이해가 완전히 대립한다. 이런 구조를 지닌 협상을 '분배적 협상'이라고 한다.
3-1. 자신의 '유보 가격'을 밝히지 않는 것이 좋다.
분배적 협상의 예로서, 중고차 매매 협상을 생각해 보자. 가격 이외의 조건은 모두 결정되어 있으며, 쟁점은 가격 하나뿐이라고 하자. 매도자는 되도록 비싸게 팔고 싶지만 600만 원까지는 깎아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매수자는 되도록이면 싸게 사고 싶지만 900만 원까지는 괜찮다고 생각한다. 양자가 협상할 수 있는 한계 가격을 각각의 '유보 가격'이라고 한다. 이 경우라면, 매도자의 유보 가격인 500만 원과 매수자의 유보 가격인 100만 원 사이에서 합의될 가능성이 있다. 이것을 '협상 영역'이라고 한다. 만약 양자가 상정한 가격의 범위에 겹침이 없다면, 협상 영역은 존재하지 않고, 합의에 이르기는 매우 어렵다. 이 사례처럼 '협상 영역'이 존재하면 정확히 중간이 750만 원에서 합의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꼭 그렇지는 않다. 양자 모두, 만일 상대방의 유보 가격을 알 수 있다면, 최대한 밀어붙여 자신의 이익을 많게 하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양자 모두 상대에게 자신의 '유보 가격'을 밝히지 않은 채 상대를 탐색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서 합의한 금액에 따라 어느 정도 이득이 되는지 생각해 보자. 800만 원으로 합의한 경우, 매수자는 1000만 원까지 지불해도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200만 원의 이득을 본 셈이다. 마찬가지로 매도자는 500만 원까지 가격을 내려도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300만 원의 이득을 본 셈이다. 양자의 이득을 합하면 200만 원 + 300만 원으로 300만 원이 된다. 협상 영역 안에서 어떤 합의를 해도 두 사람의 이득의 합은 500만 원이 된다. 이처럼 두 사람의 이익의 합이 고정되어 있다는 점에서 '분배적 협상'을 '제로섬 협상'이라고도 한다.
3-2. 협상 영역을 작게 예측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협상에서는 당사자가 협상 영역을 실제보다 작게 예측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매수자가 매도자의 유보 가격을 추측하면서 700만 원을 제안했는데 매수자가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하자. 이때 매수자는 매도자의 유보 가격이 700만 원에 약간 못 미친다고 판단하기 쉽다. 이 사례에서 실제 협상 영역은 500만 원에서 1000만 원까지의 500만 원이지만, 매수자는 '700만 원(매도자가 수용한 가격)'에서 '1000만 원(매수자의 유보 가격)' 사이의 300만 원이 협상 영역이라고 느끼는 것이다.
협상 영역을 실제보다 작게 추측한 결과, 매도자는 '자신은 유리한 결과를 얻었다고 받아들이기 수비다. 사실은 더 싸게 구입할 수 있었지만, 매도자의 유보 가격 부근에서 합의했다고 판단해 버리기 때문에 거의 최선의 결과를 얻은 것처럼 생각하는 것이다. 만족감이 높다는 의미에서 좋은 면도 있지만, 자신의 협상 능력을 과신하기 쉬우므로 주의해야 한다.
4. 통합적 협상
4-1. 쟁점이 2가지 이상이며 그 우선순위가 서로 다른 경우, 서로 윈윈할 수 있다.
파이가 한정된 '분배적 협상'과는 달리, 파이 그 자체를 늘리는 협상도 있다. 이것은 양자 모두 자신의 이익을 크게 하고 싶지만, 이해가 완전히 대립하지는 않는 구조일 때 가능하다. 이런 협상은 '통합적 협상'이라고 한다. '통합적 협상'에서는 이른바 '윈윈(WIN-WIN)' 합의에 이를 수 있다. 이것은 어떤 의미일까?
'통합적 협상'의 구체적인 예를 살펴보자. 치킨집 사장과 아르바이트 학생이 협상한다고 하자. 쟁점은 시급과 근무시간 2가지이다. 단, 최저시급 같은 기준 임금은 정해져 있고, 둘의 협상으로 임금을 정한다고 가정하자. 사장은 아르바이트 학생에게 지급할 시급을 되도록이면 낮게, 1일 근무 시간을 길게 하고 싶다. 학생은 되도록 시급은 높게 1일 근무 시간은 짧게 하고 싶다. 이때 사장은 근무 시간이 긴 것이 더 중요하며, 학생은 근무 시간보다 시급이 우선이다. 이 경우, 시급과 근무 시간에 대해 사장과 학새의' 이익(Merit)'의 크기가 다르다.
사장과 학생은 서로 자신에게 중요하지 않은 조건을 양보함으로써 최선의 결과에 접근할 수 있다. 이 경우, 학생의 희망대로 시급을 올리고, 사장의 요구에 맞춰 근무 시간을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협상을 통해 눈앞의 파이 크기 자체를 변화시킴으로써 보다 큰 파이를 나눠 가질 수 있다. 이처럼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는 '통합적 협상'이 성립하는 것은, 쟁점이 두 가지 이상이며, 그 우선순위가 당사자에게 각각 다른 경우이다. 혹은 애초에 쟁점이 하나밖에 없더라도 새롭게 다른 쟁점을 덧붙여 통합적 협상으로 변화시키는 방법도 찾아볼 수 있다.
4-2. 상대의 이해의 우선순위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협상에 임한 시점에서 상대와 정면에서 이해가 대립한다고 생각해 '통합적 협상'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 배경으로 인간은 항상 자신을 기준으로 상황을 보는 '자기중싱성'이 있다. 이것은 우리 심리에 강하게 작용해, 협상에서도 무의식중에 '자신에게 중요한 쟁점은 상대방에게도 분명히 중요할 것'이라고 생각해 버린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고 주의하지만, 타인의 입장에서 서서 생각하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대부분의 사람은 합이 고정되어 있다는 환상에 빠져 있음을 자각하지 못한다. 먼저 그 사실을 깨닫는 것이 시작이다. 그런 다음, 상대의 주장의 배후에 있는 이해의 우선순위에 눈을 돌리고, 그것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협상에서 서로 모두 속내를 밝히기란 어렵다. 그래서 어떤 조건을 언급하는 장면에서 상대의 표정을 살피며 이해의 우선순위를 추측하는 등 '통합적 협상'의 길이 열릴 가능성을 의식하는 것이 유익하다.
5. 협상에 임하는 자세
협상이 쉽게 합의에 이를지의 여부는 당사자들이 어떤 자세로 협상에 임하는가에 따라서도 좌우된다. 일반적으로 자신의 이익을 크게 하고 싶어 하는 동기를 강하게 지닌 당사자는 결과적으로 큰 이익을 얻기 쉽지만, 양자 모든 그런 유형인 경우에는 서로 양보하지 않아 타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반면, 자신의 이익을 중시하면서 상대의 이익에도 주의를 기울이는 당사자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 당사자가 모두 그런 유형인 경우에는 통합적 해결에 이르기 쉽다. 이처럼 자신의 이익과 상대의 이익에 대나 관심에 따라 당사자의 유형을 분류하는 사고를 '이중 관심 모델'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이론을 지지하는 실험 결과도 결과도 보고되고 있어, 어디까지 타당한지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다.
이와는 별도로 '사회적 동기'와 '인지적 동기'에 주목해 협상의 방향을 생각하는 이론도 있다. '사회적 동기'란 자신의 이익을 크게 하고 싶어 하는 '이기적 유형'인지 자신과 상대의 이익의 합을 크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친사회적 유형'인지에 대한 지표이다. '인지적 동기'란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판단하는지 직감에 따라 판단하기 쉬운지에 대한 지표이다. '통합적 해결'에 이르기 위해서는 쟁점의 우선순위를 검토하거나, 원하는 해결책을 모색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연구에 따르면, 그러기 위해서는 친사회적일 뿐만 아니라 높은 인지적 동기도 필요하다고 한다.
6. 틀짜기 효과
'틀짜기 효과(Framing Effect)'라는 심리 기제도 있다. 인간이 사건을 인식할 때는 같은 상황이어도 어떤 틀에서 생각하는가에 따라 받아들이는 방식이 크게 다르다. 협상에서는 결과를 이익의 획득이라는 관점에서 파악하는 '긍정적 틀짜기'와 목표에서의 손실로 파악하는 '부정적 틀짜기'를 생각할 수 있다. 아이가 1만 원의 용돈을 12000원으로 올려달라고 부모에게 요구했다고 하자. 그래서 부모가 11000원이면 좋겠다고 대답한 경우를 생각해 보자. 이 결과를 아이가 1000원 상승이라고 받아들이면 '긍정적 틀짜기'가 된다. 그러나 친구들 대부분이 12000원의 용돈을 받는 상황이면 원하는 금액보다 1000원이 적다고 느껴 '부정적 틀짜기'가 될 수 있다.
인간은 이익을 얻기보다 손실을 피하려는 심리가 더 강하기 때문에, '부정적 틀짜기'로 협상에 임하는 당사자는 쉽게 합의하지 않는 경향이 클 것이다. 이익의 획득에 초점을 맞춘 '긍정적 틀짜기'에서는 큰 이익을 얻을 수도 있지만, 불확실한 선택지보다도 확실하게 작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선택지를 택하기 쉽다. 한편, 손실에 초점을 맞춘 부정적 틀짜기에서는 확실하게 작은 손실이 생기는 것보다 위험을 무릅쓰더라도 손실 그 자체를 피하려는 심리가 있다고 한다. '틀짜기 효과'는 심리학자인 '아모스 트버스키'와 행동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이 주장한 것으로, 광고와 마케팅 등 많은 분야에서 폭넓게 응용되고 있다.
7. 부당한 대우에 대한 인간의 심리
'협상'은 일반적으로 이익을 얻는 것 또는 손실을 피하는 것을 목적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인간은 때로는 그런 합리성을 무시하는 행동을 할 때가 있다.
7-1. 공평성을 회복하기 위해 이익을 포기했다.
'후노쿠' 교수 연구팀은 다음과 같은 실험을 했다. 참가자를 2인 1조로 나누고, 한 조에 20000원을 주면서 1명은 분배인, 다른 1명은 수취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실험에서는 참가자 전원이 수취인이며, 분배인은 실험 협력자가 맡았다. 참가자는 서로 상대가 분배인, 자신이 수취인이라고 알 고 있다. 참가자(수취인)는 각각 별실에 들어가, 분배인이 자신에게 제시한 금액이 모니터에 표시되는 것을 본다. 그 금액에 불만이 있으면 제안을 거부할 수 없지만, 그 경우 모두 금액을 받을 수 없다.
수취액을 10000원으로 한 경우에는 참가자 전원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반면에 수취액을 2000원으로 하고 실험했더니 66.7%가 제안을 거부한 결과가 나왔다. 거부한 주요 동기로는 너무 불공평하고, 자신이 받을 몫을 희생하더라도 두 사람을 모두 받지 못하게 해 공평을 실현하려고 한 것이라 생각된다. 아무것도 받지 못하기보다는 2000원이라도 받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참가자보다 이익을 거부하더라도 공평성을 회복하려고 한 참가자가 많았다는 점은 매우 흥미롭다.
7-2. '자기 동일성'을 보호하기 위해 이익을 포기했다.
그렇다면 '수취인이 제안을 거부해도 분배인을 금액을 받을 수 있다'는 조건일 경우에는 어떨까? 이 경우, 제시 금액에 불만이 있어 거부하더라도, 자신이 받을 금액만 0이 될 뿐 분배인과의 공평은 실현되지 않는다. 최초의 실험과 마찬가지로 수취인의 몫을 2000원으로 설정했더니, 수취인의 30.8%가 제안을 거부했다. 최초의 실험보다는 줄었지만, 설령 분배인이 자신의 몫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이어도 약 3분의 1의 수취인이 제안을 거부했다.
이에 대해 후쿠노 교수는 "자기 동일성을 보호한다는 동기, 즉 자신이 경시되는 부당한 대우를 거절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여기에서 말하는 '자기 동일성'이란 사회 속에서의, 원하는 자신의 이미지이다. 사람들은 암묵적으로 서로의 이미지를 존중한다고 생각된다. 이미지와 일치하지 않는 부당한 대우를 받아 경시된다고 느끼면, 동일성이 훼손되어 분노한다. 그리고 자원 획득을 희생해서라도 자기 이미지를 보호하려 하기도 한다.
8. 그 외 협상과 관련된 심리
8-1. 인간은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결정하고 싶어 한다.
설득 기법과는 약간 다르지만, 협상에서 고려해야 할 심리 현상으로 '심리적 저항(Reactance)'과 '부메랑 효과(Boomerang Effect)'도 지적된다.
- 심리적 저항(Reactance): 인간은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결정하고 싶어 하는 본능적 욕구가 있어, 자신의 자유가 제한되면 그것을 되찾으려는 심리적 작용이 작동한다. 이것이 '심리적 저항'이다. 또 협상의 장면에서 무엇인가를 강하게 설득당하면 자유가 제한되었다고 느껴, 역방향으로 마음이 움직이는 경우가 있는데, '부메랑 효과'라고 한다.
- 부메랑 효과(Boomerang Effect): '부메랑 효과'는 자신의 의견을 밝힐 기회가 주어지면 약해진다고 생각된다. 공장 건설 예정지의 주변 주민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갖추거나, 주주총회에서 반대파에게도 의견을 발표하게 하는 것은 '부메랑 효과'를 의식한 대책이라고 할 수 있다.
8-2. 감정을 이용해 양보를 이끌어낸다.
인간이 지닌 분노, 웃음 같은 감정 표현이 협상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다. 특히 '분노 표현'은 영향이 커서 상대방의 양보를 이끌어내는 효과가 크다고 생각된다. 물론 화를 냄으로써 항상 양보를 얻어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상대와의 힘의 관계에 따라서는 보복을 초래하기도 한다. 단기적으로는 화를 냄으로써 유리한 입장에 섰다 해도 지속적이 관계가 깨질 가능성도 있어,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또 협상할 때 온화한 얼굴을 보이는 것은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상대에게 틈을 보일 우려가 있다고 한다.
자신과 타인의 감정을 이해해, 그것을 적절히 표현하거나 이용해 감정을 관리하는 능력을 가리켜 '감정 지능(EI: Emotional Intelligence)'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감정 지능'이 높으면 다양한 인간관계 상황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하지만, 협상에서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 인간관계에 도움이 되는 감정 지능이 높은 사람은 협상 상황에서는 쉽게 양보해 불리해지는 경우가 있다.
8-3. 슬리퍼 효과
협상과 설득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는 '신빙성'도 있다. 일반적으로 누구에게서 나왔는지 분명하고, 그 사람을 믿을 수 있거나 전문성을 가진 경우, 신빙성은 높아진다. 하지만 실제로 전문성이 없는 사람에게서 나온 정보와 애당초 누구에게서 나왔는지 알 수 없는 내용이 설득력을 가지는 경우도 있다. 언제 누구에게서 들었는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이 레스토랑의 커피는 맛있다.'는 정보를 떠올리고, 그 가게에 들어가 본 적은 없는가? 이것은 원래는 신빙성이 낮은 정보였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발언자와의 연계가 약해지고 내용만 남아 설득력을 같게되었다는 현상이다. 이것을 '슬리퍼 효과(Sleeper Effect)'라고 하며, 실험으로도 확인되었다.
SNS에서 '가짜 뉴스(Fake News)'가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은 것처럼, 수상한 출처에서 나온 정보일지라도 전달되는 과정에서 발언자의 신빙성과 별개로, 내용만이 설득력을 가지고 확산되기도 한다. 어쨌든 모든 정보가 어디에서 나왔는지를 파악하고, 그것을 정확히 기억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우리는 신빙성이 낮은 정보를 배제하려고 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어느 사이엔가 '슬리퍼 효과'에 설득되었을 지도 모른다.
8-4. 불리한 사실을 왜곡하려는 심리
'일관성의 원리'와 관계가 깊은 심리 현상으로 '인지 부조화(인지적 불협화)'가 있다. 예를 들어 담배를 피는 사람이 '담배는 건강에 해롭다'는 정보를 접했다고 하자. 이 경우, '자신은 담배를 핀다'는 인지와 '담배는 건강에 해롭다'는 인지는 서로 대립해 서로 잘 어울리지 않는 부조화가 생긴다. 이 부조화는 심리적으로 불쾌감을 야기하므로, 한 쪽의 인지를 왜곡하거나 다른 인지를 내세워 부조화를 해소하려는 심리가 작용하기 쉽다. 담배를 피는 사람이 '사실 건강에 해롭다는 근거는 희박하다'든지 '긴장을 풀어주는 효과도' 있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인지 부조화'가 영향을 미치는 것일 수도 있다.
악질적인 방법에 속아 고가의 상품을 구매한 사람이 '속은 것은 아니야', '정말로 그 상품이 좋았어'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자. 이 경우에도 구매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기 때문에 '속아서 산 것이 아니라 스스로 원해서 산 거야'라고 생각해 부조화를 해소하려는 심리가 작용한 것이다. 이 또한 '인지 부조화'의 한 예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