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가스 행성(Gas Giants)
0. 목차
- '거대 가스 행성'이란?
- '거대 가스 행성'과 생명체
- '거대 가스 행성'은 자신만의 고리를 갖고 있다.
1. '거대 가스 행성'이란?
'거대 가스 행성(Gas giants)'은 수소와 헬륨으로 이루어진 행성으로, 태양계 내에서는 '목성'과 '토성'이 '거대 가스 행성'에 속한다. '보이저 1호(Voyager 1)'와 '보이저 2호(Voyager 2)'는 1979~1989년 동안 목성과 토성을을 탐사하면서 이들이 매우 비슷하다는 사실을 확인해 주었다. 가스 행성의 주성분은 '수소'와 '헬륨'이며, 무게 비율은 약 4:1이다. 물론 태양의 주성분도 수소와 헬륨이다. 거대 가스 행성'들의 경우, 구성하고 있는 물질의 특성상 밀도가 낮아, 크기에 비해 질량이 낮은 편이다. '거대 가스 행성'이라고 부르지만 모든 질량이 가스로 이루어져 있는 것은 아니며, 전체 질량의 3~13% 정도는 무거운 원소로 이루어져 있다.
'거대 가스 행성'들은 역사도 비슷하다. 앞서 말한 대로 45억 년 전에 수소 기체가 중력으로 뭉치면서 태양이 탄생했고, 그 주변에 수소와 먼지로 이루어진 거대한 원반이 에워싸고 있다가 국지적으로 응축되어 단단한 바위가 되었다. 이들 중 태양에 가까운 것들은 훗날 금성, 지구, 화성으로 진화하게 되었다. 태양으로부터 거리가 먼 행성의 중심부에는 얼음과 바위가 거의 동일한 비율로 섞여 있었는데, 얼음이 일종의 접착제 역할을 하여 바위만으로 이루어진 원시행성보다 10배까지 커질 수 있었다. 이들은 중력에 강하여 태양계 초기에 남아 있던 수소를 닥치는 대로 빨아들였고, 덩치가 커질수록 더 많은 기체를 포획하여 근처에 있는 수소를 거의 싹쓸이했다.
모든 '거대 가스 행성'들은 내부 구조가 거의 같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을 양파처럼 반으로 자르면 외부는 두꺼운 가스층으로 덮여있고, 그 안으로 들어가면 차가운 액체수소의 바다가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일부 학자들은 중심부의 압력이 너무 높아서 가장 깊은 중심에는 고밀도의 고체 수소가 존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거대 가스 행성'은 스스로 자전하면서 대기에 규칙적으로 유입된 불순물과 상호작용을 하고 있기 때문에, 멀리서 관측하면 오색찬란한 띠를 두른 것처럼 보인다. 또한 이들의 표면에는 거대한 폭풍이 쉴 새 없이 불고 있다. 예컨대 목성의 '대적점(Great Spot)'은 거의 영구적으로 폭풍이 부는 곳인데, 규모가 어찌나 큰지 지구 두세 개가 들어가고도 남는 크기이다. '거대 가스 행성'은 크기도 다양하다. 태양계에서 가장 큰 가스 행성인 '목성(Jupiter)'은 태양계에 존재하는 나머지 행성들의 질량을 모두 합한 것보다 크며, 부피는 지구의 1300배가 넘는다.
2. '거대 가스 행성'과 생명체
우리가 아는 한 '거대 가스 행성(Gas Giants)'에는 생명체가 존재할 수가 없다. 그곳에는 생명체가 디디고 살아갈 만큼 단단한 땅이 없고, 생명활동에 필수적인 물도 없으며, '탄화수소(Hydrocarbon)'와 '유기화합물(Organic Compounds)'을 만들만한 재료도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거대 가스 행성은 태양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엄청나게 춥다.
2022년까지 발견된 목성과 토성의 위성은 각각 80개, 83개이다. 과거에 천문학자들은 목성의 위성들이 척박한 불모지일 것으로 예측했다. 지구의 달도 꽁꽁 얼어붙은 불모의 땅인데, 목성의 위성들은 태양으로부터 훨씬 멀리 떨어져 있으니 더 말할 것도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관측 장비가 개선되면서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거대 가스 행성'의 위성들은 저마다 독특한 개성을 갖고 있었으며, 여기서 얻은 정보는 '우주의 생명'에 대한 과학자들의 관념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2-2. '거대 가스 행성'의 위성에 액체의 물이 존재할 수도 있다.
천문학자들을 가장 놀라게 한 위성은 그 옛날 갈릴레오가 발견했던 목성의 위성 '유로파(Europa)'였다. '유로파'는 '거대 가스 행성'의 다른 위성들처럼 두꺼운 얼음으로 덮여 있는데, 한 이론에 의하면 생성 초기에 화산에서 다량의 수증기가 분출되어 바다를 형성했다가 위성 자체가 식으면서 지금처럼 얼어붙었다고 한다. 이 이론은 유로파가 태양계에서 가장 '부드러운 위성'으로 진화한 이유를 설명해 준다. 유로파는 한때 소행성의 집중 폭격을 받았지만, 충돌이 잦아들 무렵에 바다가 형성되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충돌 흔적이 얼음으로 덮여 있다. 그래서 유로파를 외부에서 바라보면 화산이나 산맥이 없고 운석공도 없어서 마치 매끈한 탁구공을 연상케 한다. 표면에 나 있는 무늬라곤 얼음이 갈라진 흔적뿐이다.
지금까지 얻어진 관측 결과에 의하면 유로파의 얼음층 사이에 액체 상태의 바다가 존재할 수도 있다. 이 사실이 처음 알려졌을 때, 전 세계의 천문학자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유로파에 존재하는 바다의 양은 지구 바닷물의 3배에 달한다. 지구의 바다는 지각 위에 떠 있지만, 유로파는 내부의 대부분이 바다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면 거대 가스 행성의 주변에 어떻게 물이 존재할 수 있을까? 그리고 유로파 내부의 얼음을 녹인 열은 대체 어디서 온 것일까? '골디락스 존(Habitable Zone)'에서 한참 벗어난 목성의 위성에 어떻게 물이 존재한다는 말인가? 기존의 지식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다. 여기서 우리는 또 하나의 에너지원인 '조력(Tidal force)'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목성의 중력은 유로파에 강한 조력을 유발하여 손으로 움켜잡은 고무공처럼 돌출부가 생기고, 이 돌출부는 유로파가 목성 주위를 공전함에 따라 끊임없이 이동하고 있다. 즉, 조력이라는 거대한 손이 유로파를 쥐락펴락하면서 내부에 강한 마찰력이 발생하여 얼음이 녹은 것이다. 태양은 태양계에서 열을 방출하는 유일한 천체이며, 행성에 생명체가 존재하려면 '골디락스 존(Habitable Zone)'에 놓여 있어야 한다. 하지만 유로파 탐사를 통해, 천문학자들은 우주의 가장 어두운 영역에도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3. '거대 가스 행성'은 자신만의 고리를 갖고 있다.
거대 가스 행성'의 '조력(Tidal force)'은 위성의 운명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힘이다. 그러므로 위성의 특성을 파악하려면 조력의 세기와 작용 방식부터 알아야 한다. 또한 조력을 잘 분석하면 '토성의 고리는 언제 어떤 과정을 거쳐 형성되었는가?'라는 유서 깊은 질문의 답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미래의 우주인들이 태양계 바깥의 행성으로 진출하는 날이 오면, 천문학자들은 외계의 많은 '거대 가스 행성'들도 고리를 갖고 있다고 믿게 될 것이다. 이것은 다시 조력이 위성을 박살 낼 만큼 강력한지 정밀하게 알아내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토성의 고리는 바위와 얼음의 조각일 뿐이지만, 그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오랜 세월 동안 예술가와 몽상가의 상상력을 자극해왔다. SF에서는 우주선이 토성 근처를 지날 때 토성의 고리를 따라 몇 바퀴 돌곤 한다. 과거의 천문학자들은 오직 토성에만 고리가 존재한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지난 수십 년 동안 태양계 탐사선들이 보내온 데이터에 의하면 태양계의 모든 '거대 가스 행성'은 자신만의 고리를 갖고 있다. 물론 그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토성의 고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