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행성 채굴(Asteroid Mining)
화성과 목성 사이에 있는 '소행성 벨트(Asteroid Belt)'를 '새로운 골드러시의 진원지'로 주목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이미 몇몇 사업가들이 소행성 탐사에 대한 관심을 적극적으로 표명했고, '미국 항공우주국(NASA: National Aeronautic and Space Administration)'은 소행성을 지구로 가져오는 프로젝트에 재정적 지원을 약속했다.
0. 목차
- '소행성 벨트'의 기원
- 소행성 채굴은 수지 타산이 맞는가?
- 소행성 궤도 변경 임무(ARM)
- 소행성 채굴을 지원하는 영구기지 건설하기
1. '소행성 벨트'의 기원
'소행성 채굴(Asteroid mining)'의 채산성을 깊이 따져보기 전에, '유성(Meteor)', '운석(Meteorite)', '소행성(Asteroid)', '혜성(Comet)' 등 혼란스러운 용어부터 정리하고 넘어가자.
- 유성(Meteor): '유성'은 우주에서 대기로 진입하여 긴 꼬리를 그리며 떨어지는 돌멩이를 의미한다. 이 꼬리는 유성과 대기의 마찰 때문에 발생하며, 진행 방향의 반대쪽으로 길게 형성된다. 맑은 날 밤하늘을 바라보면 몇 분 간격으로 떨어지는 유성을 쉽게 볼 수 있다.
- 운석(Meteorite): 이 유성이 지면과 충돌한 후에는 이름이 '운석(Meteorite)'로 바뀐다. 즉, 우주를 방황하던 돌멩이가 지구의 대기 중으로 유입되어 추락하는 동안에는 '유성'이고, 추락한 후부터는 '운석'이다.
- 소행성(Asteroid): 소행성은 태양계를 배회하는 바위 조각의 총칭으로, 대부분은 화성과 목성 사이의 '소행성 벨트'에 속해 있다. 지금까지 발견된 소행성의 질량을 모두 합하면 달의 4%쯤 되는데, 아직 발견되지 않은 소행성이 훨씬 많기 때문에 총 질량은 가늠하기 어렵다. 소행성의 총개수는 수십억 개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대부분의 소행성들은 소행성 벨트 안에서 안정된 궤도 운동을 하고 있지만, 가끔은 궤도를 이탈하여 지구로 진입하는 것도 있다. 이런 소행성은 '유성'이 되었다가 '운석'이 된다.
- 혜성(Comet): '혜성'은 아주 먼 곳에서 생성된 얼음과 바위의 혼합체이다. 소행성은 태양계 안에 존재하는 반면, 대부분의 혜성은 태양계의 경계선 근처에 있는 '카이퍼벨트(Kuiper Belt)'나 훨씬 멀리 떨어진 '오르트 구름(Oort Cloud)'에서 공전 운동을 하고 있다. 이들 중 궤적의 일부가 태양에 가까운 혜성은 태양 근처르 지날 때 우리 눈에 보이기도 하는데, 태양과의 거리와 가까워지면 태양풍의 영향을 받아 얼음과 먼지 입자들이 긴 꼬리를 늘어뜨리게 된다. 즉, 혜성의 꼬리는 진행 방향과 상관없이 태양의 반대쪽을 향하게 된다.
근년에 천문학자들은 태양계의 형성 과정에 대하여 꽤 많은 사실을 알아냈다. 지금으로부터 약 50억 년 전, 우리의 태양은 수소 · 헬륨, 그리고 다량의 먼지로 이루어진 채 자전하는 구름이었다. 이 구름은 직경이 몇 광년이나 될 정도로 거대했지만, 인근에 다른 천체가 없었기 때문에 자체 중력에 의해 수축되기 시작했고, 직경이 작아질수록 회전속도가 빨라졌다. 이것은 피겨스케이팅 선수가 양팔을 뻗은 채 제자리에 돌다가 팔을 오므리면 회전속도가 빨라지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이런 상태가 수억 년 동안 계속되다가 결국 구름은 빠르게 회전하는 원반 모양이 되었으며, 그 중심부에서 태양이 탄생했다. 그리고 태양을 에워싼 원반형 기체와 먼지는 '원시행성(Protoplanet)'으로 성장하여, 오늘날 존재하는 행성의 모체가 되었다. 태양계 행성들이 일제히 같은 방향으로 공전하면서 하나의 '공전면(공전궤도를 포함하는 평면)'에 놓여 있는 이유는 이들이 하나의 거대한 기체 원반에서 탄생한 형제들이기 때문이다.
이때 탄생한 원시행성 가운데 하나는 주변의 파편을 닥치는 대로 집어삼키며 덩치를 열심히 키워서 거의 목성만 한 크기가 되었다. 하지만 자체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산산이 분해되어 '소행성 벨트'가 되었다. 물론 이것은 가능한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과거의 어느 날, 두 개의 원시행성이 충돌하여 산산이 부서지면서 소행성 벨트가 되었다는 설도 있다.
태양계의 행성은 크게 네 종류로 구분된다. 가장 안쪽에 있는 '수성', '금성', '지구', '화성'은 주로 바위로 이루어진 '바위형 행성'이고, 그다음에 있는 것이 '소행성 벨트'이며, 그 바깥에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은 기체로 이루어진 '가스형 행성'이다. 그리고 가장 먼 곳에 혜성 벨트에 해당하는 '카이퍼벨트(Kuiper Belt)'가 있다. 그리고 이 4종류의 벨트 바깥에 '오르트 구름(Oort Cloud)'이라고 불리는 구형의 혜성 구름이 태양계를 에워싸고 있다.
2. 소행성 채굴은 수지 타산이 맞는가?
'소행성'은 '우주를 날아다니는 금광'에 비유되곤 한다. 하지만 소행성에 자원들을 얻겠다고 무작정 우주선을 보낼 수는 없다. 자원이 있다 해도 매장량이 적으면 막대한 손해를 보기 십상이다. 따라서 우주선을 띄우기 전에 소행성의 성분을 가능한 한 정확하게 분석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소행성 채굴'이 황당한 발상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다지 황당한 발상이 아니다. 개중에는 이미 지구로 떨어진 것도 있어서 대략적인 구성 성분이 알려져 있다. 주성분은 '철(Fe)', '니켈(Ni)', '탄소(C)', '코발트(Co)'와 '희토류' 그리고 '백금(Pt)', '팔라듐(Pd)', '로듐(Rh)', '루테늄(Ru)', '이리듐(Ir)', '오스뮴(Os)' 등의 희귀금속도 다량 함유되어 있다. 이 원소들은 지구에도 존재하지만 매장량이 작아서 값이 매우 비싸다. 앞으로 수십 년 내에 '희토류'와 '희귀금속'이 고갈되면 많은 비용을 들여 소행성에서 채굴해도 수지 타산을 맞출 수 있다.
이 사실을 간파한 일부 사업가들은 소행성에서 광물을 추출하여 지구로 가져오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 2012년에 '플래니터리 리소시스(Planetary Resources)'라는 회사를 설립했고, '구글(Google)'의 모회사인 '알파벳(Alphabet)'의 '래리 페이지(Larry Page)'와 '에릭 슈밋(Eric Schmidt)'도 직접 나서서 '소행성 채굴 프로젝트'를 지원했다. '플래니터리 리소시(Planetary Resources)'사는 지구와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으면서 채굴 가치가 있는 소행성 목록을 이미 작성해놓은 상태이다. 이들 중 하나라도 지구로 가져온다면 투자금액의 몇 배를 회수할 수 있을 것이다.
천문학자들은 약간의 계산을 통해서 '소행성의 공전 궤도'가 '지구의 궤도'와 어디선가 만나는 16000개의 소행성 중 채굴 가능한 대상을 12개로 잡아놓았다. 이들은 직경이 3~20m 사이로 비교적 덩치가 작은 편이어서, 약간의 힘을 가하면 달의 위성 궤도로 진입시켜서 그곳에 잡아놓을 수 있다. 소행성을 달의 위성 궤도로 진입시킨 후 채굴용 우주선을 띄우는 것이다.
- 2015년에 직경 900m 짜리 소행성이 지구와 약 160만 km의 거리를 두고 지나갔는데, 중심부에 백금 9000만 톤이 들어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돈으로 환산하면 무려 5조 4천억 달러에 달하였다고 한다.
- 2017년 1월에는 한 소행성이 51200km 거리를 스쳐 지나가기 직전에 발견되었다. 이 소행성은 직경이 6m 정도여서 지구로 떨어져도 큰 피해는 없었겠지만, 천문학자들은 이 사건을 계기로 지구와 궤도가 겹치는 소행성이 예상보다 훨씬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3. 소행성 궤도 변경 임무(ARM)
'미국 항공우주국(NASA)'는 주먹만 한 소행성을 지구로 가져오는 '소행성 궤도 변경 임무(ARM: Asteroid Redirect Mission)'을 추진 중이다. 관계자들은 '소행성 궤도 변경 임무(ARM)'가 우주개발 프로그램의 채산성을 높여줄 프로젝트로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소행성 궤도 변경 임무(ARM)'는 다음과 같은 두 단계를 거쳐 진행된다.
- 첫 번째 단계 (무인 탐사): 첫 번째 단계는 지구의 망원경으로 탐사 가치가 있는 소행성을 찾아서 무인탐사선을 보내는 것이다. 탐사선이 가까운 거리에서 소행성을 면밀히 조사한 후,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적당한 위치를 찾아 착륙을 시도한다. 그리고 족집게처럼 생긴 팔로 소행성의 돌출부를 단단히 쥐고 엔진을 점화하여 달의 궤도로 가져간다.
- 두 번째 단계 (유인 탐사): 두 번째 단계는 지구에서 '오리온 캡슐(Orion Capsule)'이 탑재된 유인우주선 '우주 발사 시스템(SLS: Space Launch System)'를 달에 보내는 것이다. 이 우주선이 달 궤도에 도달하면 본체에서 분리된 '오리온 캡슐'이 소행성을 움켜쥔 채 궤도를 돌고 있는 탐사선과 '도킹(Docking)'을 시도한다. 이 과정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면 '오리온(Orion)'에 타고 있던 우주인들이 탐사선으로 이동하여 소행성 샘플을 분석한 후, 도킹을 풀고 지구로 귀환하여 바다에 안착한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의 문제점 중 하나는 망원경만으로 소행성의 가치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소행성은 한 덩어리의 단단한 고체일 수도 있고, 작은 바위들이 중력으로 뭉쳐 있을 수도 있다. 만약 후자의 경우라면 탐사선이 착륙할 때 산산이 부서져서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다. 그러므로 탐사선을 보내기 전에 충분한 분석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 대부분의 소행성은 '구(Sphere)' 모양이 아니라 제멋대로 생겼다. 찌그러진 감자처럼 구형에 가까운 것도 있지만, 덩치가 작은 소행성들은 외관을 분류할 수 없을 정도로 불규칙적이다. 사실 태양계의 행성들도 처음에는 구 모양이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행성의 한 부분이 다른 부분보다 돌출되어 있다면, 그 방향의 질량이 다른 방향보다 많다는 뜻이고, 따라서 더 강한 중력이 작용하여 돌출부위가 평평해진다. 그래서 오랜 세월 동안 자체 중력으로 압축되는 와중에 돌출부위가 서서히 평평해지면서 지금과 같은 구형이 되었다. 하지만 소행성은 덩치가 작아서 중력이 약하기 때문에 어떤 형태도 취할 수 있다.
탐사선이 소행성 벨트로 진입하면 정신없이 날아오는 바위에 부딪혀 산산조각 나지 않을까? 영화 '스타워즈(Star Wars)'에는 주인공을 태운 우주선이 비처럼 쏟아지는 소행성 사이를 곡예비행으로 빠져나가는 장면이 종종 등장한다. 하지만 이것은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기 위한 설정일 뿐이다. 실제로는 우주선을 타고 소행성 벨트에 진입해도 조종사는 별다른 변화를 느끼지 못한다. 아주 가끔씩 바위가 지나가는 장면을 보고서야 소행성 벨트로 안으로 들어왔음을 느낄 것이다. 소행성 벨트는 대부분이 텅 빈 진공이며, 크고 작은 바위들이 아주 먼 간격으로 흩어져 있다. 따라서 새로운 땅을 찾아 우주로 진출한 미래의 탐험가들이 소행성 벨트 안으로 들어간다고 해도 곡예비행을 할 일은 없을 것이다.
4. 소행성 채굴을 지원하는 영구기지 건설하기
초기의 소행성 탐사가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적절한 장소를 찾아서 본격적인 채굴작업을 지원하는 영구 기지를 건설하는 게 좋을 것이다. 그러면 어떤 장소가 적당할까? 가장 그럴듯한 후보는 소행성 벨트에서 가장 덩치가 큰 '세레스'이다. 2006년에 '세레스(Ceres)'는 '명왕성(Pluto)'과 함께 '왜소행성(Dwarf Planet)'으로 분류되었다. '왜소행성'으로 분류되었다는 것은, 간단히 말해서 다른 행성들과 같은 대접을 해주기에는 덩치가 너무 작고, 소행성으로 분류하기에는 너무 큰 천체라는 뜻이다. '세레스(Ceres)'의 직경은 달의 1/4에 불과하고, 대기가 없고 중력도 약해서 행성으로 보기에는 확실히 작다. 그러나 직경이 약 930km에 달하면서 소행성 벨트 전체 질량의 1/3을 차지하고 있으니 소행성치고는 너무 크다. 우주기지를 지으려면 무엇보다 우주선 이착륙이 쉽고 지반이 튼튼해야 하는데, 이 점에서 볼 때 중력이 약하면서 기본 크기는 갖춘 '세레스'가 가장 이상적이다.
2007년에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발사한 '돈 미션호(Dawn Mission)'는 2015년에 '세레스(Ceres)'에 도달하여 주변을 선회하면서 성분을 분석했다. 이때 전송해온 데이터에 의하면, 세레스는 거의 구형이고 대부분이 얼음과 바위로 이루어져 있으며, 수많은 운석공이 표면을 덮고 있다. '세레스'와 유사한 다수의 소행성에 얼음이 존재한다면 이로부터 로켓연료에 필요한 수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소행성은 달이나 행성보다 훨씬 작기 때문에 도시를 세우기에는 적절치 않다. 그리고 대부분 '공기', '물', '에너지원'도 없으며 식물을 재배할 토지도 없다. 게다가 사람이 살기에는 중력이 너무 약하다. 따라서 소행성은 우주도시 건설에 필요한 자원 채굴하는 '광산'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