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Science)/심리학 (Psychology)

MBTI는 유사과학인가?

SURPRISER - Tistory 2022. 12. 8. 21:30

0. 목차

  1. 우리가 알고 있는 16personalities는 사실 MBTI검사가 아니다.
  2. MBTI는 어떻게 탄생했는가?
  3. MBTI의 16가지 유형
  4. MBTI에 대한 비판
  5. MBTI의 몇 가지 문제
  6. 그래서 MBTI는 유사과학인가?
  7. '빅 파이브(Big Five)' 이론

1. 우리가 알고 있는 16personalities는 사실 MBTI검사가 아니다.

 '구글(Google)'에 MBTI라고 검색하면 첫 번째에 '무료 성격유형검사 - 16Personalities'라는 사이트가 뜬다. 테스트를 시작하면 '동의' 에서 '비동의'까지 7단계의 답변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되어 있다. 60개의 답변을 다 하고 나면 결과가 16가시 성격 유형 중 당신이 해당하는 성격 유형을 알려준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가 모두 MBTI 검사라고 알고 있는 16Personalities는 MBTI 검사가 아니다. 오리지널 MBTI 검사는 문항 수가 100개 전후로 훨씬 많고, 질문도 모두 다르다. 조금 다른 정도가 아니라 하나도 똑같은 문항이 없다. 문항에 답할 때도 해당 사이트에서는 답변을 7단계로 나누지만, 오리지널 검사에서는 '그렇다 혹은 아니다'로 양자택일한다.

 사실 16Personalities뿐만 아니라, 인터넷에서 당신이 하는 그 어떤 검사도 MBTI 검사가 아니다. MBTI 검사 문항은 저작권이 걸려 있기 때문에 무료로 공개할 수 없기 때문이다. 16Personalities를 포함해 대다수 검사는 MBTI에 '빅 파이브(Big 5)' 등의 성격 검사를 섞어서 그럴듯하게 만든 것이다.

16Personalities

2. MBTI는 어떻게 탄생했는가?

 그러면 MBTI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MBTI는 '마이어스-브릭스 유형지표(Myers-Brigg Type Indicator)'의 첫 글자를 딴 것으로, 1940년대에 처음 고안되었다. 교사였던 '캐서린 쿡 브릭스(Katharine Cook Briggs)'와 그의 딸 '이사벨 브릭스 마이어스(Isabel Briggs Myers)'가 심리학자 '칼 융(Carl Gustav Jung, 1875~1961)'의 성격 유형 이론을 바탕으로 만든 심리 검사다.

 MBTI는 처음에는 어머니의 이름을 땄다가 나중에 딸 이름인 '브리그스 마이어스(Briggs Myers)'로 바뀌었다고 한다. 그러나 1960년 미국 교육 위원회(Educational Testing Service)'가 모든 유형의 성격 검사를 연구하려는 시도의 일환으로 이 검사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한 까다로운 직원이 'BM' 유형 지표라는 명칭에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하는 바람에 머리글자의 순서가 바뀌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1960년대에 '미국 교육 위원회'는 일부 소속 과학자의 지적으로 그것이 별자리 운세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고, MBTI 및 그 창작자와의 관계를 끊었다. 이에 '캐서린 쿡 브리그스(Katharine Cook Briggs)'과 '이저벨 브리그스 마이어스(Isabel Briggs Myers)'는 사이비 과학자의 정신을 제대로 발휘하여, 그들의 지표가 성격에 대해 신뢰할만하거나 유효한 사실을 전혀 보여주지 못한다는 여러 증거에도 꿋꿋하게 맞섰다. 이들은 '통계학'이나 '과학적 방법'에 대해서도 전혀 관심이 없었다.

Katharine Briggs & Isabel Briggs-Myers

3. MBTI의 16가지 유형

 MBTI에서 자신이 어떤 유형에 해당하는지 알려면, 우선 각 네 가지 영역에서 어느 쪽에 해당하는지 알아야 한다. 각 영역의 결과를 조합하면 열여섯 가지 유형이 나온다. 예컨대 당신이 '내향-직관-사고-판단' 유형이라면 INTJ 유형이 될 수도 있고, '외향-직관-사고-인식' 유형이라면 ENTP 유형이 될 수도 있다. MBTI 검사를 받은 사람들은 특정 이니셜의 조합으로 정의한다.

MBTI Type A Type B
에너지 방향 E(외향형) I(내향형)
인식기능 S(감각형) N(직관형)
판단기능 T(사고형) F(감정형)
생활양식 J(판단형) P(인식형
  1. 외향형(Extroversion): 외부 세계의 사람이나 사물에 대하여 에너지를 사용
  2. 내향형(Introversion): 내부 세계의 개념이나 아이디어에 에너지를 사용
  3. 감각(Sensing): 오감을 통한 사실이나 사건을 더 잘 인식
  4. 직관(iNtuition): 사실, 사건 이면의 의미나 관계, 가능성을 더 잘 인식
  5. 사고(Thinking): 논리적, 분석적 근거를 바탕으로 판단
  6. 감정(Feeling): 개인적, 사회적 가치를 바탕으로 판단
  7. 판단(Judging): 외부 세계에 대하여 체계적이고 계획적으로 접근
  8. 인식(Perceiving): 외부 세계에 대하여 개방적이고 융통성 있게 접근

4. MBTI에 대한 비판

 하지만 '마이어스 브리그스 성격 유형 지표(MBTI: Myers-Briggs Type Indicator)'에 대한 비판은 끊이지 않는다. 2004년에는 '말콤 글래드웰(Malcolm Gladwell)'이 '뉴요커(New Yorker)'에서 MBTI를 저격했다. 그리고 2015년에는 인터넷 미디어 '복스(Vox)'에서 '조지프 스트롬버그(Joseph Stromberg)'와 '에스텔 캐스웰(Estelle Caswell)'이 'MBTI 검사가 완전히 무의미한 이유'라는 노골적인 제목의 기사로 MBTI를 비판했다. 이들이 MBTI를 비판한 요점은 다음과 같았다.

  1. 분석에 따르면, 이 검사는 다양한 직업에서 사람들의 성공 여부를 예측하는 데 아예 쓸모가 없었다.
  2. MBTI는 전혀 검증되지 않은 이론에 기초한다.
  3. 이 검사에 끊임없이 헛돈을 쓰는 정부 기관이 200여 곳에 이른다.

 그리고 또 2018년에는 '뉴요커(New Yorker)'의 비평가 '루이스 메넌드(Louis Menand)'가 'MBTI 같은 평가 도구가 과학보다 자조에 도움이 되는가?(are assessments like the Myers-Briggs more self-help than science?)'라고 질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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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MBTI의 몇 가지 문제

5-1. 이분법적이라는 문제

 MBTI에서 각 네 영역은 서로 정반대의 두 '특성(Trait)'으로 구성된다. 이를테면 당신이 '판단형(J)'이거나 '인식형(P)'일 수는 있어도, 둘 다일 수는 없다. 하지만 수천 명의 답변을 살펴보면 '이원 양상(Bimodality)'의 증거를 찾기는 어렵다. 오히려 모든 영역에서 응답자의 점수는 주로 중간에 몰려 있다. 이 지표의 기본 가정과 달리, 우리를 묘사하는 특성들은 깔끔하게 둘로 나뉘지 않는다. 사람들은 결정을 내릴 때, 생각이나 느낌 중 하나만을 따르지 않고 둘 모두를 고려한다. 우리는 '본능적 충동'보다 '이성적 계산'에 근거해서 행동할 때도 있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많다. 우리는 '생각'을 하고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충동적으로 행동할 때가 많다.

5-2. 주관적 경험에 의존한다는 문제

 또 MBTI는 자기 보고 형태의 심리 검사이기 때문에 정확성에 한계가 있다. 전문가나 주변의 관찰이 아니라 각 질문에 대해 내가 나를 평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시적인 기분 변동이나 상황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한 연구에 따르면 첫 검사를 하고 5주 후에 실시한 검사에서 동일한 유형으로 판정받은 피험자는 절반 이하였다. 둘 중에 한 명은 검사 때마다 다른 결과가 나오는 셈이다. 물론 자기 보고의 모든 검사가 이런 문제를 가지고 있지만, MBTI는 질문이 추상적이고 이분법적으로 성격을 구분하기 때문에 정도가 더 심하다. 가령 문항 중 하나인 '순전히 호기심 때문에 행동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라는 질문을 생각해 보자. 그런데 순전히 호기심이라는 것이 정확히 무엇이며, 여기서 말하는 행동의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그리고 동의한다는 건 어느 정도 비율까지인지 모두 기준이 모호하다.

 MBTI의 이분법은 사람들의 '주관적 경험'에 근거하지만, 주관적 경험은 늘 오락가락한다. 예컨대 당신이 판단형인지 인식형인지를 선택하는 것은, 당신이 어떤 사람과 관계를 하고 있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고, 당신이 어떤 환경에 처해 있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 또 당신이 내향형인지 외향형인지를 선택하는 것은, 당신이 어떤 집단에 있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

5-3. 근거가 없다는 문제

 '칼 융'이 심리학 성립에 지대한 공헌을 한 인물인 것은 맞다. 하지만 심리학이 태동한 당시에는 인간 심리를 파악할 만한 제대로 된 연구가 없었기 때문에, 우연이나 추측, 개인 경험에 많이 의존했다. 특히 '칼 융'은 심령술이나 주역 등 수많은 미신에 심취했고, 이를 자신의 이론에 도입하기도 했던 인물이다. 그렇다 보니 현대 심리학에서는 '프로이트'나 융'의 연구를 그대로 차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다만 선구자로서의 아이콘이 됐을 뿐이다. 따라서 융의 이론에 기반한 MBTI를 그대로 믿는 것은 토대를 잘못 세운 건물과 비슷하다. 아무리 모래로 견고하게 성을 쌓아도 파도 한 번에 무너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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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그래서 MBTI는 유사과학인가?

 '그러니 MBTI는 다 틀렸다'라고 결론 내릴 수 있으면 좋겠는데, 또 문제가 그리 단순하지는 않다. 앞에서 말한 많은 문제는 다른 심리 검사도 조금씩은 가지고 있다. 현재 가장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Big5 역시 정도는 다르지만 마찬가지다. Big5 검사를 창안한 '폴 코스타(Paul Costa, 1941~2015)'와 '로버트 맥크레(Robert McCrae, 1949~)'는 상호 연구를 통해 MBTI의 4가지 지표가 Big5 지표 중 4가지와 연관성이 있음을 밝혀내기도 했다. 따라서 Big5의 공신력을 인정한다면, MBTI도 어느 정도는 성격 파악에 도움이 된다고 말할 수 있다. 또 MBTI가 지난 50년간 나름 객관적인 데이터를 쌓아왔으니, 연구 자료로서 완전히 무가치하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그러니까 MBTI는 어느 정도 받아들일 만한 구석이 있다. 적어도 다른 미신이나 유사과학처럼 전혀 근본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MBTI가 너무 잘 맞는다고 신뢰할만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MBTI가 이렇게 허술하고 근거가 부족하면, 왜 이렇게 잘 맞는 것일까? MBTI가 맞는 건 당연하다. 당신은 많은 질문에 답을 했다. 예컨대 '당신은 외향적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한 사람에게 '외향적'이라는 결과를 보여주는데 어찌 맞지 않곘는가? MBTI의 질문과 답변만 봐도 누구나 그 사람의 성향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소심하다고 체크한 사람들에게 '당신은 소심하군요'라고 말하는 셈이다. 그러니 당연히 맞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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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빅파이브(Big Five)' 이론

 이분법적으로 성격을 지나치게 단순화하는 MBTI와는 달리, '빅파이브 성격 요인(Big Five personality factors)'에서는 '경험에 대한 개방성(Openness to experience)', '성실성(Conscientiousness)', '외향성(Extroversion))', '우호성(Agreeableness)', '신경증(Neuroticism)'의 다섯 가지 차원으로 성격을 측정한다. 머릿글자를 따면 'OCEAN'으로 외우기 쉬워진다.

 '빅 파이브 이론'은 심리학계에서 신뢰할만한 성격 검사 이론이다. '빅 파이브'에 대한 연구는 전세계인을 대상으로 반복적으로 실시되었을 뿐 아니라, 하이에나와 문어 등 인간 외의 동물 종에게 적용되기도 했다. 모험심이 강한 문어 '잉키(Inky)'가 뉴질랜드 국립 수족관에서 탈출해 바다로 가는 길을 찾았을 때 대중은 전율했고, 집에 안전하게 머무르는 쪽을 선택한 '잉키의 소심한 친구'에게는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하지만 진화심리학자들은 모든 생물 종이 환경이 주는 위험에서 살아남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는 구성원'과 '위험을 회피하는 구성원' 모두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