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인지(Metacognition)
0. 목차
- '메타인지'란 무엇인가?
- 메타인지 능력은 사람에게만 있는가?
- 어른이 아이보다 더 정확한 메타인지를 가지고 있는가?
- 메타인지의 오류
1. '메타인지'란 무엇인가?
'메타인지(Metacognition)'는 쉽게 말해 거울을 통해 자기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처럼, 자신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점검하는 능력을 말한다. 즉 '메타인지'는 자신의 생각과 기억을 점검하는 과정이다. '메타인지'는 '학습'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그런데 문제는 메타인지가 항상 정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메타인지'는 현재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는 능력인 반면, 학습은 미래의 상태와 관련이 있다. 그 결과, 메타인지는 종종 착각을 일으키며 학습을 방해한다. 스스로 학습하는 데 필수적인 메타인지가 동시에 학습을 방해할 수 있다는 이런 아이러니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메타인지'는 '모니터링(Monitoring)'과 '컨트롤(Control)'이라는 두 가지 요소로 이루어진다. '모니터링(Monitoring)'은 내가 무엇을 알고 모르는지를 판단하는 메타인지의 첫 단계다. '컨트롤(Control)'은 모니터링을 거친 후에 그것을 바탕으로 어떤 행동을 할지 결정하거나 행동의 방향을 설정하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난 이제 수학 문제를 잘 풀 수 있어'라고 판단하는 것은 '모니터링'에 해당하고, '그러니 여기까지 공부자'고 결정을 내린 것은 '컨트롤'에 해당한다.
2. 메타인지 능력은 사람에게만 있는가?
메타인지 연구가 시작되던 초기에는, 메타인지가 '의식(Consciousness)'이나 '자기 지각(Self-awareness)'과 관련되어 있으므로, 인간 수준의 언어 능력이 없는 동물들에게는 메타인지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면 정말로 '메타인지' 능력은 사람에게만 있을까?
'컬럼비아대학교 바너드 칼리지(Columbia University Barnard College)' 심리학과의 '리사 손' 교수는 동료들과 함께 메타인지가 인간에게만 있는 고유한 능력인지, 아니면 언어 능력이 없는 동물에게도 존재하는 능력인지 확인하기 위해, 원숭이가 자신의 상대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실험을 했다. 연구진들은 '에빙하우스(Ebbinghaus)'와 '래슐리(Lashley)'라는 이름을 가진 두 '히말라야 원숭이(Rhesus Macaque)'에게 두 가지 문제를 제시했다. 하나는 학습한 내용을 기억하는지 확인하는 '기억 과제'였고, 다른 하나는 원숭이가 그 기억을 얼마나 확신하는지 측정하는 '모니터링 과제'였다.
먼저 '기억 과제'에서는 원숭이들에게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서 6개의 그림을 하나씩 보여준 후, 원숭이가 이 그림들을 얼마나 기억하는지 살펴봤다. 앞서 보여준 6개 그림 중 1개를 8개의 새로운 그림과 섞어 제시했고, 원숭이들이 이 중에서 이전에 봤던 그림을 찾도록 했다. 그리고 '기억 과제'에서 원숭이가 그림을 선택하고 나면, 곧바로 모니터링 과제를 제시했다. 우리는 이 과제에서 원숭이가 자신의 선택이 얼마나 확실한지 판단하도록 했다. 문제는 원숭이가 말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인간이라면 자신의 기억에 대해 확신하는 정도를 말로 설명할 수 있겠지만, 원숭이는 이것이 불가능하다. 연구진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행동을 통해 모니터링 상태를 확인하는 수단으로 원숭이에게 '내기'를 가르쳐 사용했다.
보통의 '기억 과제'를 평가하는 실험에서는, 원숭이가 정답을 맞히면 보상을 하고 맞추지 못하면 처벌을 한다. 하지만 이 실험에서는 '기억 과제'를 마치고 바로 보상과 처벌을 하지 않았다. 대신 우리가 고안한 내기에서는 원숭이에게 토큰을 제공해, 이 토큰이 12개가 모이면 보상을 줬다. 원숭이는 모니터링 과제에서 내기를 할 수 있었는데, 높은 베팅을 하면 기억이 맞을 경우 토큰 3개를 받고, 틀리면 토큰 3개를 잃었다. 낮은 베팅을 했을 때는 두 경우 모두 토큰 1개를 받았다. 실험 결과, 원숭이가 모니터링을 제대로 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원숭이들은 그림의 종류와 상관없이 자신의 기억이 틀렸을 때보다 맞았을 때 많은 돈을 걸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원숭이들이 자신의 생각 또는 기억에 대해, 모니터링을 상당 부분 정확시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3. 어른이 아이보다 더 정확한 메타인지를 가지고 있는가?
또 메타인지 연구가 시작되던 초기에는, 많은 연구자가 '아이보다 어른이 더 정확한 메타인지를 갖고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어린아이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메타인지 연구를 보면, 언어를 모르는 어린아이 역시 어느 정도 자기 자신의 상태를 정확하게 모니터링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컨대,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은 단어를 배우거나 그림을 그릴 때, 그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판단할 수 있고, 심지어 걸음마를 배우는 아이조차도 장애물을 피해 걸을 때 그게 얼마나 어려운지 판단할 수 있다. 이런 결과는 메타인지가 언어를 매개로 하지 않는 기본적인 능력임을 말해준다. 또한 이를 통해 원숭이든 아이든, 자신의 현재 상태에 대해서는 메타인지가 상당히 정확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메타인지'가 행동에 대한 통제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아마도 내적 상태에 대한 어느 정도 적절한 모니터링은 진화적으로 이점을 지니고 있을지 모른다.
4. 메타인지의 오류
하지만 역시 문제는 메타인지가 항상 정확하게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메타인지의 오류는 특히 학습의 경우 많이 일어난다. 왜냐하면 방금 전에 습득한 지식의 경우 단기기억 형태로 저장되지만, 학습이 충분한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먼 미래에도 이 지식이 유지될 것인지를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학습 과정에서 자기 자신을 관찰하는 문제는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 이에 대한 메타인지 연구들은 꽤 흥미롭다. 한 예를 살펴보자.
4-1. 모니터링의 4가지 시나리오
한 학생이 영어 단어 시험을 위해, 시험문제로 예상되는 영어-한글 단어 쌍 리스트를 외우고 있다. 학생이 단어를 제대로 외웠는지 점검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은 '모니터링 시점'과 '모니터링 방법' 두 가지다. '모니터링 시점'은 공부를 중간중간에 단어를 잘 외웠는지 확인하는 '즉각 모니터링'이 있고, 공부를 하고 일정 시간이 지난 후에 확인하는 '지연 모니터링'이 있다. 다음으로 '모니터링 방법'에는 영어-한글 단어 쌍을 모두 보면서 확인하는 '비인출 모니터링'이 있고, 영어 단어만을 보고 그에 대응하는 한글 단어를 인출하며 단어를 잘 외웠는지 확인하는 '인출 모니터링'이 있다. 이를 조합하면 4가지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 | 즉각 모니터링 | 지연 모니터링 |
비인출 모니터링 | 즉각-비인출 모니터링 | 지연-비인출 모니터링 |
인출 모니터링 | 즉각-인출 모니터링 | 지연-인출 모니터링 |
- 즉각-비인출 모니터링: 단어 쌍을 공부하는 동안 단어를 잘 외웠는지 '즉각' 확인하고, 'Hustle-서두르다'와 같이 '영어-한글' 단어쌍을 모두 보며 기억이 정확한지 판단한다. 한글 의미를 어렵게 생각해낼 필요가 없는 '비인출 모니터링'이다.
- 즉각-인출 모니터링: 단어 쌍을 공부하는 동안 단어를 잘 외웠는지 '즉각' 확인하고, 'Hustle-______'와 같이 영어 단어만을 보고 기억이 정확한지 판단한다. 한글 의미를 생각해낼 필요가 있어 비교적 어려운 '인출 모니터링'이다.
- 지연-비인출 모니터링: 단어쌍을 모두 외우고 시간이 조금 흐른 뒤에 확인하고, 'Hustle-서두르다'와 같이 '영어-한글' 단어쌍을 모두 보며 기억이 정확한지를 파악하는 '비인출 모니터링'이다.
- 지연-인출 모니터링: 단어쌍을 모두 외우고 시간이 조금 흐른 뒤에 확인하고, 'Hustle-______'와 같이 같이 영어 단어만을 보고 기억이 정확한지 판단한다. 한글 의미를 생각해낼 필요가 있어 비교적 어려운 '인출 모니터링'이다.
4-2. 어떤 방법으로 모니터링을 할 때 메타인지 판단이 정확할까?
그러면 어떤 방법으로 모니터링을 할 때 메타인지 판단이 가장 정확할까? 다시 말해, 언제 어떤 방식으로 모니터링했을 때, 나중에 볼 시험 점수를 가장 정확하게 예측했을까?
'존 던로스키(John Dunlosky)'와 '토머스 O. 넬슨(Thomas. O. Nelson)'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이와 같은 조건으로 실험을 실시했다. 연구진들은 피험자에게 학습 상태를 모니터링할 때 단어를 암기했다는 확신의 정도에 따라 0~100으로 스스로 평가하도록 했고, 또한 단어 암기 후 시험을 봐서 점수를 얻었다. 실험 결과 '지연-인출 모니터링'의 조건에서 피험자들의 예측이 가장 정확했다. 기억을 확신하는 정도와 실제 시험 결과 사이에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인 것이다. 이 집단의 사람들은 자신의 기억에 대한 확신이 높을수록 실제 시험의 정답률이 높았고, 확신이 낮을수록 시험 정답률이 낮았다. 반면, 다른 세 조건에서는 '기억을 확신하는 정도'와 '실제 시험 결과' 사이에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 실험 결과는 자신의 학습 상태를 모니터링할 때,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의 자신에 대한 상황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쉽게 말해, 학습을 하는 동안에는 나중에 그 지식이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을지 시간을 두고 테스트를 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자신의 상태를 즉각적으로 확인하면, 판단이 왜곡될 수 있다. 왜곡된 판단은 행동 통제의 오류로도 이어질 수 있다. 예컨대 수학 문제를 풀면서 답을 바로 확인해버리면, '문제가 쉽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크고, 실제로 시험에서 풀기 어려운 문제에 대해서도 공부를 그만해도 되겠다는 잘못된 선택을 내릴 수도 있다. 수학 공부를 한 뒤 문제를 풀고 바로 답을 확인하는 경우, 자신이 그 문제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 똑같이 잘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4-3. '편안한 학습'과 '불편한 학습'
이와 유사한 결과를 보여주는 또 다른 실험이 있다. 이 실험에서는 대학생들에게 미국 SAT에 나오는 동의어 쌍들을 정해진 시간 동안 학습하게 하고, 일정 시간 경과 후 두 집단으로 나누어 추가 학습을 진행하였다.
먼저 A집단은 'dote-adore'처럼 동의어 쌍을 모두 보여줬고, 나머지 B집단은 'dote-______'처럼 동의어 중 앞 단어 하나만 보여주고 다른 단어를 맞히게 했다. A집단은 '비인출 조건'이고, B집단은 '인출 조건'이다. A집단의 경우는 실수를 우려할 필요 없이 단순히 단어 쌍을 보고 암기만 하면 되므로, 상대적으로 '편안한 학습(Comfortable Learning)'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B집단의 경우는 단어 쌍 중 하나만 제시하여 특정 단어를 회상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뿐만 아니라 동의어를 잊어버릴 확률이 높으므로, 상대적으로 '불편한 학습(Uncomfortable Learning)'을 했다.
이렇게 서로 다른 방법으로 학습을 한 후, 모니터링을 얼마나 정확하게 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다음과 같은 자기평가 설문을 실시했다. '이제 곧 보게 될 시험에서 방금 학습한 단어를 얼마나 잘 기억할 것 같은가?' 실험 결과 A집단이 B집단보다 높은 자신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실제 시험에서는 동의어 중 하나의 단어만을 보고 학습한 B집단이 더 높은 성취를 보였다.
4-4. 모니터링을 대신해 줄 수는 없다.
어린아이도 메타인지 능력이 있어, 자신의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것이 가능하다. 어른들은 흔히 아이의 생각을 들여다볼 수 있다고 착각하지만, 어떤 누구도 모니터링을 대신해 줄 수 없다. 이는 부모도 마찬가지기에, 아이의 학습 상태를 부모 마음대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다만, 부모가 더 정확한 모니터링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는 있다. 그 방법은 아이가 조금 어렵거나 불편한 상태에서 자신의 학습 상태나 학습 방법에 대해 스스로 판단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그 구체적인 방법 중 하나는 '학습'과 '모니터링' 사이에 시간 간격을 두는 것이다. 예컨대, 수업을 듣는 중에는 모니터링을 피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아이가 수업 시간에 배웠던 내용이 장기기억으로 넘어가기 전에 모니터링을 할 경우, 자신의 기억력을 과신할 수 있다. 그리고 눈앞에 제시된 자극을 단순히 읽어서 저장만 하는 '편안한 학습(Comfortable Learning)'만 하지 말고, 과정이 좀 불편하더라도 배운 내용을 인출하는 연습을 하는 '불편한 학습(Uncomfortable Learning)'이 필요하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학습자는 자신의 학습 상태를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일정 시간 간격을 두고 모니터링을 하는 것은 '학습을 하는 아이'와 '교육을 하는 부모나 선생' 모두에게 많은 인내를 요구한다. 사실 학습 환경에서 선생이나 부모 모두 교육을 마치자마자 아이들에게 '이제 다 알겠지?', '이제 다 기억했지?'와 같은 말은 오히려 학습상태에 대한 아이의 '지연된 모니터링'과 '불편한 모니터링'을 모두 방해한다. 그러면 아이들에게 자신의 상태를 점검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주면 이 문제가 해결될까? 아마 쉽게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아이들은 학습하면서 바로바로 자신의 학습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게 더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4-5. 학습 시 바로바로 모니터링을 하면서도, 더 정확하게 모니터링하는 방법
그러면 학습 시 바로바로 모니터링을 하면서도, 더 정확하게 모니터링하는 방법은 없을까? 이와 관련된 연구를 하나 소개한다. 이 실험에서 피험자들은 쉬운 단어부터 시작해 어려운 단어를 외우는 순서로, 스페인어-영어 단어 쌍을 학습하였다. 그 후 피험자들을 두 집단으로 나눠 서로 다른 과제를 부여했다. 첫 번째 집단은 '기억 집단'으로 나중에 스페인어 단어를 보았을 때 영어 단어를 얼마나 잘 기억할지에 대한 확률을 말하도록 했고, 두 번째 집단은 '망각 집단'으로 얼마나 잊어버릴지에 대한 확률을 말하도록 했다.
실험 결과, '기억 집단'의 피험자들은 '망각 집단'의 피험자들보다 자신의 기억력을 과신하였다. 스페인어-영어 단어 쌍을 외우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질문을 받았기 때문에, 기억 집단 참가자들은 정답에 대한 단기 기억을 가지고 있는 상태였다. 그들은 '잊어버릴 가능성'보다 '기억할 가능성'에 더 초점을 맞췄다.
또 이 실험은 모니터링 후에 '공부를 지속할 것인지'에 대한 행동 통제 선택, 즉 '컨트롤(Control)' 측면도 살펴봤다. 결과는 '기억 집단'의 피험자보다 더 많은 '망각 집단'의 피험자가 단어 쌍을 더 공부할 것이라고 선택을 했다. 이 실험은 미래에 학습자 자신에게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모니터링하면, 자신의 현재 상황에 맞는 적절한 컨트롤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