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성'이란 무엇인가?
인간의 행동 중에는 단순한 정보의 입출력으로 설명하기 어려워 보이는 것도 있다. '적성'이나 '취향'같은 미묘한 개성, 그리고 인간의 고귀한 능력이라고 여겨지는 '창조성(Creativity)'이나 '사랑(Love)'과 같은 인지적 특성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0. 목차
- '적성'이란 무엇인가?
- '창조성'이란 무엇인가?
- '사랑'이란 무엇인가?
1. '적성'이란 무엇인가?
1-1. '적성'은 '본성'과 '환경'에서 영향을 받는다.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 1756~1791)'는 5살에 '미뉴에트(Minuet)'를 작곡했다. 그리고 여섯 살에는 비엔나 궁전에 초대받아 '마리아 테레지아(Maria Theresia, 1745~1765)' 황후 앞에서 연주도 했다. 모차르트는 35살에 요절하기 전까지, 교향곡 41곡을 비롯해 600여 곡을 작곡했다. 현재 그는 유럽의 클래식 전통 작곡가 중에서 가장 위대한 작곡가로 인정받고 있다. 이정도라면 모차르트가 음악에 적성을 타고났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겠다.
모차르트는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레오폴트 모차르트(Leopold Mozart, 1719~1787)' 역시 작곡가였으며, '잘츠부르크 대주교'의 궁정 오케스트라 단장이었다. 어린 모차르트가 음악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자 '레오폴트 모차르트'는 세 살배기 아들에게 '바이올린'과 건반악기의 일종인 '클라비어(Klavier)'를 가르쳤다. 하지만 환경적 영향만으로는 모차르트의 천재성을 완전히 설명할 수 없다. 분명히 어떠한 '본성'도 타고났을 것이다. 그러면 뇌과학에서는 '적성'을 어떻게 설명하고 있을까? 분명한 것은 '적성'이란 '본성'과 '환경'에서 영향을 받았다는 점이다.
1-2. '본성'은 무엇으로 구성될까?
그러면 이러한 '본성(Human Nature)'은 무엇으로 구성될까? '신피질(Neocortex)'은 영역별로 특정한 유형의 패턴을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끔 최적화되어 진화했다. 우선 패턴인식 모듈의 기본적인 패턴인식 알고리즘은 신피질 전체에 동일하게 작동한다. 하지만 특정한 유형의 패턴은 대개 특정한 영역으로 입력되기 때문에, 뇌는 영역별로 자신이 맡은 패턴을 더 잘 처리한다. 예컨대 얼굴은 방추모양주름으로 입력된다.
하지만 다양한 파라미터를 활용해, 모듈마다 알고리즘이 실제로 작동하는 방식을 통제할 수도 있다. 예컨대, 어떤 패턴이 인식되기 위해서는 데이터가 얼마나 일치해야 할까? '상위 레벨의 모듈이 어떤 패턴이 예상된다'는 신호를 보낼 때 '인식의 문턱'은 어떻게 달라질까? '크기 파라미터'는 어떻게 고려될까? 뇌 영역마다 특정한 유형의 패턴을 더 효과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이러저러한 구성요인들이 다르게 설정되어 있을 것이다. 인공지능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과정에서도 똑같은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때 최적화된 변수를 찾기 위해서 진화 시뮬레이션을 활용했다.
1-3. 다양한 적성들
특정한 영역이 여러 유형의 패턴에 최적화될 수 있다면, 특정한 유형의 패턴을 학습하고 인식하고 창조하는 능력에서 개인의 뇌도 역시 차이가 날 수 있다. 예컨대, 리듬 패턴을 금방 파악해 내거나 화성의 기하학적 배열을 쉽게 이해하는 뇌를 타고났다면, 음악에 대한 '적성'을 타고났다고 말할 수 있다.
다른 음을 참고하지 않고도 음의 높이를 인식하고 재현할 수 있는 능력을 '절대음감(Absolute Pitch)'이라고 한다. 음악적 재능과 연관성이 있는 '절대음감'은 유전적으로 타고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3~5살 사이에 개발하지 않으면 발현되지 않는다. 이러한 점에서 절대음감은 타고난 천성과 교육이 결합한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 절대음감의 '유전적 기반'은 청각정보를 사전 처리하는 신피질 외부에서 작동할 가능성이 크고, '학습적 기반'은 신피질 내부에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일반적인 학습성'이든 '두드러진 천재성'이든, 개인의 능력에 차이를 만들어내는 요인은 이외에도 많다. '자신감', '조직 능력', '타인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기술'과 같이 신피질의 능력은 상당한 기여를 할 수 있다. 만약 이런 기술을 가지고 있다면, 예컨대 누군가에게 거부당하거나 질책을 당할 때 '편도체'가 만들어내는 '공포 신호'를 좀 더 쉽게 제어할 수 있을 것이다. 또 '기존의 정설에 맞서는 생각을 떠올리는 능력'과 '그것을 밀고 나갈 수 있는 용기'도 매우 중요한 요인이다. 우리가 천재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예외 없이 동시대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거나 수궁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생각 실험을 밀고 나갔다. 모차르트는 평생 유명세를 누리기는 했지만, 그에 대한 매우 높은 평가는 사후에 얻은 것이었다. 그는 극심한 가난에 시달리다 죽었고, 초라한 공동묘지에 묻혔으며, 장례식에는 음악가 두 명만이 참석했다.
2. '창조성'이란 무엇인가?
'창조성(Creativity)'의 핵심요소는 '위대한 은유(다른 것을 재현하는 상징을 찾는 과정)'이다. 신피질은 한 마디로 말해서 '위대한 은유를 생산하는 기계'이다. 지구에 있는 생물 중 인간만이 유일하게 창조적인 동물인 이유는 인간에게만 '두꺼운 신피질'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신피질에 있는 약 3억 개의 패턴인식기는 제각각 패턴을 인식하고 파악하고 이름을 붙인다. 이 과정을 완수했을 때 패턴인식기는 축삭을 활성화시킨다. 이렇게 발견된 패턴은 다시 다른 패턴의 일부가 된다. 기본적으로 이들 패턴은 제각각 은유라 할 수 있다. 패턴인식기는 초당 100번까지 활성화시킬 수 있으므로, 잠재적으로 300억 개의 은유를 인지할 수 있다. 물론 모든 모듈이 한꺼번에 활성화되는 경우도 있다. 어쨌든 우리는 초당 은유 수백만 개를 인식한다고 말해도 괜찮을 것이다.
'찰스 로버트 다윈(Charles Robert Darwin)'은 똑똑 떨어지는 미세한 물방울이 유발하는 작은 변화가 장기간에 걸쳐 거대한 협곡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찰스 라이엘'의 통찰에 주목했다. 그리고 이 통찰이 자신의 '진화론'을 뒷받침하는 효과적인 은유라는 사실을 알았다. 수천 세대에 걸쳐 미세하고 작은 변화들이 축적되어 종의 차이라는 거대한 진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은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 자체가 궁극적으로 은유라고 할 수 있다. 은유를 찾는 과정은 세세한 내용과 맥락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둘 사이에 존재하는 어떤 공통된 틀을 인식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작업을 늘 수행하고 있다. 우리가 중요하게 여기는 '창조성(Creativity)' 역시, 대부분 다른 분야 사이의 간극을 이어주는 이러한 은유적 도약에서 나온다.
2-1. 다양한 분야의 경계에 있는 영역은 풍부한 연구 기회를 제공한다.
미국의 수학자 '노버트 위너(Norbert Wiener, 1894~1964)'는 1948년에 출판한 명저 '사이버네틱스(Cybernetics)'에 이렇게 썼다. "이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은 '수학(Math)', '통계학(Statistics)', '전자공학(Electronics)', '신경생리학(Neurophysiology)' 등 다양한 분야에서 탐구해 오던 지식을 결합한 것이다. 분야마다 그 분야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하나하나 개념에 제각각 다른 이름을 붙인다. 또한 어떤 연구는 세 번 네 번 반복되는 반면, 어떤 연구는 인접한 분야에서는 이미 잘 알려진 결과임에도 그 분야에서는 알려지지 않아 계속 미뤄지기도 한다."
이처럼 다양한 분야의 경계에 있는 영역은 풍부한 연구 기회를 제공한다. 하지만 동시에 이러한 작업은 분화된 노동과 분야마다 수용하는 기법을 준수하라는 집단적인 반발을 헤쳐나가야만 한다. 이 집단적인 반발을 헤쳐나가기 위한 하나의 방법은, 하나의 프로젝트에 참여할 여러 전문가들을 모아놓고 자신이 아는 특별한 기법과 전문용어를 서로 가르쳐주도록 격려하는 것이다.
예컨대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이 추진했던 음성인식 연구 프로젝트에는 '컴퓨터과학자'는 물론 '음성학자', '언어학자', '음향심리학자', '패턴인식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했다. 이들은 각자 알고 있는 전문용어를 모두 쏟아낸 뒤, 그들만의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냈다. 이렇게 하다 보면, 어김없이 한 분야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은유를 다른 분야에서 찾아내는 경험을 한다.
2-2. 창조성을 극대화하는 방법
인간이 창조성 측면에서 높은 수준에 올라와 있는 것은, 신피질이 크기 때문에 높은 수준의 계층적 사고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더 높은 창조성을 발휘하는 하나의 방법은 신피질을 더 많이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신피질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한 가지 방법은 다양한 사람들과 공동작업을 하는 것이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서로 소통을 하다 보면 목표를 쉽게 이룰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요즘에는 온라인 협업툴을 활용하여 실시간 협업을 극대화하려는 노력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는 실제로 성과를 내고 있다.
그다음 단계는 뇌의 신피질과 동일한 기능을 하는 기계를 활용해 신피질의 기능을 확장하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인간이 할 수 있는 궁극적인 창조활동이 될 것이다. 인공 신피질을 만드는 것은 '창조성을 창조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인공 신피질의 속도는 계속 빨라질 것이고, 다윈과 아인슈타인에게 영감을 주었던 그런 은유를 더 쉽게 찾아낼 것이다. 인공 신피질은 기하급수적으로 확장되는 지식의 전선 사이에 중복되는 영역을 체계적으로 완벽히 탐색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생각의 확장이 지식의 빈부격차를 만들어낼지 모른다고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확장된 지능은 기본적으로 '클라우드(Cloud)'에 존재할 수밖에 없다. '클라우드(Cloud)'는 기하급수적으로 확장되고 있는 컴퓨터 네트워크로,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누구나 접속할 수 있다. 우리가 '구글(Google)'에서 정보를 검색할 때, 아이폰의 '시리(Siri)'와 같은 가상 개인비서와 이야기할 때, 번역기 프로그램으로 어떤 언어를 다른 언어로 번역할 때, 인공지능은 스마트폰 자체에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클라우드'에서 작동한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확장된 신피질 역시 클라우드에 존재할 것이다. 어쨌든 확장된 지능이 전체적으로 강화될수록 인간의 창조성은 더욱 폭발할 것이다. 인류는 이미 많은 부분을 클라우드에 아웃소싱하고 있다. 하지만 결국에는 체계적인 '사고(Thiking)' 역시 클라우드에 아웃소싱할 것이다.
3. '사랑'이란 무엇인가?
'사랑(Love)'이란 무엇인가? '사랑'에 빠져본 적이 없다고 해도, 사랑이 무엇인지는 무엇이 알고 있을 것이다. '이야기', '소설', '음악', '춤', '그림', 'TV 드라마', '영화' 등 세상에 있는 상당수의 작품도 사랑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은 것들이다.
3-1. 사랑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기 시작했다.
요즘에는 '사랑(Love)'도 과학적으로 이해하기 시작했다. 사랑에 빠질 때 생물학적으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파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도파민(Dopamine)'이 분비되면 행복과 기쁨이라는 감정을 만들어지며, '노르에피네프린(Norepinephrine)' 수치가 상승하면 심장이 쿵쾅쿵쾅 뛰고 희열이라는 감정에 휩싸인다. 이들 화학물질은 '페닐에틸아민(Phenylethylamine)'과 함께 작용하여 '들뜬 기분', '치솟는 기력', '높은 집중력', '식욕 상실' 등 욕망의 대상을 향한 전반적인 갈망 상태를 유발한다.
3-2. 사랑은 위험을 향해 돌진하는 것이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niversity College London)'에서는 사랑에 빠지는 초기 단계는 '세로토닌' 수치가 급격히 떨어져 '강박충동장애'를 겪는 상태와 똑같다는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도파민(Dopamine)'과 '노르에피네프린(Norepinephrine)' 수치가 높아지면, 단기적인 집중력, 행복함, 갈망이 유발된다. 사랑에 빠지는 초기 단계에 나타나는 이러한 생물학적 반응은 언뜻 보기에 '편도체'에서 공포를 느끼는 메커니즘이 활성화된 상태와 달라 보이지 않는다. 상대를 향해 달려든다는 것만 빼면 사실, 나머지 특성을 똑같다. 냉소적으로 말하면 '공포(Fear)'는 위험으로부터 도망치는 것이고, '사랑(Love)'은 위험을 향해 돌진하는 것이다.
'사랑에 빠졌을 때 나타나는 생물학적 변화'는 '중독에 빠지는 초기 단계에 나타나는 생물학적 변화'와 완벽하게 일치한다. '록시 뮤직(Roxy Music)'의 '사랑은 마약(Love is the Drug)'이라는 노래는 이러한 상태를 제대로 짚어냈다. '종교경험' 역시 자신이 집중하는 신이나 영적 존재와 사랑에 빠지는 것으로, 동일한 생리적 현상을 보여준다.
이성 간 사랑이 초기 단계에서 '에스트로겐(Estrogen)'과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을 분비해 성욕을 유발하는 역할을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재생산이 사랑의 유일한 목적이라면 이 과정에 낭만적인 요소들이 굳이 가미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심리학자 '존 윌리엄 머니(John Willam Money)'는 "욕정은 음탕하지만 사랑은 서정적이다."라고 말했다.
3-3. '사랑'은 어떻게 '장기적인 유대'로 이어지는가?
사랑의 '황홀 단계'는 곧 '애착 단계'로 이어지며, 이는 결국 '장기적인 유대'로 이어진다. 이러한 과정은 '옥시토신(Oxytocin)'과 '바소프레신(Vasopressin)' 같은 화학물질에 의해 촉진된다. 이 물질과 관련한 흥미로운 사례는 초원에 사는 '프레리 들쥐(Prairie Vole)'와 산에 사는 '몬테인 들쥐(Montane Vole)'에게서 찾을 수 있다. 이 두 종은 거의 동일한 생태와 습성을 공유한다. 하지만 '프레리 들쥐'는 '옥시토신'과 '바소프레신' 수용체가 있는 반면, '몬테인 들쥐'는 이들 호르몬 수용체가 없다. 그 결과, '플레리 들쥐'는 평생 일부일처 관계를 유지하지만, '몬테인 들쥐'는 거의 일회적 관계에 의존하며 번식을 한다. '옥시토신'과 '바소프레신' 수용체가 이들의 애정 생활의 형태를 결정한 것이다.
인간도 이러한 화학물질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다만, 인간의 다른 행동과 마찬가지로 애정생활도 신피질 사령관의 통제를 받는다. 들쥐도 신피질을 가지고 있지만, 반반한 우표 크기에 불과하기 때문에 호르몬의 영향을 거스를만한 판단을 내릴 수 없다. 반면, 인간은 상당히 큰 신피질 영역을 활용해 '존 윌리엄 머니(John Willam Money)'가 말하는 '서정적' 사랑의 표현까지 구사할 수 있는 것이다.
즉, 진화적인 관점에서 보면 '사랑(Love)'는 신피질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행동이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없어도, 욕정의 힘만으로도, 번식 활동은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랑의 황홀한 자극은 '애착'과 '성숙한 사랑'을 이끌어내고, 이는 마침내 '영속하는 유대'를 만들어낸다. 이러한 유대는 새로 태어난 아이들이 책임 있고 유능한 어른으로 성장하기 위해 많은 것을 습득해야 하는 시기 동안 '안정적인 양육환경'을 뒷받침할 가능성을 높여준다. 신피질이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풍족한 환경에서 학습할 수 있는 충분한 기간이 확보되어야 한다. 즉, 이 모든 환경은 '신피질'이 원하는 환경이라고 할 수 있다. '옥시토신'과 '바소프레신'은 또한 부모와 자녀를 이어주는 끈끈한 유대를 형성하는 과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3-4.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
사랑이 오래 지속되다 보면, 마침내 연인이나 배우자는 신피질의 일부가 된다. 두 사람이 수십 년을 함께 살다 보면, 우리 신피질에 가상의 상대가 머물게 된다. 다시 말해, 연인이 어떤 말을 할지, 어떤 행동을 할지 예상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패턴인식기는 상대를 반영하는 생각과 패턴으로 가득 찬다. 그러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으면, 우리는 자신의 몸의 일부를 잃는 것과 같은 아픔을 느끼게 된다. 신피질 속에 사랑하는 사람의 패턴으로 채워졌던 상당량의 '패턴 인식기'들이, 그 사람이 사라졌다고 순식간에 리셋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사랑했던 사람에 대한 기억으로 가득 찼던 무수한 신피질 패턴들은 '기쁨을 촉발하는 역할'에서 갑자기 '슬픔을 촉발하는 역할'로 돌변하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