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Science)/뇌과학 (Brain Science)

인간 뇌의 '연산 용량'과 '기억 용량'은 얼마나 될까?

SURPRISER - Tistory 2022. 9. 17. 10:14

0. 목차

  1. 인간 뇌의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필요한 '연산 용량'
  2. 인간의 인성 자체를 업로드하기 위해 필요한 '연산 용량'
  3. 컴퓨터는 인간 수준의 '연산 용량'을 달성할 수 있는가?
  4. 인간 뇌의 기억 전체를 저장하기 위해 필요한 '기억 용량'

1. 인간 뇌의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필요한 '연산 용량'

 인간 뇌의 '연산 용량'은 얼마나 될까? 역분석된 뇌 영역들의 기능을 인간 수준으로 모방할 때, 얼마의 자원이 필요하겠는지 산정하는 방식으로 몇 가지 추측치가 존재한다. 일단 특정 뇌 영역의 연산 용량을 추정하면, 뇌 전체에서 영역이 차지하는 비율을 근거로 전체 뇌 용량을 계산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예측치는 기능적 모방에 근거를 둔 것이다. 즉, '모든 뉴런'과 '개재뉴런(Interneuron, 2개의 뉴런 사이에 개재하며 한쪽의 뉴런으로부터 자극을 받아 다른 뉴런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뉴런)' 연결을 그대로 모방하는 게 아니라, 전체적 기능만 모방할 때의 용량이라는 뜻이다.

 한 가지 수치만 받아들여서는 안되겠지만, 서로 다른 영역들을 근거로 한 계산들도 결국 비슷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아래에 소개할 내용은 자릿수 차원의 예측이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계산했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결과가 나오는 걸 보면, 접근법이 잘못된 것 같지는 않다. 결과의 정확도도 인정할 만한 수준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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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한스 모라벡'의 계산

 '카네기 멜론 대학교(Carnegie Mellon University)'의 전설적인 로봇공학자 '한스 모라벡(Hans Moravec, 1948~)'은 망막에 담긴 영상 정보 처리 신경회로를 줄곧 분석해왔다. 망막은 너비가 2cm, 두께가 0.5mm인 조직이다. 망막의 대부분은 '영상 확보 작업'에 할당된다. 영상 처리에 할당되는 부분은 두께의 5분의 1 정도로, 어둠과 빛을 구별하고, 영상을 백만 개 정도의 작은 구역으로 나누어 그 속의 운동을 탐지하는 일을 한다.

 '한스 모라벡(Hans Moravec)'의 분석에 의하면, 망막은 영상 가장자리 및 운동 탐지 작업을 초당 107번 할 수 있다. '한스 모라벡'은 수십 년간 로봇 시각계 개발에 몰두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인간이 수행하는 한차례의 탐지 작업을 모방하는 데는 컴퓨터 명령어 100개가 필요하리라 예측했다. 그렇다면 망막의 일부가 수행하는 영상 처리 기능을 모방하는 데는 1000MIPS의 성능이 필요하다. 그런데 인간의 뇌는 대략 1.5kg으로, 망막 그 부분에 존재하는 뉴런들의 무게인 0.02g보다 대략 75000배 무겁다. 따라서 107×100×75000을 계산하면, 뇌 전체는 초당 7.5×1013 개의 명령어 성능이라는 결과가 나온다. '초당 연산 수(Calculations per second)'는 cps라고도 표현된다. 즉, 이 계산에 의하면 뇌 전체의 성능은 7.5×1013cps라는 성능이 나온다.

1-2. '로이드 와츠' 연구진들의 계산

 다른 계산을 보자. 인간 청각계 영역을 기능적으로 시뮬레이션한 '로이드 와츠(Lloyd Watt)'와 동료 과학자들의 연구 내용을 자료로 삼은 것이다. '로이드 와츠'가 개발한 소프트웨어의 기능 중에는 '흐름 분리(Stream Segregation)'라는 작업이 있다. 원격회의처럼 '원격현실(먼 곳에 구된 청각적 원격회의에 참가한 사람의 위치를 측정하는 것)'을 구축하는 기기에 쓰이는 기능이다. '로이드 와츠'는 이를 위해서, 공간적으로 서로 떨어져 있는 소리 감지기들과 두 소리를 모두 받는 감지기 사이의 시간 차를 정확하게 측정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음조 분석, 공간 위치, 언어 특정 단서를 포함한 음성 단서 등을 파악해야 하는 과정이다. 사람이 음원의 위치를 파악하는 가장 중요한 단서 중 하나는 '두 귀간 음의 시간차(ITD: Interaural Time Difference)'이다.

 '로이드 와츠(Lloyd Watt)'의 연구진들은 역분석한 뇌 영역을 기능적으로 모방하는 시뮬레이션을 구축했다. '로이드 와츠'는 인간 수준으로 소리 위치를 파악하는데 1011cps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이 과정에 할당된 청각 피질은 뇌 전체 뉴런 수의 0.1%를 차지한다. 따라서 대체적인 뇌 전체 성능은 1014cps라 볼 수 있다.

1-3. 텍사스 대학의 계산

 또 다른 계산을 보자. 텍사스 대학교에서는 뉴런 104개를 포함하는 소뇌 영역을 기능적으로 시뮬레이션했는데 108cps가 소요되었다. 뉴런당 104cps라는 말이다. 뇌 전체의 뉴런을 대략 1011개로 계산하면 1015cps라는 결론이 나온다.

1-4. 결론

 여러 계산 결과들을 살펴본 결과 7.5×1013~1015cps 정도 수준으로, 계산 결과들이 비슷한 결과를 낳았다. 즉, 뇌의 기능을 재현하는 데에는 1015cps면 충분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뇌를 기능적으로 시뮬레이션 하기만 해도 '패턴 인식', '지능', '감정 지능' 같은 인간의 능력들을 얼마든지 재창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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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인간의 인성 자체를 업로드하기 위해 필요한 '연산 용량'

 그러나 어떤 사람의 인성을 '업로드(Upload)'하고자 한다면 훨씬 더 상세하게 신경 과정을 시뮬레이션해야 할 것이다. 개개의 뉴런 및 뉴런의 하부 구조, 가령 '세포체(Cell Body)', '축삭(Axon)', '수상돌기', '시냅스(Synapse)' 등의 차원에서 모방해야 할 것이다. 개별 뉴런에 대한 상세 모델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뉴런 하나당 '분기(개재뉴런 연결의 수)'의 수는 약 1000개로 알려져 있다. 뇌에 뉴런이 1011개 있다고 하면 전체 연결의 수는 1014개다. 그런데 뉴런의 점화 후 재정비 시간은 5밀리초이다. 따라서 이를 계산하면, 초당 2×1016회 시냅스 교류가 가능하다는 결과가 나온다. (밀리초는 1000분의 1초) 즉, 2×1016cps의 '연산 용량'이 필요하다. 뉴런 모델들을 보면 수상돌기 등의 뉴런 구조에 존재하는 '비선형성(복잡한 상호작용)'을 재현하는 데는 한 번의 시냅스 교류마다 103번의 연산이 필요하다고 하다. 그러면 뇌 전체를 시뮬레이션 하는 데는 1019cps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다만, 뇌 전역을 기능적으로만 모방하는 데는 1015cps면 충분하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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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컴퓨터는 인간 수준의 '기억 용량'을 달성할 수 있는가?

 그러면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컴퓨터로 '뇌 전역 기능적으로 모방'하거나 '뇌 전체를 시뮬레이션'하는 것이 가능할까? 즉 '연산 용량'이 충분할까? 몇몇 주요 컴퓨터를 살펴보면서 컴퓨터의 연산 수준이 어느 정도에 도달했는지 알아보자. 아래에서 살펴보면 알수 있듯이, 슈퍼컴퓨터들은 '뇌 기능 모방에 필요한 연산 능력 수치'는 물론 '뇌 전체 시뮬레이션에 필요한 연산 능력 수치'조차 이미 달성했다.

컴퓨터 개발 시기 cps(연산 용량)
블루 진/L(Blue Gene/L) 2004년 70×1013cps
세쿼이어(Sequoia) 2012년 6월 1.6324×1017cps
서밋(Summit) 2018년 6월 1.22×1018cps
후카쿠(Fugaku) 2020년 6월 4.16×1018cps
프론티어(Frontier) 2022년 5월 1.102×1020cps
  1. 블루 진/L(Blue Gene/L): 2004년에 1위로 오른 IBM의 '블루 진/L(Blue Gene/L)' 슈퍼컴퓨터는 초당 70조 회의 연산을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블루 진/L(Blue Gene/L)'의 연산 용량은 70 테라플롭스이다. '테라플롭스(Teraflops)'에서 1테라플롭스는 1초에 1조 번의 부동 소수점 연산 능력을 의미한다. 따라서 '블루진/L'의 '연산 용량'은 7×1013cps로, 인간 수준으로 기능을 모방할 때 필요한 '연산 용량'에 거의 근접했다.
  2. 세쿼이어(Sequoia): 중국과 일본에 연이어 자존심을 구긴 미국은 무려 '세쿼이어(Sequoia)'라는 슈퍼컴퓨터를 뽑아냈다. 연산 용량은 16.324 페타플롭스를 기록했다. '페타플롭스(Petaflops)'에서 1페타플롭스는 1초에 1000조 번의 부동 소수점 연산을 의미한다. 따라서 '세쿼이어(Sequoia)'의 '연산용량'은 1.6324X1017cps이다.
  3. 서밋(Summit): IBM에서 개발한 '서밋(Summit)'의 성능 이론치는 187페타플롭스이며, 린팩 실측 성능은 122페타플롭스를 기록했다. 2018년 말에 업그레이드하여 린팩 실측 성능을 154페타플롭스까지 향상시켰다. 2020년 6월 기준으로는 더 업그레이드되어 이론치 200페타플롭스, 실성능 148페타플롭스까지 향상시켰다.
  4. 후가쿠(Fugaku): 일본 국립 이화학연구소 RIKEN과 전자기업 '후지쯔(FUJITSU)'는 '후가쿠(Fugaku)'라는 슈퍼컴퓨터를 공동 개발하였다. '후카쿠'의 성능이론치는 513페타플롭스, 실성능은 416페타플롭스에 달했다.
  5. 프론티어(Frontier): '프론티어(Frontier)'는 미국 '오크리지 국립연구소(Oak Ridge National Laboratory)' 소속 컴퓨터로 세계 최초의 엑사플롭스급 슈퍼컴퓨터이다. 린팩 실성능 기준 1.102엑사플롭스를 자랑한다. '엑사플롭스(exaflops)'에서 1엑사플롭스는 1초에 100경 번의 부동 소수점 연산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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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인간 뇌의 기억 전체를 저장하기 위해 필요한 '기억 용량'

 이번에는 인간과 컴퓨터의 '기억 용량'을 비교해 보자. 사람이 한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기 위해 습득해야 할 지식의 '덩어리' 수는 평균적으로 약 105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정 지식뿐 아니라 패턴까지도 포함한 것이다. 가령 세계 정상급 체스 선수는 10만 가지 판세를 안다고 한다.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는 단어를 29000개 알았다고 하지만, 뜻의 수까지 헤아리면 10만 개 정도 된다. 의학 분야 전문가 시스템을 구축하는 개발자들도 사람이 한 분야에서 습득할 수 있는 개념의 수는 10만 개 정도라고 한다. 인간이 기억하는 온갖 패턴과 지식 중 이런 '전문적' 지식이 차지하는 비율이 1%라고 가정하면, 전체는 1000만 덩어리쯤 되는 셈이다. 하나의 지식 덩어리당 필요한 기억 용량은 106비트 정도이다. 그렇다면 인간의 작동 기억 전체는 1013비트가 된다. 1013비트는 대략 1테라바이트 정도 된다.

 그런데 여기에도 개재뉴런 연결을 하나하나 모방하는 식으로 기억을 복사하려면 훨씬 큰 용량이 필요하다. 하나의 신경 연결에 담긴 연결 패턴 및 신경전달물질 농도 정보는 약 104비트다. 연결의 수가 1014개 정도로 추정되므로, 전체는 1018비트이다. 즉, 인간 수준의 '기억' 전체를 저장하기 위해 필요한 '기억 용량'은 1018비트이다. 1018비트는 대략 100페타바이트 정도 된다.